이 책의 저자는 아사히 신문 기자로 후쿠시마현 고리야마 지국에 근무하던 중 원전사고를 경험한다.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그 곳이 대재앙이 찾아오고 항상 남의 일만 같았던 재난이 자기 일이 되자 깊은 의문에 빠졌다. 지진은 자연재해지만 원전은 인재다. 그런데 항상 안전을 장담하던 사람들은 막상 사고가 나자 대책이 없다. ˝후쿠시마에 희망이 있습니까?˝하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울음을 터트리는 도쿄전력 상무의 기자회견을 보고 저자는 깨달았다. 비상사태다. 원자력발전소는 앞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공포와 돌아갈 곳 없는 피해자들의 분노와 아무 죄없이 죽어가야 했던 동물들의 아픔.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주민들을 위한 발전이었는데 그 피해는 아름다운 땅에 평화롭게 살아가던 후쿠시마 사람들이 고스란히 입게 되었으니 도쿄로 발령을 받아 돌아온 저자는 지금까지처럼 전기를 사용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콘센트 너머에 있을 후쿠시마의 희생이 보이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얘기하는 부분을 읽으며 나도 또한번 깨달았다. 2011년의 일인데, 가까운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우리도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가진 나란데, 너무 자주 잊고 살게 되는구나.
전에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읽었는데 그 때 보았던 것 같은 축사에서 굶어 죽는 소 사진을 보니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도 원전을 반대한다고만 하면서 전기를 펑펑 쓰는 생활을 계속해도 괜찮은가. 죄책감이 밀려왔다.
저자는 특히나 사고이후 원전 가동을 중지한 일본 정부가 대지진으로 1년 3개월이 지난 2012년 6월에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발표를 듣고 아연실색을 한다. 원전 재가동의 이유는 `국민생활을 절대적으로 지키겠다`는 것. 국민들이 전기를 필요로 하니 원전을 재가동하겠다. 그 끔찍한 재앙을 잊은 것처럼 말하는 정부를 보며 저자는 결심한다. 그래, 그렇다면 전기를 안쓰고 살겠어!
일본은 우리가 휴대전화 요금제를 선택하듯이 전기요금도 계약제라고 한다. 대부분은 아무 생각없이 맨 처음 설치된 차단기와 요금제를 그냥 사용한다는데 저자는 전기회사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최저요금제인 5암페어 계약으로 살기 시작한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최대량이 5암페어를 넘으면 자동으로 차단기가 내려간다. 5암페어는 한번에 500와트까지 사용할 수 있고 따라서 전력 사용량이 1000와트를 넘는 에어컨이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할수 없다. 그리고 몇가지의 제품를 함께 쓸 수도 없다. 그런데 우아한 생활이 가능할까?
이후 저자가 여름을 나고 겨울을 나면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우아하고 즐겁게 산다. 읽다 보면 부러워서 따라하고 싶을 정도다. 우리도 여름이 되면 전기를 아껴쓰자고 여러 조언이 담긴 안내문을 받아보거나 에너지 자린고비들의 미담이 방송되기도 하는데 (올해는 어쩐일인지 전기를 더 쓰라고 막 할인을 해주고 있다만)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동기가 너무 설득적이라서 그런지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우리도 핵발전소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발등의 불이다. 나 하나쯤 절약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고 몇번이나 절약을 결심했다가도 다시 펑펑 써대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겠다. 올 여름 특히나 무덥다. 매일 에어컨을 켜고싶은 욕구랑 싸우고 있을때 다행히도 이 책을 만났다. 너무나 고맙게도 선풍기는 절전제품중 최강자라고 한다. 단번에 전기를 거의 안쓰는 수준으로까지는 못가더라도 조금씩 줄여나가겠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성적표 받는 것처럼 기대하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미 전기를 줄이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책에 나오는 와트미터(소비전력 측정기)같은 절전 용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었다. 역시 관심을 가지는게, 시작이 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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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5-08-0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기의 편리함 뒤에 숨은 은밀하고 잔인한 원자력이 숨어 있군요... 귀한 책입니다.

살리미 2015-08-04 14:47   좋아요 0 | URL
네. 우리도 당면한 일이잖아요. 밀양 송전탑문제도 그렇고 원자력 발전소 문제도 이미 심각한 수준인데, 가까운 일본의 사고를 보면서도 너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반대만 했지 내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생각은 못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