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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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과 동시에 최고가 된' 작가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이 붙은 이 책의 저자 미나토 가나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상영중인 영화 '고백'의 원작으로 데뷔했다. 이 책으로 각종 문학상을 거머쥔 것도 모자라 300만부"씩"이나 팔아 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일본 문예춘추에서는 <<야행관람차>>의 첫 줄에서부터 빨려든다길래, '대체 어떻길래?'하는 심정으로 집어 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장르소설인 줄로 잘못 알고 읽어 그런 건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범인이 누굴까?'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초반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있어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현대사회에서 제 기능을 상실해버린 가정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그 의미를 되짚는 데 초점을 맞춘 가족소설로 해석하는 게 더 낫겠다. 


도쿄의 한 고급 주택가에 그들이 산다그 집에는 의사 아버지에 아름다운 어머니, 의대생 큰 아들, 유명 사립학교에 재학중인 딸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데다 얼굴은 아이돌 스타를 쏙 빼닮은 아들이 그림 같은 집에서 우아하게 산다. 그 집 맞은편에는 가족이라고는 아내와 딸 하나밖에 없는데도 그마저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다 무능하기까지 한 아버지와 딸에게 온갖 모욕과 멸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어머니, 그리고 사립학교에 떨어진 이후로 매사에 엄마 탓만 하며 패륜아가 되어버린 딸이 바둥거리며 산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래, 그날 사건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 말뿐인 것 . 어쩌다가 그 집에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을까? 완벽해 보이던 다카하시 집에서 "데없이"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범인이 그 집 식구들 중 하나라니! 이 책은 사건이 일어나기 몇 시간 전부터 그 두 집안을 비롯해 또 하나의 참견쟁이 아줌마 고지마 사토코까지 세 집안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전달한다. 고급 주택가의 토박이라는 사실에 '빈곤한 자부심'을 한 가득 안고 사는 부유층내지는 기득권, 고지마 사토코 아줌마와,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 동네와 격이 딱 맞던 신흥부자 다카하시 가족과, 그리고 동네의 격을 확 떨어뜨린다고 멸시를 받을지언정 '부자 동네에 사는 가난한 주민'이라는 타이틀마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서민 대표, 아야카네 가족까지 이 책에서 나타나는 세 가정을 통해 '부의 계급'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언덕 위에 자리한 고급 주택가에 사는 들은 남보다 높은 지대에 집을 짓고 산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값싼 환상에 젖은 채 언덕 아래에서 사는 사람들과는 철저히 격리돼 산다. '모든 게 언덕길 때문이다. (중략) 언덕길을 내려갈수록 자꾸만 무능한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이 세상에는 계급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아야카가 입어서는 안 되는 높은 계급의 교복과 스쳐 지나갈 때마다 몸을 둘러싼 얇은 껍질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p. 104)' 언덕을 경계로 해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이른바 그 "부의 언덕"을 넘은 이들의 하루는 호화롭고 우아하기만 한데 반해, 그 언덕의 능선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저 아래에 사는 이들과, 힘이 부쳐 언덕배기 어딘가에 주저앉고 말아버린 이들의 하루는 고되고 힘겹기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도 어제처럼 그저 묵묵히 언덕길을 올라갈 뿐이다. 이미 언덕을 다 넘은 이들로부터 언덕길을 오르는 도중에 설사 바보 취급을 당하더라도 그 언덕길은 그들에게 이미 삶의 숙명적 과제나 다름없다. 아야카네  세 식구 모두 언덕길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지만, 그들 모두 "언덕길 병"에 걸린 피해자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외동딸은 어느새 패륜아가 되어버렸고, 가장인 아버지는 가정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마저 회피하고 있고, 어머니의 경우는 더 소름 끼친다. 힘겹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언덕길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어.(p. 130)'라며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올까? 언덕길을 오르는 그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한 중년 여성의 망가진 삶이 과연 "행복"이라는 단어로 포장되도 되는 걸까? "너무 행복한" 그녀, 마유미는 그만큼이나 "복이 터졌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를 연상시킨다.     


"평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이상한 곳에서 무리해서 살면 점점 발 밑이 기울어지는 것처럼 느끼게 돼. 힘껏 버티지 않으면 굴러 떨어지고 말아. 하지만 그렇게 의식하면 할수록 언덕의 경사는 점점 가팔라져..... (p. 314)
   

 

 

언덕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야행관람차'가 불러 일으키는 감정의 무게는 비슷하다. 어두컴컴한 밤에 관람차를 타면 과연 무엇이 제대로 보일까? 그림 같은 집에서 영화처럼 살 거라 여기던 옆집에게도 알고 보니 차마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지만, 바로 앞집, 또 옆집에 사는 이들은 알 턱이 없다. 죽어라고 그 언덕배기를 넘어보겠다며 애를 쓴 탓에 기력을 다 잃고는 마치 한밤중에 관람차에라도 올라탄 것처럼 타인을, 타인의 가정을, 타인의 삶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건 아닐까? 그 집안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이건 소음이건 웃음이건 모두 들리지 않는다. 타인에게 관심을 줄 여유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과 그 빛의 세기에 시야가 흐려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또 그 빛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도 알 지 못한 채 오로지 그 반짝임에 매료돼 허공에 대고 감탄사를 날리느라 바쁜 사람들....
 

이야기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은근히 여지를 많이 남기는 작품이다.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이웃 간에 그리고 가족 간에 느끼는 감정의 차이를 보며 낯설지 않은 얄팍함에 속이 쓰려온다. '남의 불행을 보아야만 실감할 수 있는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 277)' 
 

장르소설에서 얻는 쾌감과 재미만 미리 덜어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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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금술의 비밀
진롱 지음, 김락준 옮김 / 지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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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중국 연금술의 비밀



'중국인의 연금술은 돈을 버는 기술이며, 산업 전반에 관한 전략이자 처세의 도리이다.
또한 수신의 철학이요, 하늘과 사람이 하나되는 위대한 사상이다.' (머리말 중에서)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하면 으레 떠오르던 ’짝퉁’이나 ’저가, 저품질’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어느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중국 대표기업과 기업인들의 이름이 자연스레 외워진다. 이 책에는 오랜 중국의 역사 속에서 상업적으로 뛰어난 재능과 수완을 보인 대표적 인물들(백규, 호설암, 리자청, 궈타이밍, 왕용칭 등)을 중국고전(논어, 주역, 도덕경에서부터 사기에서 손자병법에 이르기까지)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 유명한 인물들과 그들의 일화, 그리고 여러 유명한 고전과 그들이 남긴 어록, 잡지에서까지 발췌한 다양한 글들은 내가 워낙에 중국 자체와 친숙하지 않았었기 때문인지 재미있게 읽힌다. 물론 이런 류의 도서에서 발견되는 구성상의 태생적 어려움을 이 책 역시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어 약간 아쉽지만.

부의 제국을 이룬 중국 거부들의 비밀

1. 조화와 인애를 중시하는 정신
2. 유교의 사람됨과 장사꾼의 계산력
3. 지용인강(智勇仁强)
4. 일을 계획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다.  

중국 연금술의 비밀은 물론 ’중국’만의 ’비밀’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상인들의 상술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 많은 비법들로는 ’박리다매 고객지상주의, 인재 채용, 소통, 창조력, 틈새시장 공략, 리더십, 검소 및 절약, 역발상 사고 등’이 있는데 전혀 새로운 비법이나 비밀이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떨쳐낼 수 없던 생각은 이런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 그 자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까지도 일본의 유수기업들의 성공사례 및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CEO들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책들도 부지기수로 등장했었는데, 이제 세계의 판세가 정말 달라지긴 달라지나 보다. 중국의 경제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고, 중국의 정치체제가 어떻든 앞으로 중국은 세계적으로 점점 더 그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이런 입장에서 쓰인 책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 그것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유교(문文,행行, 충忠, 신信)와 인애 정신이다. 그러나 ’유교의 가르침과 장사꾼의 계산력을 겸비하면 세상이 변해도 그릇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지닐 수 있다.’는 오랜 가르침을 모든 중국인들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멜라민 분유 파동도 그렇고 넣어선 안 되는 물질을 넣어 유통판매한 여러 크고 작은 문제들은 중국의 기본 사상을 보란 듯이 무시한, 말하자면 세상이 변해 그릇된 유혹에 흔들린,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그 긴 역사와 뛰어난 가르침을 그렇게 폄하시키거나 훼손시키며 스스로 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중국의 연금술은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반대로 그 가르침과 정신을 중시한다면 어느 노벨상 수상자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21세기에 당당하게 살아남다 못해 최강자로 우뚝 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역사적인 이유로 뒤늦게 시장경제와 국제화 시대에 뛰어든 중국이라지만 그들의 상업적 후각은 익히 잘 알려진 바 아닌가?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과 노동력이 뒷받침하는데 말이다.  


 

중국의 오랜 가르침에 따르면, 부는 바르게 쌓아야 하고, 그렇게 쌓은 부는 반드시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작년 9월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중국을 방문해 50여명의 중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부의 중요성을 설파해 세계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인애 정신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착하고 바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다음, 그 부를 공공의 선을 위해 쓰고자 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까? 그날 만찬에 모인 중국 기업인들 중에서 ’중국의 빌 게이츠’와 ’중국의 워렌 버핏’이 등장할 런지 이 또한 흥미롭다.

유가의 대표적 인물인 맹자는 ’궁칙독선기신, 달칙겸선천하窮則獨善基身, 達則兼善天下’ 의 관점을 제시했다. 이 말의 미덕은 기원전 300년부터 지금까지 대대로 중국인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어려움에 처해도 개인의 수양을 그만두지 않고 가슴에 천하를 품어야 하고, 형편이 좋으면 능력이 닿는 대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p. 26)


인의仁義란 핵심적 도덕이요, 상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의롭지 않은 돈은 재앙의 근원이므로 아예 처음부터 벌지 않아야 한다.
이윤은 합리적인 통로를 통해서 남을 해치지 않고 대의에 어긋나지 않게 추구하는 것이 옳다. (p. 59)

중국 문화는 ’부쟁不爭’과 ’불취不取’를 숭상한다. ’부쟁’을 추구하면 기존의 시장에 휩쓸리거나 얽매이지 않고 라이벌과 정면 승부해야만 한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긴 안목으로 시장의 규칙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수요를 연구하고 독보적인 사업을 개발해서 여유롭게 키울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경쟁을 피하고 시장의 빈틈을 찾아 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하면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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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드 라이징
롭 살코위츠 지음, 황희창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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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Young World Rising : How youth,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 are changing the world from the bottom up  


 

현재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부 국가들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존재조차 주목 받지 못한 문제투성이의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로 인식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급변하는 현 시대에 첨단기술과 기업가정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피라미드 구조와 같은 세계 질서 속에서 맨 밑바닥에 놓여 있던 이들 국가들이 점진적인 개혁, 경제 발전, 지역의 경계를 넘어선 비정부기구들의 지원, 원조국과의 협력 등으로 인해 더 밝은 미래로 향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p. 62)


띠지에 적힌 ’중국은 이미 늙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저자가 서문에도 밝히듯, 인도, 브라질, 남아공 같은 소위 말하는 "영월드 국가"들이 과연 일본이나 중국처럼 급부상할 수 있는지 아닌지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왜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21세기의 모습을 바꾸는 3가지 요인으로 젊은 세대, 첨단기술, 기업가정신을 꼽는다. 그런데 그는 소위 영월드에 속하는 국가들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영 월드 라이징 (Young World Rising)이다. 


영월드에 속하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

1.  젊은 세대의 영향력 증대

2. 첨단기술의 빠른 확산과 폭넓은 활용

3. 자국에 뿌리를 신생기업들의 급속한 증가



그런데 기술과 지식이 오픈 되고 자유로이 이동하는 시대를 사는 건 영월드나 올드월드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구의 노령화 문제는 의술의 발달과 출산율의 저하, 그리고 사회복지 체제와도 떨어뜨려 해석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노년층이 많아 그들을 부양하는데 막중한 부담과 의무를 갖는 사회보다야 청년층이나 중년층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참여해주는 사회(*인구통계학적 배당효과)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하겠지만 이제와 올드월드들의 인구분포도를 무슨 수로 영월드처럼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보다 중요한 건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소니, 도요타, 혼다와 같은 기업을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최근 수십 년간 예전과 같은 유능한 젊은 기업가들을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좋든 싫든 그들만큼의 위력을 가진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지난 몇 십년간 등장한 경우가 있었던가?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가는 중국 역시도 우려될 만한 수준의 고령화 사회로의 이전이 엿보인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은 물론이고 최근 등장하는 수많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CEO들은 거의 다 평균연령이 20대이다. 안철수 교수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강조하는 ’기업가정신’이 우리에게 절실한 이유가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우리에게도 인도의 수하스 고피나스 같은 젊은이가 필요하고, 어느덧 일류 회사로 성장한 영월드의 기업들 - 가나의 더소프트트라이브 theSOFTtribe, 아르헨티나의 글로반트 Globant, 인도의 인포시스 Infosys - 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절실하니 말이다.


하지만 영월드의 미래를 무한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핑크빛으로 그리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 국가들이 풍부한 젊은 세대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고, 첨단기술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도 근본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약한 경제 발전, 정치적·사회적 불안정, 개인과 단체 그리고 사회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한하는아무리 해도 된다!’ 고질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러한 짐들이다영월드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같은 시련들을 이겨내야 한다. (P. 31)’ 현재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중동 쪽도 그렇고 아시아쪽 영월드에서도 주기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것만 봐도 그들 국가들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렇다면 그저 몇몇 기업들이 부상하는 단계에 멈출 것인지 아니면 국가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을 넘어, 이제껏 주목한 적 없는 국가들의 경쾌한 도약의 움직임을 엿보며 국가적 차원은 물론이고 우리 개개인에게 부과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우리 안으로의 변화, 그리고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인도의 소셜 미디어 기업가이자 인터넷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는 샌디프 아마르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그에게서 미국의 유명연예인들부터 정치, 경제, 문화계 거물들의 이름을 듣게 됐다. 비단 인도뿐 아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개발도상)국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패션, 팝, 연예인들의 가쉽까지 속속들이 잘 아는 젊은 세대층이 형성되고 있단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인도의 국민배우와 인기 가수,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갖춘 운동선수들을 알겠는가? 선진국의 대중문화 속에 감춰진 헤게모니는 영월드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시켜나가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과 인도에 대해 거의 아는 없는 미국 사람들의 차이가 앞으로의 세상에서 어떠한 결과를 만들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P. 252) 그렇다면 딱히 선진국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 파급력이나 경쟁력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모자라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급성장하는 이때, 롭 샬코위츠가 자국민에게 들려주는 충고는 우리에게도 통할 것이다. 







출처: eface.in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인물은 인도의 수하스 고피나스 Suhas Gopinath. 마이크로소프트의 前FONT-FAMILY: 3028546_10; FONT-SIZE: 10pt">평범한 고등학생이던 그는 학교 공부보다 미국회사들의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에 열중했는데 그가 이루어낸 성공 스토리는 흡사 한 편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글로벌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 전자상거래, 모바일 솔루션을 고객사에게 제공하며 IT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그는 2008 다보스포럼 참석자 중 최연소 참석자가 됨과 동시에 2008년을 빛낸 젊은 기업가’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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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How to Steal a Dog)

바바라 오코너

Barbara O'Connor

2008(2007)

다산북스

 


국제독서협회 선정

2008년 '지구촌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책'

전미 도서관협회 선정

2007년 '올해의 좋은책'

스쿨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2007년 올해의 책

미국 학부모및 교사 단체

페어런츠 초이스 선정 '추천작'

전미 사회과 교육협회 선정

2008년 '주목할만한 책'

전미 아동도서협회 선정

2008년 '주목할 만한 책'

뱅크 스트리트 교육대학 선정

'2007년 올해 최고의 책'

 

 

아저씨한테 신조가

하나 더 있는데 듣고 싶냐?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p. 203)


 


 



Georgina may be homeless, but she's not hopeless.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말 그대로 개를 훔쳐서라도 돈을 마련해야만 했던

11살 소녀의 이야기이다.

 

머리로는 분명히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타인의 개를 훔치려 한 소녀의

행위를 비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왜  아이에게 작은 행운이라도 따르기를

바라게 되는지

  

숨겨놓은 개가 어디로 도망가 버리지는 않을지

같이 걱정하고, 무키 아저씨가 조지나의 거짓말을

주인에게 사실대로 말해버리지는 않을지

함께 고민하고, 급기야 이왕이면

조지나가 아예 부잣집 개를 훔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하고 만다.

 

2007년 발표된 가족소설이자 성장소설인 이 작품은

책 뒤 표지에도 쓰인 것처럼 여러 협회와 단체에서

올해의 좋은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몰락한 중산층, 가정의 붕괴, 그리고 이것이

어린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주인공 조지나의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흔히들 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를 보호해내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조지나의 엄마는 강하지 못하다.

사실 조지나의 엄마라고 해서 이 상황에 초연할 수
있을까? 조지나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도망가 버린 것이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같이 살자고 약속한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조지나의 엄마라고 해서 나이가 몇이나 될까?

기껏 해 봤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일  텐데...

어떻게 보면 딸보다 엄마가 더 막막하지 않을까?

아예 더 젊었거나 아예 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또 모를까, 중년여성에게 갑자기 닥친 이 위기의
무게는
내게도 다 아찔하다.

이 정도면 정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하필 경제는 최악이고, 일자리는
모자라 난리니 돈은 
대체 어디서 번단 말인가?

 

사유지에서 또 한 번 쫓겨나자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도 서러운 눈물을 숨기지 못한 채

"아무래도 내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며 우는 엄마의 모습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  



동시에, 주인공 조지나 역시 친한 친구에게 살던  

집에서 쫓겨나 다 찌그러져가는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마당에
아빠와 엄마를
비난하는 마음이
어찌  생
기지 않을 수 있겠나 싶어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옛날 TV드라마라면 엄마는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무엇이든 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보란 듯 살았을 텐데
.
아이는 철이 없거나
아니면 철이 너무 일찍 들어
한껏 의젓한 모습으로
눈물을 참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갔을 텐데.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내게는 그래서 짜증내고  

불평하는 조지나의 식구들이 한층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저 갑작스레 닥친 현실 앞에 무방비하게 쓰러져,

세상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끝없는 자기 연민과 비애에 빠지는 가 싶다가도,

어느새 저쪽 구석에서 으쌰하고 기운을 내보는,

완전하지 않기에 더욱 보듬어 주고픈

평범한 나와 이웃들의 모습 그대로니까.

 

소설 전반부가 개를 훔치기 위한 방법과 그 과정에  

충실했다면 후반부는 개를 훔치고나서부터의  

이야기에 치중했다. , 후반부는 조지나 스스로의  

내면 싸움에 초점이 맞춰진다. 개를 훔쳤다는  

제 안의 양심의 목소리를 과연 조지나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과정이 참으로 흥미롭다.   

 

마치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처럼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그 안에 분명 소중한 교훈도 담겨있다.

그저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팩트는 하나다.

"힘든 시간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조지나.

그건 변하지 않아.”(p. 247)

 


어린 소녀가 남의 개를 훔쳤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조지나가 왜 어떤 상황에서 타인의 개를 훔치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 또, 조지나 스스로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것도 안다.

 

어린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배우고

단지 외모만 보고 학교에서 친구를 따돌림  

시킨다거나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이 어떠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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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Inside WikiLeaks:
My Time with Julian Assange at the World's Most Dangerous Website
 
전 대변인이자 2인자가 최초로 공개하는 위키리크스와 비밀문서의 실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지난해 12월 말 튀니지에서 노점상을 하던 한 20대 청년이 머리에 기름을 붓고 자살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과일 노점상을 했던 그는 노점 단속에 나선 경찰에 의해 과일 수레가 부서지고, 과일마저 압수당하자 주정부 청사 앞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것이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한 청년의 죽음이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기 집권해온 대통령의 독재를 끝내는 데 있어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배후에는 단지 튀니지의 심각한 실업난과 빈부격차만 있던 것이 아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굳게 잠겨 있던 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에 대한 진실의 상자가 열렸다. 누구에 의해서? 바로 위키리크스에 의해서다  


당연히 튀니지뿐만 아니다. 미 정부의 입장에서도 위키리크스 또는 줄리안 어샌지(Julian Assange)는 그저 곤욕스럽기만 한 대상이 아니라, 영화로 치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며 따라다니는 전문 킬러가 따라 붙는 희생자 또는 영웅쯤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17일 영국의 텔레그라프(Telegraph)는 2008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원전의 내진기준이 낙후돼 있다며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는 점을 폭로했다. 물론 이번에도 위키리크스의 도움이었다.   


이 책은 위키리크스(WikiLeaks)의 대변인으로 초창기 멤버이자 소위 2인자로 불려오던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가 직접 밝히는 위키리크스의 내부 비밀과 실체를 담고 있다. 대체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0년간 해온 것보다 더 많은 특종을 3년 만에 생산해냈다는 위키리스크의 정체는 무엇이며, 대체 그 은회색의 머리칼을 가진 중년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른바 '2인자'로 불리며 갖은 설움과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의 1인자 줄리안 어샌지에 대한 토로에 가깝다. 그런데 문제는 '2인자'라는 꼬리표 그 자체다. 다시 말하면, 어샌지는 죽어서더라도 1인자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며, 돔샤이트 베르크도 마찬가지로 죽어서라도 2인자로 기억될 거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 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자들은 줄리안 어샌지에 대한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의 대응 - 일례로 둘 사이의 소소한 대화나 채팅까지 드러낸 것 -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긴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점이 흥미로웠다. 2인자가 1인자에 관한 객관적 진실이든 험담이든 공개적으로 늘어놓았으나, 대중에게는 그러한 부정적인 측면보다도 1인자의 마력 그 자체가 더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설사 2인자의 주장이 100 퍼센트 옳다고 해도, 이미 세상의 많은 이들이 줄리안 어샌지를 좋아하고, 또 일부에서는 그를 마치 체 게바라라도 되는 것처럼 영웅시하기까지 하니, 2인자의 주장이 쉽게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2인자가 오로지 객관적 사실(처럼 들리는 내용)만을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공개한다면 모르겠지만, 다니엘은 지난 세월 자신이 쏟아 부은 열정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처우와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줄리안 어샌지에 대한 부당함과 억울함을 덜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를 읽고 있으면 마치 '초딩'들의 대화라도 되는 것처럼(예를 들어, 어샌지가 그에게 주었다던 '눈에 거슬리는 태도 리스트'라던 가는 정말 황당하다) 상당히 유치하기까지 해서, 오히려 위키리크스 본연의 목적과 의도, 그리고 그 상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위키리크스의 기능과 그것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아끼고 좋아해온 이들에게 바로 그 점은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 틀림없다. 둘이 격의 없이 나눈 대화까지도 세상에 모두 공개해버린 그의 노력은 세상 어딘가에서는 한낱 '2인자의 넋두리' 또는 '치졸한 배신자의 값싼 변명'으로 치부될 여지가 있다. 세상은 미화된 영웅을 원하지, 결점 가득한 일반인의 '영웅짓거리'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 
 

아울러 2인자가 바라보는 1인자의 모습이라는 것이 애당초 그 시작부터가 자칫하면 부당함에 대한 마땅한 고발이 아니라 자격지심으로 내비칠 수 있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인자가 1인자와 함께 하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동일한 컨셉의 대상(오픈리크스)을 만들었다는 점과, 둘 사이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기술한 점 자체가 고운 시선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거란 우려가 든다. 진실이야 어찌됐건 일단 어샌지가 스웨덴에서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과 젊다 못해 어린 여성을 밝힌다는 점 등은 어샌지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부당함이나 부패에 대한 고발이라기보다는 '가십'을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져 그마저 파장이 약할 것도 같다.
 

 
아무쪼록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가 오픈리크스를 계기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던져 버리고 진정한 1인자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신이 오픈리크스에 대해 소개한 것처럼, 딱 그렇게만. '오픈리크스는 깨어있는 인프라구조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일하는 엔지니어다. 우리는 결코 스스로를 미디어스타나 세계 구원자로 여기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밋밋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다.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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