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ina may be homeless, but she's not hopeless.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말 그대로 개를 훔쳐서라도 돈을 마련해야만 했던
11살 소녀의 이야기이다.
머리로는 분명히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타인의 개를 훔치려 한 소녀의
행위를 비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왜 아이에게 작은 행운이라도 따르기를
바라게 되는지…
숨겨놓은 개가 어디로 도망가 버리지는 않을지
같이 걱정하고, 무키 아저씨가 조지나의 거짓말을
주인에게 사실대로 말해버리지는 않을지
함께 고민하고, 급기야 이왕이면
조지나가 아예 부잣집 개를 훔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하고 만다.
2007년 발표된 가족소설이자 성장소설인 이 작품은
책 뒤 표지에도 쓰인 것처럼 여러 협회와 단체에서
‘올해의 좋은 책’과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몰락한 중산층, 가정의 붕괴, 그리고 이것이
어린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주인공 조지나의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흔히들 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를 보호해내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조지나의 엄마는 강하지 못하다.
사실 조지나의 엄마라고 해서 이 상황에 초연할 수
있을까? 조지나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도망가 버린 것이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같이 살자고 약속한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조지나의 엄마라고 해서 나이가 몇이나 될까?
기껏 해 봤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일 텐데...
어떻게 보면 딸보다 엄마가 더 막막하지 않을까?
아예 더 젊었거나 아예 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또 모를까, 중년여성에게 갑자기 닥친 이 위기의
무게는 내게도 다 아찔하다.
이 정도면 정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하필 경제는 최악이고, 일자리는
모자라 난리니 돈은 대체 어디서 번단 말인가?
사유지에서 또 한 번 쫓겨나자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도 서러운 눈물을 숨기지 못한 채
"아무래도 내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며 우는 엄마의 모습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동시에, 주인공 조지나 역시 친한 친구에게 살던
집에서 쫓겨나 다 찌그러져가는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마당에 아빠와 엄마를
비난하는 마음이 어찌 생기지 않을 수 있겠나 싶어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옛날 TV드라마라면 엄마는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무엇이든 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보란 듯 살았을 텐데. 아이는 철이 없거나
아니면 철이 너무 일찍 들어 한껏 의젓한 모습으로
눈물을 참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갔을 텐데.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내게는 그래서 짜증내고
불평하는 조지나의 식구들이 한층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저 갑작스레 닥친 현실 앞에 무방비하게 쓰러져,
세상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끝없는 자기 연민과 비애에 빠지는 가 싶다가도,
어느새 저쪽 구석에서 “으쌰”하고 기운을 내보는,
완전하지 않기에 더욱 보듬어 주고픈
평범한 나와 이웃들의 모습 그대로니까.
소설 전반부가 개를 훔치기 위한 방법과 그 과정에
충실했다면 후반부는 개를 훔치고나서부터의
이야기에 치중했다. 즉, 후반부는 조지나 스스로의
내면 싸움에 초점이 맞춰진다. 개를 훔쳤다는
제 안의 양심의 목소리를 과연 조지나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과정이 참으로 흥미롭다.
마치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처럼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그 안에 분명 소중한 교훈도 담겨있다.
그저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팩트는 하나다.
"힘든 시간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조지나.
그건 변하지 않아.”(p. 247)
어린 소녀가 남의 개를 훔쳤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조지나가 왜 어떤 상황에서 타인의 개를 훔치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또, 조지나 스스로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것도 안다.
어린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배우고
단지 외모만 보고 학교에서 친구를 따돌림
시킨다거나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이 어떠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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