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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드 라이징
롭 살코위츠 지음, 황희창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Young World Rising : How youth,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 are changing the world from the bottom up
현재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부 국가들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존재조차 주목 받지 못한 문제투성이의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로 인식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급변하는 현 시대에 첨단기술과 기업가정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피라미드 구조와 같은 세계 질서 속에서 맨 밑바닥에 놓여 있던 이들 국가들이 점진적인 개혁, 경제 발전, 지역의 경계를 넘어선 비정부기구들의 지원, 원조국과의 협력 등으로 인해 더 밝은 미래로 향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p. 62)
띠지에 적힌 ’중국은 이미 늙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저자가 서문에도 밝히듯, 인도, 브라질, 남아공 같은 소위 말하는 "영월드 국가"들이 과연 일본이나 중국처럼 급부상할 수 있는지 아닌지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왜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21세기의 모습을 바꾸는 3가지 요인으로 젊은 세대, 첨단기술, 기업가정신을 꼽는다. 그런데 그는 소위 영월드에 속하는 국가들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영 월드 라이징 (Young World Rising)이다.
영월드에 속하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
1. 젊은 세대의 영향력 증대
2. 첨단기술의 빠른 확산과 폭넓은 활용
3. 자국에 뿌리를 둔 신생기업들의 급속한 증가
그런데 기술과 지식이 오픈 되고 자유로이 이동하는 시대를 사는 건 영월드나 올드월드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구의 노령화 문제는 의술의 발달과 출산율의 저하, 그리고 사회복지 체제와도 떨어뜨려 해석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노년층이 많아 그들을 부양하는데 막중한 부담과 의무를 갖는 사회보다야 청년층이나 중년층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참여해주는 사회(*인구통계학적 배당효과)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하겠지만 이제와 올드월드들의 인구분포도를 무슨 수로 영월드처럼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보다 중요한 건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소니, 도요타, 혼다와 같은 기업을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최근 수십 년간 예전과 같은 유능한 젊은 기업가들을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좋든 싫든 그들만큼의 위력을 가진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지난 몇 십년간 등장한 경우가 있었던가?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가는 중국 역시도 우려될 만한 수준의 고령화 사회로의 이전이 엿보인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은 물론이고 최근 등장하는 수많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CEO들은 거의 다 평균연령이 20대이다. 안철수 교수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강조하는 ’기업가정신’이 우리에게 절실한 이유가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우리에게도 인도의 수하스 고피나스 같은 젊은이가 필요하고, 어느덧 일류 회사로 성장한 영월드의 기업들 - 가나의 더소프트트라이브 theSOFTtribe, 아르헨티나의 글로반트 Globant, 인도의 인포시스 Infosys - 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절실하니 말이다.
하지만 영월드의 미래를 무한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핑크빛으로 그리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 국가들이 풍부한 젊은 세대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고, 첨단기술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도 근본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약한 경제 발전, 정치적·사회적 불안정, 개인과 단체 그리고 사회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한하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고질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러한 짐들이다. 영월드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시련들을 이겨내야 한다. (P. 31)’ 현재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중동 쪽도 그렇고 아시아쪽 영월드에서도 주기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것만 봐도 그들 국가들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렇다면 그저 몇몇 기업들이 부상하는 단계에 멈출 것인지 아니면 국가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을 넘어, 이제껏 주목한 적 없는 국가들의 경쾌한 도약의 움직임을 엿보며 국가적 차원은 물론이고 우리 개개인에게 부과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우리 안으로의 변화, 그리고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인도의 소셜 미디어 기업가이자 인터넷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는 샌디프 아마르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그에게서 미국의 유명연예인들부터 정치, 경제, 문화계 거물들의 이름을 듣게 됐다. 비단 인도뿐 아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개발도상)국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패션, 팝, 연예인들의 가쉽까지 속속들이 잘 아는 젊은 세대층이 형성되고 있단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인도의 국민배우와 인기 가수,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갖춘 운동선수들을 알겠는가? 선진국의 대중문화 속에 감춰진 헤게모니는 영월드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시켜나가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과 인도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미국 사람들의 차이가 앞으로의 세상에서 어떠한 결과를 만들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P. 252) 그렇다면 딱히 선진국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 파급력이나 경쟁력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모자라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급성장하는 이때, 롭 샬코위츠가 자국민에게 들려주는 충고는 우리에게도 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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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face.in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본 인물은 인도의 수하스 고피나스 Suhas Gopinath다. 마이크로소프트의 前FONT-FAMILY: 3028546_10; FONT-SIZE: 10pt">평범한 고등학생이던 그는 학교 공부보다 미국회사들의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에 열중했는데 그가 이루어낸 성공 스토리는 흡사 한 편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글로벌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웹, 전자상거래, 모바일 솔루션을 고객사에게 제공하며 IT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그는 2008년 다보스포럼 참석자 중 최연소 참석자가 됨과 동시에 ’2008년을 빛낸 젊은 기업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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