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금술의 비밀
진롱 지음, 김락준 옮김 / 지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5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중국 연금술의 비밀



'중국인의 연금술은 돈을 버는 기술이며, 산업 전반에 관한 전략이자 처세의 도리이다.
또한 수신의 철학이요, 하늘과 사람이 하나되는 위대한 사상이다.' (머리말 중에서)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하면 으레 떠오르던 ’짝퉁’이나 ’저가, 저품질’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어느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중국 대표기업과 기업인들의 이름이 자연스레 외워진다. 이 책에는 오랜 중국의 역사 속에서 상업적으로 뛰어난 재능과 수완을 보인 대표적 인물들(백규, 호설암, 리자청, 궈타이밍, 왕용칭 등)을 중국고전(논어, 주역, 도덕경에서부터 사기에서 손자병법에 이르기까지)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 유명한 인물들과 그들의 일화, 그리고 여러 유명한 고전과 그들이 남긴 어록, 잡지에서까지 발췌한 다양한 글들은 내가 워낙에 중국 자체와 친숙하지 않았었기 때문인지 재미있게 읽힌다. 물론 이런 류의 도서에서 발견되는 구성상의 태생적 어려움을 이 책 역시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어 약간 아쉽지만.

부의 제국을 이룬 중국 거부들의 비밀

1. 조화와 인애를 중시하는 정신
2. 유교의 사람됨과 장사꾼의 계산력
3. 지용인강(智勇仁强)
4. 일을 계획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다.  

중국 연금술의 비밀은 물론 ’중국’만의 ’비밀’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상인들의 상술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 많은 비법들로는 ’박리다매 고객지상주의, 인재 채용, 소통, 창조력, 틈새시장 공략, 리더십, 검소 및 절약, 역발상 사고 등’이 있는데 전혀 새로운 비법이나 비밀이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떨쳐낼 수 없던 생각은 이런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 그 자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까지도 일본의 유수기업들의 성공사례 및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CEO들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책들도 부지기수로 등장했었는데, 이제 세계의 판세가 정말 달라지긴 달라지나 보다. 중국의 경제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고, 중국의 정치체제가 어떻든 앞으로 중국은 세계적으로 점점 더 그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이런 입장에서 쓰인 책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 그것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유교(문文,행行, 충忠, 신信)와 인애 정신이다. 그러나 ’유교의 가르침과 장사꾼의 계산력을 겸비하면 세상이 변해도 그릇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지닐 수 있다.’는 오랜 가르침을 모든 중국인들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멜라민 분유 파동도 그렇고 넣어선 안 되는 물질을 넣어 유통판매한 여러 크고 작은 문제들은 중국의 기본 사상을 보란 듯이 무시한, 말하자면 세상이 변해 그릇된 유혹에 흔들린,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그 긴 역사와 뛰어난 가르침을 그렇게 폄하시키거나 훼손시키며 스스로 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중국의 연금술은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반대로 그 가르침과 정신을 중시한다면 어느 노벨상 수상자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21세기에 당당하게 살아남다 못해 최강자로 우뚝 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역사적인 이유로 뒤늦게 시장경제와 국제화 시대에 뛰어든 중국이라지만 그들의 상업적 후각은 익히 잘 알려진 바 아닌가?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과 노동력이 뒷받침하는데 말이다.  


 

중국의 오랜 가르침에 따르면, 부는 바르게 쌓아야 하고, 그렇게 쌓은 부는 반드시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작년 9월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중국을 방문해 50여명의 중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부의 중요성을 설파해 세계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인애 정신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착하고 바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다음, 그 부를 공공의 선을 위해 쓰고자 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까? 그날 만찬에 모인 중국 기업인들 중에서 ’중국의 빌 게이츠’와 ’중국의 워렌 버핏’이 등장할 런지 이 또한 흥미롭다.

유가의 대표적 인물인 맹자는 ’궁칙독선기신, 달칙겸선천하窮則獨善基身, 達則兼善天下’ 의 관점을 제시했다. 이 말의 미덕은 기원전 300년부터 지금까지 대대로 중국인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어려움에 처해도 개인의 수양을 그만두지 않고 가슴에 천하를 품어야 하고, 형편이 좋으면 능력이 닿는 대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p. 26)


인의仁義란 핵심적 도덕이요, 상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의롭지 않은 돈은 재앙의 근원이므로 아예 처음부터 벌지 않아야 한다.
이윤은 합리적인 통로를 통해서 남을 해치지 않고 대의에 어긋나지 않게 추구하는 것이 옳다. (p. 59)

중국 문화는 ’부쟁不爭’과 ’불취不取’를 숭상한다. ’부쟁’을 추구하면 기존의 시장에 휩쓸리거나 얽매이지 않고 라이벌과 정면 승부해야만 한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긴 안목으로 시장의 규칙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수요를 연구하고 독보적인 사업을 개발해서 여유롭게 키울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경쟁을 피하고 시장의 빈틈을 찾아 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하면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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