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 현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1.

나는 틈만 나면 눕는다. 음악도 안 듣고 누워서 주로 눈을 감고 있거나 덜 피곤하면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다. 이런 말을 주변에 하면 비웃음을 듣을 뿐이다. 잘 때 외에는 누워있는 걸 못 참는데 사람들한테 더더욱 나는 요상한 사람. 누워있는 걸 몹시 좋아하건, 실은 저질체력이 한 몫한다. 팔다리 힘이 다 빠지고 등은 중력의 법칙을 따라서 자꾸자꾸 바닥으로 내려가길 원한다. 늘 누울 상황이 펼쳐지지 않기에 직립보행인으로 있어야하는 시간이, 자주 고통스럽다. 근력의 문제라고 보고 운동을 한지 꽤 되지만 기본 체력과 기본 정서는 누워있는 걸 격하게 애정한다.

 

2.

누워있길 좋아하는 내게 <눕기의 기술>이 나왔다는데 읽어봐야지, 암. 누워지내는 데 대한 주변의 공감은 커녕 비웃음을 받아온 터라 이 책을 펼치면서 눕기에 대한 어떤 정서적 공감을 기대했다. 하지만 책은 누을 수 있는 가구, 침대, 의자 등등의 사회문화사에 가깝다. 사회문화사란 접근법까지는 괜찮은데 저자의 서술방식이 갈팡질팡해서 몹시 산만한다. 주로 가구에 대한 인체와 과학적 상관관계를 나열하다가 불쑥 어느 철학자, 작가가 눕기에 대해 한 말을 끼워넣는다. 그래서 뭥미?하게 하는 문장들이 갑툭튀 느낌.

 

3.

침대의 기능성과 특히 편안한 의자에 관심이 많다. 아니 내 정신보다는 허리나 엉덩이가 편한 의자를 더 금방 알아본다. 편한 의자의 원리를 글로 읽는 건 좀 아닌듯. 내가 가구 제작자도 아니고 난 내 허리와 엉덩이를 더 믿으니까ㅋ

 

4.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책 전체가 갈팡질팡하게 된 듯. 부제가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이라서 게으름을 찬양하는 이야기라고 기대하고 주문했으나 별로 그렇진 않다. 물론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눕는 것이 얼마나 귀족적이고 신성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연대기적 고찰이 있긴 하지만 가구 만들기처럼 구색을 맞추기 위한 역사 다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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