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느리게 걷기 두 도시 이야기 1
최병서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1. 오랜만에 파리에 간다. 한때 체류했던 곳이라 지리적 면에서는 익숙하지만 이번에 몇 일만 머물거여서 파리에서 가서 뭘 해야하나 막연했다. 관광지는 모두 빼고 익숙했던 라탱지역을 그냥 걸어봐야지 했다가, 또 언제 파리에 갈 지 모르니까 아무리 짧아도 무언가 목적이 좀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 책 저 책 뒤적였다. 몇 달을 체류할 당시 권태 속에서 아침을 맞이하곤했는데 막상 가기 힘든 곳이 되니 모든 게 흥미로워보인다. 과거는 다 아름답다고 했던가. 집 구하느라 고생했던 기억까지도 다 축복이었던 것처럼 아련하다. 부재하는 것에 대해 솟아나는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은 진리.

 

2. 서점 여행 코너에 보면 요즘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물론이고 여행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 열이면 아홉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여행 기회가 많아지면서 굵직한 관광지 외에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심리가 생긴다. 더구나 우리 현실상 휴가가 짧고 제한적이어서 욕심은 더 늘어난다고나 할까. 심심찮게 보이는 게, 느리게 걷기, 도시의 속살 체험해보기, 등등이다. 나도 이런 책들을 펼쳐보면서 관광청에서 하는 안내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만의 눈으로 보는 도시는 어떤가, 이 사람은 어떤 관점으로 봤나 내 생각과 대조해 보곤 한다. 

 

3. 이 책은 좀 산만하게 쓰여있긴 하지만 미덕이 더 많다. 지중해와 이슬람 문화 책을 주로 쓰는 이희수 교수랑 비교하게 되는데 이희수 교수는 감성이 빠진 기본 안내서 밖에는 못 쓴다. 이 책 저자는 파리라는 도시에 맞춰 기본적으로 풍부한 감성을 소유한 거 같다. 물론 이따금씩 등장하는 꼰대같은 기질이 보이긴 하지만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도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파리, 아니 프랑스 전체가 카페 문화가 발달해서 아무래도 카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부럽게도, 저자는 이 책을 파리 카페들에서 썼다고 한다. 인문학적 소양으로 파리의 골목들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내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가 말했듯이 파리지앵이 있어 파리가 파리스럽다. 골목들 이름이 작가들, 사상가들로 채워져있어서 골목과 작가, 사상가를 저절로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이걸 저자는, 문화국가 엘리트주의란 말을 표현했다. 실제로 파리의 문화는 대체적인 규격이 있는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엘리트화를 했다고. 맞는 말이기도한 거 같고. 몽마르트를 찾는 사람들의 수가 일 년 내내 끊이지 않는 이유가 가난한 예술가들의 흔적을 더듬고싶기 때문일 거다. 지금은 번잡한 관광지일 뿐이고 이 번잡함만 보고 몽마르트에 대한 기대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뒷길로 돌아가면 관광지와는 별세계처럼 한적하고 '사색'이란 걸 하며 잠시 예술가 흉내를 내볼 수도 있다. 그 길이 어딘지를 알려면 작가들이나 화가에 대해 알아야하겠지만 현대인이 어디 그럴 시간이 있나. 다행히도 이런 걸 백과사전식으로 알려주는 책들이 많진 않지만 조금 있다. 이 책은 관광 일반 정보와는 조금 다른 정보를 찾는 이한테 좋은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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