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혁명 - 통증, 마음이 보내는 경고
존 E. 사르노 지음, 이재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부터 고백할 내용은 참담하지만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좀 적어보겠다. 3년 전부터 목, 허리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어깨 통증까지 찾아왔다. 나는 신체의 자연 치유력을 믿는다. 그러나 믿음은 믿음이고 나는 모순된 행동을 한다.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러저러한 검사를 하고 척추, 관절로 이름난(실제로 명의라기 보다는 광고로 그 병원 브랜드를 믿게 만드는) 양방, 한방 병원을 전전했다. 근육인대 주사도 맞고 근육인대 강화를 위한 한약도 꽤 오래 복용했지만 치료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통증은 잦아들다가도 다시 찾아오곤 했다. 얼마 전에 멜라니 선스트럼이 쓴 책에서 통증은 인지 영역이란 말에 심리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mri상으로 내 증상은 정상적인 퇴행과정이었다. 즉 지극히 정상이란 말이다. 의사들은 여기에 덧붙이기를 좋아했다. 지금은 젊어서 괜찮지만 나이들면 목, 허리 디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병원을 전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의사들마다 소견이 조금씩 다르며 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론적 치료법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치료법과 증상이 맞는 사람은 낫고 의사의 치료법과 증상이 맞지 않으면 낫지 않는 것이다. 환자의 증상은, 의사들한테 치료법을 구사하는데 필요없는 정보인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에 통증 치료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카이로프랙틱 중 sacro-occipital technique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다. 척골(꼬리뼈)와 후두골의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데 스포츠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3일을 연속해서 받았는데 첫날은 통증이 다 사라져 몸이 날아가는 듯 싶더니 둘째날은 그저그렇고 세째날은 몸살이 났다. 그리고는 다시 통증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듯싶었고 이번 주 월요일은 그저 그랬다. 내일 예약이 되어있는데 안 가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 통증은 긴장성근육통증후근TMS=tension myositis syndrome이다. 물론 내가 내린 병명이다.ㅋ 내 경우는 경솔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정밀 검사와 치료 후라 이렇게 자가 진단해도 별 무리 없어 보인다.

 

TMS의 요는 이렇다. 무의식 속에 불안과 분노를 지니고 있는데 표출하거나 인정하지 않아서 뇌가 신체로 주의력을 돌리기 위해 맵핑mapping하는 거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무의식 속에 찌그러져 있는 분노와 불안을 들여다보고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즉 내 의식이 무의식을 끄집어내서 뇌가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그릇된 맵핑을 내가 의식적으로 다시 맵핑하면 된다. 저자가 재활의학과 교수라 헛소리는 아닌 것처럼 들린다. 저자의 의학 지식을 빌리자면 신경 이상이 있으면 마비가 오지 통증이 오진 않는단다. 나는 정보를 대체적으로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라 활자화된 정보는 의사의 말보다도 더 도움이 된다. 어깨에 통증이 있어도 팔을 움직이는데는 문제가 실제로 없단다. 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건 두려움 탓이란다. 어제 오늘, 병원 대신 수영장으로 가서 실험을 했다. 어제는 이 책을 다 읽기 전이라 조금 두려웠지만 오늘은 확신을 가지고 평영을 했다. 처음에는 역시 좀 망설였지만 십 분 쯤 후 내 사악한 무의식의 뇌와 싸우고 팔을 정상 각도로 휘둘렀다. 정말 통증은 참을만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증상 모두가 내게 해당하는데 특히 자세근, 꼬리뼈부터 엉덩이, 척추, 경추가 앉기만하면 쓰라리거나 말로 할 수 없는 찌릿한 불쾌한 통증이 있어왔다. 이상한 건 일할 때는 모든 신경이 통증에 가 있는 거 같은데 주말에 친구들을 만날 때면 통증을 잊고 집에 오는 길에 내가 오늘 안 아팠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는 점이었다.

 

성형외과가 강남역이나 압구정역 중심으로 성업 중이라면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성업 중이다. 월요일 아침 병원 대기실은 하얀 머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 차 있다. 나도 가끔 섞여있었고. 저자가 지적하듯이 의사들은 엑스레이나 엠알아이 결과에 의존해 신경차단술을 권하고 시술을 받으면 얼마 동안 괜찮지만 또 통증은 재발해서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모든 의사들이 올바르지 못한 자세를 꼽지만 환자의 심리는 돌보지 않는다. 따라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한테는 기계 따위가 보여 줄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도 의대에서 가르쳐야한다! 저자는 자신의 논문을 의학계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종의 미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저자처럼 인체의 무한한 능력을 믿는다. 암인데 병원을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검사로도 별 병이 나타나지 않는데 통증이 계속 된다면 한번 쯤 TMS를 의심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현대 의학은 인체의 극히 일부만을 알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 요즘 병원들은 통증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극 활용해서 정상인 사람한테도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것을 권한다.  건강염려증도 현대인의 덕목으로 만들어놓고 마케팅하는데 의학적으로 무지한 환자들이 가상의 위험에 겁에 질려 포로가 되버린 거 같다. 부끄럽지만 나는 전형적인 의학 마케팅의  포로고.

 

아무튼 어제보다는 오늘 훨씬 통증이 줄었고 앞으로 내 힘으로 통증을 퇴치할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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