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어떤 오후
정영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읽고나서 리뷰를 쓰기 전에 꾸물거리게 되는 책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희미한 경계를 모자이크처럼 나열하고 있는데, 이거 묘하다. 문장 속에서 외로움이 온전히 전해져 온다.   

일인칭 서술체고 익명이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연과 생물 묘사이다. 정영문 작가가 글이란 돋보기로 확대하고 있는 게 사람이 아닌 생물, 즉 사소하고 배제된 것들을 환기시키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 게다가 모든 확신에 찬 예측과 정보가 주류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불확신에 찬(?) 어조는 낯설고 오히려 배짱도 두둑해 보인다.  확신에 차지 못한다는 걸 확신에 찬 어조로 표현하는 방법. 자신의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처럼 거리두는 기법으로 일반화하는 것 같은 착각.

"현실로부터 벗어나 있다기 보다는 현실에서 비껴나 있는 곳에 우리의 현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 어떤 현실보다도 우리에게는 실제적인 것이었으며, 우리는 현실을 시시하게 만드는 것을 다름아닌 시시한 현실주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추억의 한 방식> 중

같은 표현은 전 작품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딱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거나 웃음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독특함 속에 녹아있는 세계관에 고개를 끄덕이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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