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영문과 친구랑 같은 수업듣고 이왕이면 부전공도 하자는 욕심에 영문과 수업을 23학점 들었다. 영문과는 영어 좀 안다고 타과생이 들으면 큰일난다. 교수님들이 싫어한다. 영문과는 문학을 논하는 학문이고 그 중에 영어라는 언어권에 있는 작품을 논하는 학문인데, 내가 욕심이 과했다. 그래도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전공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영어발달사>는 어려워서 그 중 제일 기억에 남고, 포크너의 소설 <The bear>, 윌리엄 블레이크의 영시 수업도 그렇다. 못알아들어도 열심히는 해서 학점도 그럭저럭 땄다. 그때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김혜영 선생님의 이 책이 나왔을때 읽고 싶었다. 한국어로도 시보다 산문을 더 좋아하는데 영시를 왜 읽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왠지 몇 편이라도 읽어보고 필사하고 싶었다. 영어 써본지가 언제인지^^다행히 이 책은 시 반, 산문 반이다!ㅎㅎ 부산일보에 칼럼으로 연재하셨던 글이라 산문은 매우 친절하고 시의성있다. 오늘 아침, 본토 영시는 미루고 차학경과 캐시 박 홍의 이민자 한국 여성의 이야기와 시를 읽어보았다. 폭력은 도처에 있고 어떻게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어제 선생님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를 위해 잠시 기도도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윌리엄 워즈워스도, 메리 올리버도, 루이즈 글릭도 한 편씩 영어와 번역으로 읽어보면 그간 잊어버렸던 영어의 운율을 살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 처럼 ˝죽음이 있어 더 고귀하게 빛나는 삶의 찬란함을 매 순간 누릴˝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겠다.#영미시의매혹#김혜영#무슨책읽어
˝모든 예술은 통하고 철학으로 향한다.˝내가 누누히 생각하던 바인데, 음악과 이미지를 연결해 통섭하는 아름다운 책이 출간되었다. Juliana Park 저자는 서문에서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월급날 LP를 사오시는 장면을 회상한다. 이런 아버지가 계셨기에 미술을 전공하는 저자가 음악도서관을 열심히 드나들었고, 자연스럽게 이런 주제가 잡히지 않았을까 싶다. 진짜 부러웠다! 이 책은 솔직히 학술서에 가깝다. 스토리기반의 문학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매력적인 문체는 아닐지라도, 음악이라는 주제와 책 속의 이미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책의 만듦새도 이에 지지않게 겉과 속 모두 완벽하였다. 내지 종이가 번들거림 없이 이미지가 착붙하여 재질과 그램수가 뭔지 궁금할 정도이다.57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한꺼번에 다 읽겠다고 덤비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하지만 옆에 두고 쓰담으면서 한 쳅터씩 읽어보면, 미술관에 가면 악기가 보일 것이고 음악을 들으면 이미지나 색깔이 보일 것이다. 이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책은 세상에 많지 않다. #음악과이미지#박찬이#풍월당#무슨책읽어
저자가 꼭 정독하라는 첫 장을 읽어봤는데, 다 알아듣겠다. 피아노 치는 보람있네! 다음 장도 쭉쭉 나가보겠음. 2장은 하나도 이해가 안간다. 그냥 넘어가자... 이 분 전공이 공학자임이 확실!ㅎㅎ 소리의 파동 그래프 나오는 순간 얼음으로 멈춤^^그래도 한 장씩 잘 읽어나가고픈 교과서같은 소중한 책이다.#나는철저한문과생#클래식의클래식#이영록#무슨책읽어
우선 구경희 쌤 글만 먼저 읽었다. 세상에 수만가지 일이 있는데, 하나의 일을 30년 이상 한다는 건 복된 일이기도 하고 슬픈(?)일이기도 하다. 복되다는 건 일에 있어서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공이 생긴다는 점이고, 슬프다는 건 하나밖에 못해봐서 다른 건 경험해보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구쌤은 한 분야에서 복된 업력을 쌓으셨다.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로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을 대할때 그녀의 진심이 보태어졌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입시라는 치열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돕는 일... 글에 다 쓰지못한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짐작도 다 못하겠다. 한편으로 한 달 후 입사 30년이 되는 나의 직장생활도 돌아보게 되었다. 한 직장이어도 부서가 바뀔때마다 매우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희안한 회사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어떤 일을 하건 일하는 여성은,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동지애가 생긴다. 요즘에야 일가정양립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내가 살아온 세월엔 가정보다 일인 여성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함께 살아남은 동지로서 무한한 전우애를 느낀다! 필승!!^^#그일을하고있습니다#다양한직업소개#구경희#정지우#무슨책읽어
이 책은 서문(들어가며)부터 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 개인적인 기억이 떠올라서...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300여평의 자료실이 존재하던 시절, 정사서로 입사했다. 50년도 더 된 책들의 냄새를 매일 맡으며, 서가에 십진분류법으로 질서를 부여하던 사서였다. 대학을 갓졸업한 초년생에게 자료실 일은 루틴하고 만나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 매일 저녁 누구랑 놀까만 생각하던 철부지였다. 2000년 즈음 인터넷이 생기고 자료가 DB화 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이 있었고 사옥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이사를 간다고 했다. ˝이 도심에 이만한 평수가 얼마인데 책을 쌓아놓냐˝는 새로오신 회장님의 말씀에 이사를 계기로 자료실은 없어졌다. 지키고 싶은 고서도 꽤 있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속상함 반, 탈출의 기쁨 반...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타 부서로 전출되어 새로운 일에 전념하는 척(!) 하였다. 잊으려 애썼던 이 때의 일이 생각났다. 나는 하나의 우주를 없애버린 나쁜 년이었구나 싶어 슬펐다. 이유는 수백가지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수십년 쌓은 자료를 분쇄한 책임이 있었다. 인쇄된 글은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글로 읽히기도 한다. 이 책의 서문이 그러했다. 도서관 파괴자였던 나의 과거가 슬프게 되살아났다. 내 속에 그 책들의 한탄이 안타까움으로 남겨졌는지, 몇 십년간 나의 책들을 모아모아 #소소재 를 만들어 월세살이를 하며 사적인 책의 무덤을 구축하였는지도 모른다. 김유태 기자가 소개한 ‘나쁜 책‘들은 들어보지 못한 책이 더 많다. 서너권 읽어보았다. 한국소설 위주로 읽었기에 외서의 독서량은 많지 않다. #옌렌커 의 <해가 죽던 날>이 있는데, 다음 책으로 읽어보아야겠다. 당신의 한 시절이 나의 책장에서 생생한 현재로 간직될 것이다. #나쁜책#금서기행#김유태#글항아리#무슨책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