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문(들어가며)부터 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 개인적인 기억이 떠올라서...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300여평의 자료실이 존재하던 시절, 정사서로 입사했다. 50년도 더 된 책들의 냄새를 매일 맡으며, 서가에 십진분류법으로 질서를 부여하던 사서였다. 대학을 갓졸업한 초년생에게 자료실 일은 루틴하고 만나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 매일 저녁 누구랑 놀까만 생각하던 철부지였다. 2000년 즈음 인터넷이 생기고 자료가 DB화 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이 있었고 사옥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이사를 간다고 했다. ˝이 도심에 이만한 평수가 얼마인데 책을 쌓아놓냐˝는 새로오신 회장님의 말씀에 이사를 계기로 자료실은 없어졌다. 지키고 싶은 고서도 꽤 있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속상함 반, 탈출의 기쁨 반...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타 부서로 전출되어 새로운 일에 전념하는 척(!) 하였다. 잊으려 애썼던 이 때의 일이 생각났다. 나는 하나의 우주를 없애버린 나쁜 년이었구나 싶어 슬펐다. 이유는 수백가지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수십년 쌓은 자료를 분쇄한 책임이 있었다. 인쇄된 글은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글로 읽히기도 한다. 이 책의 서문이 그러했다. 도서관 파괴자였던 나의 과거가 슬프게 되살아났다. 내 속에 그 책들의 한탄이 안타까움으로 남겨졌는지, 몇 십년간 나의 책들을 모아모아 #소소재 를 만들어 월세살이를 하며 사적인 책의 무덤을 구축하였는지도 모른다. 김유태 기자가 소개한 ‘나쁜 책‘들은 들어보지 못한 책이 더 많다. 서너권 읽어보았다. 한국소설 위주로 읽었기에 외서의 독서량은 많지 않다. #옌렌커 의 <해가 죽던 날>이 있는데, 다음 책으로 읽어보아야겠다. 당신의 한 시절이 나의 책장에서 생생한 현재로 간직될 것이다. #나쁜책#금서기행#김유태#글항아리#무슨책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