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가끔 생각이 나곤 한다_13

 1
사랑은 그렇게 왔다.
얼음 녹는 개울의 바위틈으로
어린 물고기가 재빠르게 파고들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알 수 없는 차가움이
  눈을 투명하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발가벗은 햇빛이 발가벗은
물에 달라붙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수양버드나무의 그늘이 차양처럼
  물을 어둡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할 말 없는 수초가 말
잃은 채 뒤엉키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가라앉아도 가라앉아도
  사랑은 바닥이 없다.


 2
사랑은 그렇게 갔다.
미처 못다 읽은
책장을 넘겨버리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말하려고 입 벌리면
  더러운 못물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날아가며 남겨둔 여린
가지가 자지러지며 출렁이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꽃들은 예쁘게 피어났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이미 범람해버린 강물이
지루하게 제 수위를 회복해가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사랑이 어루만진 부위에
  홍수가 휩쓸고 간 잔해가 남았다.


 3
사랑은 그렇게 왔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기포가 떠오르고
말할 수가 없다.

             채호기, 사랑은






채호기 시인의 『수련』을 읽다보면,
내가 그 여름, 백련 앞에서 어떤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싶다.
그리고, 또한,
나는 그 백련 앞에서 맘껏 울지도 못하고, 차마 슬퍼하지도 못했음을.
너무 아름다워 그저 깊은 숨만 자꾸 들이키고 있었음을,
또박또박 기억하게 된다.





::: 20030809, 전남 무안 회산 백련지_OLYMPUS C-700uz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의 나는 나에게만 존재한다.
단절에서 오는 공허랄까.

이웃과 세상과의 의도적 단절,
가끔 그러면서 나의 정체성을 바로하곤 한다.
그럴때, 내가 흐려지고 탁해질때
TV 오락프로나 영화를 응시하며 즐기는데
오늘 걸려든 것이 Identity 이다.

나는 세상에 인식되는 몇몇에 사전정보를 거부한다. 특히 영화나 책, 음악 등 문화부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누구에게건 그 영화 재미있니,라거나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라는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그로인해 필요치 않을 편견에 사로잡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며 그 다음이 다른 이의 평가인 것을..

감동 받고 싶다면,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10점짜리 영화에 90점만큼의 점수를 주고 싶다면 그저 영화제목만 보고 관람하는 것이 요령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또는 일상의 건조함에서 걸려든 이 영화는 오랜 시간 나를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나였던 적이 있었을까, 그게 정말 나였을까. 하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icaru 2004-05-2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음..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음..아..(죄송합니다..버벅대서...)

김여흔 2004-05-2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언니님, 왠지 의미심장한 말씀인 듯 .. ^^
 

홍화씨님께서 2003-09-19일에 작성하신 "2003. 9. 15. 월요일 - 또 이사 하는 날, 다행이 날이 맑다."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아침부터 이삿짐을 날랐다. 트럭에 짐을 싣고 윗집으로 향했다. 일을 할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다들 너무나 지고지순한 열정으로 열심히 일한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염소를 묶어 두었던 곳의 거름을 치워서 한쪽으로 쌓았다. 옥수수가 심겨진 텃밭에 뿌리면 야채라도 쏠쏠히 키워 먹을 수 있겠다. 집 뒤에는 언덕 가파른 산이 막고 있고 약간 동쪽으로 얼굴을 틀고 있는 집은 차분한 기운이 가득하다. 젊은이 여럿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궁금한지 머리에 수건을 쓴 할머니 두 분이 호미를 들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살라고?” 노인들만 있는 시골 마을에 이사 온 젊은이들이 반가우신 모양이다. 이사 왔으니 여기서 오래 살라고 당부하시며 할머니들이 나가셨다. 오전 내내 짐을 정리하고 마무리 청소를 했다.

흥민 씨는 정말 짐이 많다. ‘짐맨’이라는 우스개 별명이 붙을 정도다. 민종 씨도 만만치 않은 ‘짐맨’이다. 혼자 사는 총각이 뭔 짐이 그리도 많은지... 꼼꼼한 살림꾼 냄새가 난다. 짐정리를 마치고 새집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우리들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일년에 20만원의 세로 든 집이지만 우리 마음대로 발을 뻗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들 홀가분한 모양이다.

저녁까지도 할 일은 많았다. 보일러 배관이 엉성해서 수리를 해야 했다. 온수는 안나오고 난방에도 이상이 있는 듯 하다. 시골에서 살려면 이런 모든 것을 잘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방은 아궁이가 있어 불을 땔 수 있는 방이다. 오후부터 불을 지폈는데 연기가 들이질 않는다. 오랫동안 불을 넣지 않은 방이라서 그런단다. 찬 기운과 습기가 다 빠져 나가려면 한나절은 불은 넣어야 한단다. 나무도 젖고 종이도 젖어서 이중고다. 몇시간이나 아궁이에 붙어 있어도 굴뚝으로 연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저녁이 다되어서야 겨우 굴뚝에서 여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당가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그곳에 파이프를 넣고 모터로 물을 올려서 먹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이 안 좋은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배관 이곳저곳이 막혀있는 듯 하다. 마당을 파고 배관을 찾아 모터를 다시 연결해야 했다. 이리 저리 부산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었다. 식사를 하고 바라본 마당은 한결 정리가 되어 개운한 기분이 든다. 어제 남은 막걸리를 마저 마시며 밤이 깊어 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홀씨(whole-see)님께서 2003-09-17일에 작성하신 "가장 낮은 들판, 들풀의 홀씨가 되어..."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새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깊은 우물,

녹슨 가마솥,

흙벽 뒷간,

너른 마당,

그리고 급하게 뒷산이 바짝 붙어있는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온 아홉난장이,

아니 사람들의 패거리(=공동체) 이름을

<풀씨네(Fullsee.net)> 로 정했습니다.





사람들의 호칭도,



저마다

홍화씨,

겨자씨,

불씨,

나무씨,

올리브씨,

피씨,

짚씨,

사과씨 등으로

부르기로 했지요.







나는, <풀씨>가 모두의 이름이 되는 바람에

<풀씨>에서 <홀씨(wholesee)>로

바꾸려고 합니다.



홀씨란,

' 포자(spore)와 같은 말이며, 하등 생물들의 무성생식 번식법의 수단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민들레는 고등생물로,

흔히 쓰는 '민들레홀씨'라는 말은 생물학적으로는 틀린 것이라고 합니다.





단지, 이때의 홀씨라 함은,

'홀로 외롭고 힘들어보일 듯 하지만,

(사실은) 꿋꿋하고 당당하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들판으로, 세상으로 날아가는 씨앗'이라는,

노래적인, 시적인 의미 정도가 될 듯 합니다.



그 '홀씨'가 되려고 합니다.



'가장 하등한(=낮은) 곳에서,

홀로 외롭고 힘들어보일 듯 하지만,

(사실은) 꿋꿋하고 당당하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들판으로, 세상으로 날아가는,

결국 모두와 전체를 내다보고,

모두와 전체를 위해,

싹틔우게 될 씨앗(=Whole-see)'.



꿈보다는 해몽이,

해몽보다는 실현(Dream, come true)이 중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INEW24 [이균성] 기자님의 사이버 원 코리아의 꿈, 네티즌에게 제안한다
===========================================================================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2004년 01월 16일


이기사는 지금 1월 16일 오후 7시 현재 www.inews24.co.kr 탑 메뉴로

[이균성 기자의 긴급 발의] "통일은 인터넷 부터"... 사이버 원 코리아 ]
로 실려 있습니다

"중국 역사에 고구려를 편입하려는 것에 유감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정신 고구려 유물을 잘 보존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만주 벌판을 주름잡던 활달하고 웅장한 기개를 가진 고구려의 자손들임을 우리 잊지 맙시다! 모쪼록 북조선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라도 잘 보존해 주시길!"

"모든 력사 자료는 고구려가 조선 민족의 자주 독립 국가였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였던 동방의 천년강성대국 고구려는 영원히 조선민족 력사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고구려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대화가 아니다.

남북의 평범한 네티즌이 인터넷으로 나눈 이야기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남측은 익명의 일반 네티즌이고, 북측은 최근 논란이 된 인터넷 사이트 주패(www.jupae.com)의 관리자다. 하지만, 그 또한 일반 직원이지 않겠는가.

어느 네티즌이 그런 것처럼, 기자도 그저 "가슴이 벅차온다". 냉전이 쌓은 반백년의 두터운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아닐는지, 해서…

'사이버 원 코리아(Cyber One Korea)'.

조금은 성급한 감도 있겠지만, 기자는 이들의 거리낌없는 만남과 대화가 '사이버 원 코리아'의 시발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방법론도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통일은 인터넷으로부터' 시작될 것만 같다. 기자는 그래서 이를 '사이버 원 코리아'라 부르고 싶은 것이다.

나아가 이참에 네티즌 모두에게 '사이버 원 코리아'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이는 꼭 필요한 것이다. 50년 이상 막혔던 벽이 한꺼번에 터지면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통일 독일에서 경험한 바 있고, 우리도 중국 조선족을 만나면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했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혼란을 줄이려면 당연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몇몇을 빼고, 우리 국민이 준비할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반 백년 이상 영 딴 삶을 살았던 북한 사람과 우리가 동질성을 회복할 방법이 인터넷 말고 어디에 있겠는가, 그 말이다.

'사이버 원 코리아'는 인터넷을 그야말로 인터넷답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통팔달 어디에고 통하지 않는 곳이 없는 그 인터넷.

당연히, 그 현실적인 대안은, 민감한 정치적인 요소가 있지 않다면, 남한 사람 누구나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그들과 교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북한 사람도 인터넷을 통해 우리를 만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내야 한다.

북한은 인터넷이 겨우 시작 단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라. 금강산 개발에 쏟은 어마어마한 자금을 바탕으로 북한의 인터넷 대중화 사업에 참여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모르긴 해도 우리 국민은 북한의 '껍데기(금강산)'만 쳐다보고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질감의 극복은 어차피 통일 한국의 몫이고, 인터넷은 모르긴 하되, 그 간극을 10년 이상은 좁혔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를 모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 이제 막 싹튼 남북 인터넷 교류에 찬물을 끼얹을 리 없다.

여러 차례 보도된 대로, 통일부는 주패 사이트가 우리 국민에게 주는 '가슴 벅차오는 감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사이트가 도박성이 있다는 이유로, "폐쇄"를 주장하고만 있다. 더구나 북측이나 이와 제휴한 한국 기업이 도박성이 있을 경우, 서로 논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자고, 여러 차례 제안을 했음에도, 통일부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 사업의 승인을 취소하는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이 시간 이후 언제라도 사업 승인을 취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묻고 싶다. 통일부는 꼭 그래야만 하는가. 지금 이 순간 수많은 네티즌이, 우리 국민이 주패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사이버 원 코리아'의 꿈을 담금질하고 있다. 하나 하나의 손길이 통일을 준비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네티즌이 한 글 두 글 만들어가고 있는 '사이버 원 코리아'가, 정녕 통일부에게는 이루지 못할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래도, 네티즌은, '사이버 원 코리아'의 꿈을 꿀게 분명하다.

[참여합시다!]

네티즌 여러분 모든 게시판에 릴레이로 옮겨서 '사이버 원 코리아' 꿈을 이룩합시다

[참여합시다!]

http://www.hoonnet.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