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씨님께서 2003-09-19일에 작성하신 "2003. 9. 15. 월요일 - 또 이사 하는 날, 다행이 날이 맑다."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아침부터 이삿짐을 날랐다. 트럭에 짐을 싣고 윗집으로 향했다. 일을 할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다들 너무나 지고지순한 열정으로 열심히 일한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염소를 묶어 두었던 곳의 거름을 치워서 한쪽으로 쌓았다. 옥수수가 심겨진 텃밭에 뿌리면 야채라도 쏠쏠히 키워 먹을 수 있겠다. 집 뒤에는 언덕 가파른 산이 막고 있고 약간 동쪽으로 얼굴을 틀고 있는 집은 차분한 기운이 가득하다. 젊은이 여럿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궁금한지 머리에 수건을 쓴 할머니 두 분이 호미를 들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살라고?” 노인들만 있는 시골 마을에 이사 온 젊은이들이 반가우신 모양이다. 이사 왔으니 여기서 오래 살라고 당부하시며 할머니들이 나가셨다. 오전 내내 짐을 정리하고 마무리 청소를 했다.

흥민 씨는 정말 짐이 많다. ‘짐맨’이라는 우스개 별명이 붙을 정도다. 민종 씨도 만만치 않은 ‘짐맨’이다. 혼자 사는 총각이 뭔 짐이 그리도 많은지... 꼼꼼한 살림꾼 냄새가 난다. 짐정리를 마치고 새집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우리들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일년에 20만원의 세로 든 집이지만 우리 마음대로 발을 뻗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들 홀가분한 모양이다.

저녁까지도 할 일은 많았다. 보일러 배관이 엉성해서 수리를 해야 했다. 온수는 안나오고 난방에도 이상이 있는 듯 하다. 시골에서 살려면 이런 모든 것을 잘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방은 아궁이가 있어 불을 땔 수 있는 방이다. 오후부터 불을 지폈는데 연기가 들이질 않는다. 오랫동안 불을 넣지 않은 방이라서 그런단다. 찬 기운과 습기가 다 빠져 나가려면 한나절은 불은 넣어야 한단다. 나무도 젖고 종이도 젖어서 이중고다. 몇시간이나 아궁이에 붙어 있어도 굴뚝으로 연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저녁이 다되어서야 겨우 굴뚝에서 여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당가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그곳에 파이프를 넣고 모터로 물을 올려서 먹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이 안 좋은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배관 이곳저곳이 막혀있는 듯 하다. 마당을 파고 배관을 찾아 모터를 다시 연결해야 했다. 이리 저리 부산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었다. 식사를 하고 바라본 마당은 한결 정리가 되어 개운한 기분이 든다. 어제 남은 막걸리를 마저 마시며 밤이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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