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요즘 자꾸만 황지우님의 시가 제 가슴에서 쿵쿵거리길래 끄적여봤어요.
오래 전, 이제 돌이켜보니 너무 어렸던 시절의 수첩에 적혀 있던 시였어요.
참 오랜만에 전해드리는 맘글이네요.
오월의 들녘엔 민들레가 벌써 저렇게 씨앗을 날리고 있어요.
엇그제는 조카녀석들이랑 후~ 후~ 하면서 날려보기도 하며 아이 마냥 웃기도 했답니다.
유독 제게 봄은 슬펐던 계절이었는데 낯설만큼 행복한 봄을 당신이 선물하셨어요.
이 계절에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이, 당신의 두 눈이, 당신의 까만 긴 머리가 담겨 있어요.
그리하여 나의 서른 세 번째 봄은 그렇게 잊지 못할 계절로 남을 거예요.
당신의 계절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러겠죠.
힘이 들 때, 맘 상할 때, 처음에 가졌던 맘 보다 조금은 소원해질 때
그럴 때 하늘을 보며 추억하면 아마도 다 잘 되겠죠.
나라는 놈, 참 모자르죠.
당신이 원하던 그런 사람이고 싶었는데,
늘 당신을 웃게 만드는 마술사이고 싶었는데,
오늘 다시 맘 상하게 만들어버린 바보같은 나,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면 되돌리고 싶고
그럴 수만 있다면 날 다시 조각하고 싶어지네요.
그럴 수 있는 주문이라도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는 오늘이에요.
너무 다르고 많은 날을 달리 살아왔기에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무게로 두려움이 앞서겠지만
기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어느새 당신을 닮아버린 이 계절,
당신의 계절에 영원한 내가 있기를 ...
Photo 찌나『어차피』
Music 김연우『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