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로는

아 !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


심순덕 詩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매일 도시락을 준비 못해 점심시간마다 친구들 것을 얻어먹는 딸이 있습니다.
그런 딸에게, 엄마는 꼭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도시락을 가져옵니다.
그렇게 몇 날을 신이난 어린 딸,
성적표에 도장 찍는 걸 잊고 뒤늦게 엄마를 찾아나서는 길에
들에서 이웃에게 품을 팔고 있는 엄마를 발견합니다.
그 순간 밭에 새참이 나옵니다.
그런데 ... 엄마는 ...
양은 도시락에 그 밥을 꾹꾹 눌러 담습니다.
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그 날 저녁, 딸은 다이어트 한다며 밥그릇을 엄마나 먹으라고 하곤 이젠 도시락 싸지 말라 합니다.

어느 날 부뚜막에 웅쿠리고 앉아 외할머니 사진을 보며 소리없이 우는 엄마를 봅니다.

중년의 그 못난 딸, 엄마 사진을 보며 눈물을 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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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울엄마>는 내가 즐겨보는 시트콤이다. 오늘 <도시락 편>을 보면서 눈물이 고이고야 말았다. 슬픈 영화를 보고도 잘 울지 않는 내가 단 25분짜리 시트콤에 시큰해지다니...갖가지 오버액션으로 억지 웃음을 자아내는 여타 시트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이 시트콤에는 웃음이 있기 전에 추억이 있고, 중년의 사랑이 있고,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특히나 손자라도 보았을 법한 연기자 서승현의 연기는 정말 감칠 맛난다. 올해 연기대상을 추천하라면 난 서슴없이 서승현이라 말하고 싶다.

 



Write  김여흔
Photo  mingming /나이테
Music  Jimmy Osmond /Mother Of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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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0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ther Of Mine, 굵은 주름 패인 거칠고 검은 손, 그 손을 잡아본지가 언제이던가...
아직도 생선을 다듬지 못하고 바퀴벌레도 맨손으로 잡지 못하고
아이가 토한 것도 맨손으로 치우지 못하는 내 손은 언제나 그 손을 닮아가려는지요...
아직은 사진과 같은 정도의 손은 아니지만 엄마의 기름기 없는 손은 참 많은 걸 해낸 장한
손입니다. 맛사지크림이라도 좋은 걸로 하나 사 드려야겠어요.

김여흔 2004-04-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니 손도 저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무언가 잡기만 하면 부들부들 떠십니다.
저는 그냥 못본척 하기만 하는 못난 자식이죠.

superfrog 2004-04-0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 손톱도 항상 갈라지고 손마디가 울퉁불퉁 나왔어요.. 어릴 때는 그 손이 참 부끄러웠는데, 이제 늦게나마 엄마와 터놓고 수다떨 수 있는 친구가 되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2004-04-03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4-03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