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재밌네요. 후후....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미술책이나 국사책에서 한번쯤 신윤복이나 김홍도님의 그림을 보게 되는데요. 그저 양반이나 기생 또는 일반평민을 그린 풍속화정도만 알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그린 화가 이름과 그림의 소재 정도가 중요하게 생각되죠.(그리고 기억이 맞다면 김홍도님의 그림이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배웠습니다.) 이 책은 신윤복님의 그림의 분석을 통해 조선시대의 기생이나 양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상당히 독특하고 읽으면서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딱딱한 문화사나 역사가 아닌 풍속(?)이니까요. 특히 근엄한듯한 양반들의 또다른 모습이나 화려하게만 비치던 기생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네요. 후후..

저자는 그림속의 인물표정 옷차림등을 통해 정황을 추리해갑니다. 또 그림에 있는 한문을 풀이하고 그 관련 민요나 시같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좀 더 당시 사회단면을 더 자세히 보여주려고 하구요. 예를 들어 이부탐춘(짝짓기 하는 개를 과부와 몸종이 구경하는 그림)의 경우에는 과부들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죠. 당시 과부들은 재가하면 자식들의 벼슬길이 막히고 또 열녀문등등 때문에 강요당했던 그녀들의 수절...슬픔..고통등에 대해서요.(솔직히 정약용이 내놓은 강요된 수절에 대한 이야기도 별루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역시 실학자도 양반이고 남자라서 그럴까요?)

음...그러고보면 신윤복님의 그림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당시 그림치고는 상당히 성에 대한 은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냥 양반이나 기생을 그린 화가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신윤복님은 그 그림을 어떻게 그릴 수 있었을까요? 그냥..우연히 본 장면들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그렸을까요? 실제로 앞에서 당시로서는 은밀한 그런 행위가 벌어지는데 벼루랑 붓갖다 놓고 그리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서양그림에 대한 대중적인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요. 이 책처럼 우리나라의 그림에 대해서도 대중적이고 쉽게 이야기하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나리자도 절규도 좋지만...이런 그림도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