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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9
조셉 콘라드 지음, 이석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9월
평점 :
나는 "심연"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그것은 사전적 의미 중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 마음이나 의식속의 깊은곳"을 말하는데, 문학을 통해 의식의 깊은곳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어둠의 심연>은 십대 때 제목에 이끌려 읽었고, 그 후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학부 졸업논문으로 다루었다. 이후 대학원에서 탈식민주의적 입장에서 재분석하는 기회도 있었다. 이번에 읽음으로 여러 번 읽게되는데, 읽을 때마다 작품이 다르게 보인다.
19세기 초까지는 원주민들이 자연에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는 개념이 어느 정도 존재했었으나, 빅토리아 조에 이르면 일종의 cultural chauvinism적인 자만적인 태도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가르쳐야 할 존재로 생각되었고, 영국은 기술에서는 발달한 나라였지만, 그들에게는 도덕적으로도 우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하였다. 진화의 사다리에서 하층에 위치한 아프리카는 우월한 유럽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 소설로 조지프 콘래드의 작품으로 소설치고는 그리 많지 않은 분령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서 이 작품을 분석하는 관점은 문명과 야만, 인간성의 어둠만이 아니라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의 관점과 함께 드러나지 않은 여성인물 알아보기에 이른다.
주인공 말로는 친척의 도움으로 무역회사 소속의 증기선 선장이 된다. 업무의 일환으로 어느 강에 도착한 말로는 그곳에서 전설의 인물 커츠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커츠는 원주민으로부터 방대한 양의 교역 물품을 이끌어내며 그 지역 무역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로, 말로는 커츠의 교역소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중에 원주민들의 공격을 받게 되며 나오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1980년에 실제 있었던 콘래드의 콩고 강 운항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종적 차이가 아프리카인의 ‘야만성’의 징표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에 들어서 나타난 의식으로 이러한 인종적 열등성이 제국주의적인 지배를 정당화 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커츠를 영웅적인물로 묘사하며 이상주의에 대해 쓰고 싶었던 콘래드의 마음이 보이면서도, 당시 현실에 대한 정확한 비판의식을 가진 회의적인 측면이 보인다. 자연 속 원주민들이 문명으로 변질된 모습을 본 말로가 그들을 ugly하다고 하는 부분을 보며, 문명화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