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이매지 > 연암의 발자취를 쫓아서
연암 박지원과 열하를 가다
최정동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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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새 부쩍 연암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지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의 영향인지, 제법 연암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평소 연암을 좋아하던 나로써는 왠지 이런 저런 방면으로 그를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 때문에 이 책이 나왔을 때도 '연암이 갔던 그 길을 다시 밟아본다는거지?'라는 생각에 잔뜩 기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책은 50프로 정도의 만족감만을 줬다.

  얼마 전, 겨레고전문학전집에서 북한의 학자인 리상호가 한역한 열하일기가 출간됐다. 그 책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전만한 책이 세 권이나 되니 암만 내용이 이해하기 쉽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터. 나 또한, 그 책의 초입부까지만 읽었을 뿐, 본격적인 내용에는 발도 디디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이 책에서 안내하고 있는 모습들을 100프로 공감하면서 읽기는 어려웠다. (물론, 저자느 열하일기의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이 책에는 지은이 외에도 10명 가량의 동행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한, 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중앙일보의 연행단으로 연암의 발길을 뒤 따른다. 하지만, 그 10여명의 사람들은 이 책에서 부수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물론, 그들의 여행담도 중요하지만, 내가 얻고자 했던 지식의 방향과 맞지 않아서인지 그냥 시시껄렁한 여행담같이 느껴졌다. 물론, 연암의 발자취를 따라 그 곳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이해도를 높이는 건 좋았지만, 그마저도 칼라 사진이 아니라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쉽고 재미있게 연암의 사상을 풀어가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여졌고, 한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행을 하면서 서로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해주는 모습은 부럽게 느껴졌다.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혹 연암의 사상에 호기심을 가지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연암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읽어봄직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만을 통해서 연암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바라지 않기를. 그저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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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쉽고, 무겁지 않은 과학 이야기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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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과학의 혜택을 받으면서 살고 있으면서, 정작 과학에 대해서는 어려워한다. 학교를 다닐 때, 지긋지긋하게 외워야했던 화학공식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도무지 왜 배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물리 공식들이 생각나서인지 모르겠다. (지금도 마찰력을 왜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문과생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거리감을 갖는 과학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 책이다.

  사실 과학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준 책이라 하면 물리학자 정재승이 쓴 일련의 책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과학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주는 그의 책들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과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심지어 학교에 그가 강연을 하러 왔을 때는 쫄래쫄래 가서 귀를 귀울였던 기억도 있다.그가 지은 책들이 영화나 음악을 통해서 과학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면,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시각적 자료로 과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가고 있다.

   하리하라라는 이름은 예전에 나온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로 어느 정도 낯이 익는 이름이다.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워낙 쉽고 재미있다는 평들이 많아서 관심을 가졌던 책인데, 어쩌다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

  책을 넘기다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진이나 그림들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봤을 때 그 칼라풀함에 놀랬던 기억이 불쑥 다시 들었다. 단순히 국어 교과서도 그렇게 칼라풀하게 나올지인데, 과학 교과서는 어떻겠는가. 그런 책들을 보고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이런 시각적인 자료가 충분한 책이 더 익숙할 지도 모른다. 책의 주 독자층을 학생으로 삼고 있던, 일반 성인들을 독자로 삼고있던 간에 컬러풀한 구성은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내용면에서 보면 크게 10가지 이슈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게 그야말로 과학의 뜨거운 감자같은 놈들이다. 특히나 항생제 논란, 유전자 조작 식품이나 환경호르몬, 백색식품, 비만, 시험관 아기와 같은 주제는 우리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 그 외에 주제들인 장기이식, 다이너마이트, 원자력 에너지, 석유 에너지와 같은 내용들도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이슈에 대한 대안이나 확실한 대답은 제시해주지 않고 있다. 그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남겨줄 뿐이다. 물론, 그런 대답까지 제시했다면 쉽게 쓰여질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책보다는 훨씬 두꺼운 책이 되서 되려 더 부담됐을 것 같기는 하다.

  현대 과학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한 번쯤 생각해보고, 과학에 대해 경계를 늦출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해줄 뿐 아니라, 쉽게 과학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는 괜찮지만, 이미 과학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이 읽는다면 좀 가벼워보일 수도 있을 듯 싶다. 어디까지 이 책은 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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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구보씨를 현대공간으로 이해하다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박태원 지음 / 바람구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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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 현대소설론 수업을 들으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우리나라 문학의 모더니즘에서 대표적인 작품인 만큼 구보씨는 유명하다. (수업시간에 예로 든 건 이거말고 이상의 '날개'정도 밖에는 없었다. 워낙 모더니즘 작품은 드물다나.) 하지만, 내가 구보씨를 처음 만났던 것은 워낙 오래되어 기억도 가물하고, 수업시간에 그렇게 귀에 박히게 들었으니 한 번쯤 읽어봐야지 해서 몇 십년전에 나온 책으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구보씨가 지어진 때와 지금이 시대가 달라서인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리둥절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 시대적인 요소들을 이 책에서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1, 2부로 나뉠 수 있는데, 1부에서는 '경성 만보객 新 박태원 전'이 소개되어 있고, 2부에서는 '소설가의 구보씨의 일일'이 실려 있다. 구보씨가 아즉 박태원일 때인 1934년 3월 1일부터 저자가 이 책을 쓰고 마지막 답사를 간 2005년 9월 17일에 이르는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영상처럼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1부에서는 자세한 삽화나 그림이 실려있지 않고, 다만, 박태원의 소년기에서 구보씨를 쓸 때까지의 성장소설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 지루해서 책을 섣불리 집어 던지려는 독자가 있다면, 차라리 2부만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1부의 다소 지루함과는 달리 2부는 흥미진진 그 자체다. (물론, 작가의 성장을 지켜봄으로써 구보씨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정 못 읽겠다 싶으면 2부로. 그래도 읽을만하다 하면 1부, 2부의 순서로) 원작인 소설적인 재미도 재미지만, 구보씨가 걸었던 그 길을 지도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그가 탔던 전차의 행적을 그리기도 하고, 또한 그 시대만의 독특한 문화는 따로 사진이나 신문기사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기때문에 구보씨를 만나는 재미와 더불어 구보씨를 느끼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저자가 문학 전문가가 아니라 도시계획 전문가이어서 그런지, 공간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고, 문학에 대해서도 이해를 쉽게끔 했다. 혹, 구보씨를 만났다가 그 어려움에 포기를 했던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를 다시 만나봄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보씨를 현대적으로 다시 만나보는 기회. 제법 괜찮았다. 나도 날이 좀 풀리면 이 책을 참고로 청계천변을 거닐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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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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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욱이라는 작가는 처음이다. 뒤에 실린 해설에 보면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와 <베티를 만나러 가다>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난 이 작가를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어느해 4월 1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장국영의 죽음을 만우절의 장난쯤으로 생각했었다. 일부러 그 날 자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본인이 아니고야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는 만우절에 세상을 등졌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총 아홉편의 단편은 저마다 제목도 독특하다. 표제작인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시작으로 당신의 수상한 근황, 페르난도 서커스단의 라라양,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타인의 취향, 장미정원의 아름다운 원주민, 나가사키여 안녕. 제목들은 직설적으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유적,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인 <장국영이 죽었다고?>에서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채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한 신용불량자. 그는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생활한다. 만우절. 그는 채팅방에서 한 이혼녀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녀와 같은 시간 같은 극장에서 영화를 봤었고, 같은 날 결혼하여, 같은 신혼여행지에서,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후 각자의 삶에 골몰했고, 그들의 삶도 계속된다. 다음 이야기인 <당신의 수상한 근황>에서는 한 보험 사기를 밝혀내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사고를 당한 뒤 아무도 믿지 않게 되고 그의 그런 성격때문에 그의 실적은 최고라 할만하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그의 앞에 우연히 첫사랑의 그녀가 피보험자로 등장한다. 그녀가 등장을 해도, 그가 뒤집힌 차에 갇혀있어도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이후의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뭔가 정상인의 삶에서 약간 벗어나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장국영이 죽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첫사랑의 그녀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어쨌거나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생의 허망함, 고단함, 괴로움,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그 단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재미있다. 괜찮다. 싶다가도 뭔가 2프로 부족한 느낌은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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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사랑하던 그 때에 대한 그리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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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공지영의 소설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이상시레 한국 여성 작가들과는 뭔가 묘하게 핀트가 맞지 않아서 왠지 꺼려왔던 것. 난 그들이 맨날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싫었고, 사회적으로 아픔을 겪는 모습을 보는게 싫었다. 때문에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도 당연히 츠지 히토나리의 책에 손이 먼저 갔고, 이 책은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읽고 며칠이나 지나서 겨우 손에 잡았다. (결과적으로 츠지 히토나리쪽을 먼저 읽은게 다행인 것 같지만.) 작가 후기에 나오지만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작가도 스스로가 짊어진 짐을 내려놓고 쓸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내가 싫어하는 그런 요소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한국인 여자 최홍과 일본인 남자 준고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을 뿐.

  이 책은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남자의 마음, 여자의 마음을 각각 따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같은 상황 속에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게도 해주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풀어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츠지 히토나리의 경우에는 과도한 묘사나 한일관계에 대한 의식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세부적인 면들이 눈에 들어왔다면, 공지영의 경우에는 적당한 묘사와 한일관계에 대한 의식,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감정의 변화가 어울려 제법 읽을만한 책으로 다가왔다.

  스물 둘의 철없던 시절의 사랑과 스물 아홉의 세상물정 다 알아버린 여자의 사랑은 달랐다. 자신의 옆에서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는 민준과 7년만에 자신 앞에 나타난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준고 사이에서 그녀는 갈등하고, 고민하고, 방황한다. 그리고 그 방황의 종지부는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온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은 작품의 전반을 꿰뚫고 있다. 홍과 준고의 사랑을 보면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책 속에서도 말한 것처럼 사랑이 변하는 것 자체가 사랑의 속성이니. 과연 준고와 홍이 사랑이라고 믿는 그 감정은 그들이 서로 사랑하던 22살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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