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지 원.....  태양님은 왕의 남자를 보고 나는 메종 드 히미코를 본다.

시간이 안맞아서 난 10시 40분 영화를 태양님은 10시 10분 영화를 본다.

혼자 남겨질 30분을 위해 책한권 가지고 가야겠다. 읽고 있는 강의를 가지고 가자니 너무 무겁고

최대한 가벼운 책으로다가 가져가야징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정말 잼나게 봤는데 고거이 만든 팀이 만들었더니까 걍 믿고 볼란다.

팝콘 꼭 사먹어야징 난 CGV팝콘이 젤로 맛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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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히나 > 아름다움은 그림으로 보여질 때 가장 아름답다
서늘한 미인 -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스물한 명의 젊은 화가들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무식한 일이지만 나는 텔레비전 보는 취미가 없어서 여지껏 MBC에 김지은 아나운서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 여자가 유명한 지도 몰랐고 ‘즐거운 문화 읽기’라는 괜찮은 프로그램의 존재는 알았지만 교양이 없어서 그런지 리모콘을 돌리면서 한번이라도 지나쳐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아나운서나 PD, 방송작가라는 직업군이 만드는 책은 대부분 실망한 일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저자의 만만치 않은 예술적 식견에 탄복을 했다.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은 이 책을 선전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지 이미 미술을 교양차원에서 허투루 좋아하는 수준 정도는 뛰어넘은 것이다. 암튼 이 책은 일반 감상자로서 미술을 정말 좋아하고 직접 작품도 소장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끝에 나온 꽤 괜찮은 국내 현대미술의 대중적인 안내서다.


이 안에는 현대미술의 정점에 선 스물한 명의 화가가 소개되어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은 그 유명한 아토마우스의 이동기와 각종 스캔들로 이름이 알려진 낸시 랭, 어린 시절 가지고 논 종이인형 그림의 홍인숙 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사실 피카소 이후 현대미술에 대해 평론가 말고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화가의 대표작과 함께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지은씨가 여기 있으니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처럼 미술에 별다른 조예가 없는 사람이 읽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더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문장 중간중간 밑줄을 그어놓은 것은 자유로운 감상에 적잖히 방해가 된다.


그 사소한 사실만 빼면 직접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서 감상하지 않은 이상 그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던 젊은 화가들을 한꺼번에 스물한 명이나 만나고 편하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이 어찌 친절한 지은씨가 아니리요.


사실 무심결에 지나쳐서 그렇지 현대미술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이 책은 일깨워준다. 이너넷에서 그토록 자주 보았던 ‘조는 하트’가 원피스를 입은 남자 강영민의 그림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언젠가 우연히 본 뭉크처럼 우울한 사람들의 초상이 이태경의 그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연필지우개 지꺼기로 그림을 그린 황혜선을 좋아하게 되었고, 도발적인 낸시 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 미친 세상에 홀연히 그림을 그리는 여인 이유정을 사랑하게 되었다. ‘와, 함진이다’ 라고 외치며 함진 팬클럽에 들고 싶은 것은 물론이요, 하늘 높이 배성미가 만든 꿈의 간판을 달아놓고 싶었다. 그리고 권소원의 그림을 통해 ‘우리 여자들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하게 되었으며, 비극적이어서 더 아름다운 김정욱의 초상과 고통스러워서 더 숭고한 이태경의 초상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다.


그의 음악 안에는 고통이 있어요. 'schmerzen' 이요. 슈메르첸. 고통은 독일어로 발음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통증으로 느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인더스트리얼 뮤지션 나인 인치 네일스에 대해 화가 이누리가 말하는 부분을 바꿔서 말해본다면 나 역시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그림 안에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진실한 예술적 아름다움이요.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림으로 보여질 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나는 이 책에서 그 미인들을 만나고 왔어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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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waits > 황당한 든든함, 지하실의 2인조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는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비쥬얼의 현혹에 꽤나 매인 눈을 가지고 있는 나는, 활자로 표현된 이미지에도 무척 혹하는 편인데... 사실 내가 아니라도 닥터 이라부는 거의 괴물에 가까운 그로테스크한 외양을 자랑하는 인물인 고로,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는 그의 좌충우돌 치료기가 썩 내키지는 않았다. 무지하게 웃기다는데, 읽을 때의 내 마음 탓인지 저자가 내미는 에피소드에의 공감만큼, 어이없는 이라부의 언행에 유쾌한 웃음이 따라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하는 마음으로. 촌스러운 연두색 바탕에 [화제의 베스트셀러 <공중그네> 제2탄! 못 말리는 웃음 폭탄 '이라부'의 엽기 처방은 계속된다!] 라는 노골적인 카피를 떡하니 드러낸 책표지를 보며, 솔직히 말하면 거의 절망적인 마음이 일기도 했으나... 얇고 날렵하니 부담은 없겠다 싶어 내친 김에 '인 더 풀'까지 하는 생각이었다.

 전편에 이어 여기서도 다섯 명의 내담자 등장,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온 세상 남자들의 스토킹에 시달리는 과대망상 도우미, 체면 치레 및 이미지 관리의 강박으로 마음길 막고 살아가는 아비를 대신해 잔뜩 화내고 있는 자식 덕에 곤경에 처한 소심한 이혼남,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몸의 이상 징후를 병적인 수영에의 의존으로 해결하려는 회사원, 또래 속에서 자신의 위상 높이기만을 유일한 존재가치로 삼는 휴대폰 중독 고등학생,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며 좌불안석하는 논픽션 작가. 그리고 전편에서는 짙은 혐의 정도로 넘어갔던 이라부와 마유미의 증상(?)도 한 가지씩을 덧붙이자면, 일명 주사 페티시즘과 혹시 노출증.

 각 단편의 이야기는 (다소간 마음이 풀린 탓인지) 재미있었고, 특히나 누군가와 소통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진심이 닿지 않는 허약한 연대에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인간 관계 속에서 튀어야 한다거나 같아야 한다거나 혹은 끼어야만 한다는 믿음은, 파편화된 관계 속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안도할 수 없는 인간의 약함이 부여잡는 미덥지 못한 동아줄일 뿐이다. 하지만 너무나 극단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조금이라도 불편한 함께의 상황에는 지레 기겁을 하고 차라리 혼자임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 내 모습도 실은 그들과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실은 그보다...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으로 빚어지는 일상사 속의 스스로를 생각하니, 자의적인 기준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바람직하거나 멀쩡하고자 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내 마음 속에는 늘 은연 중, 일관되지도 않은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기준이 떡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이 조금 딱딱하다면 뭐랄까, 내 기준에서 최소한 멀쩡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책 속에서 단 한 번 직접 언급된 주사 페티시즘과 노출증,이라는 말이 머리 속에 한참을 맴돌았다. 통쾌하기도 했고 시원하기도 했다. 나는 역시 스스로 어떠해야만 한다는 관념에 매여 무척이나 부자유스러웠던 걸까. 대체로 멀쩡한 척 하려는 게 오히려 더 문제였던 걸까.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고장난 채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돌보고 때로는 치료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나로 향하면 언제나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책 말미에 붙은 옮긴 이의 말은 사뭇 우주적이고 자못 철학적이기까지 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이미 그들이 하염없이 초현실적인 인간임은 알고 있었건만, 이라부와 마유미에 대한 그리고 이라부 신경과라는 배경에 대한 너무나 도식적이고 진지한 설명은 분명 아연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며... 소위 사회인에게 요구되는 그 어떤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지하실의 2인조에게 이미 살짝 호감을 느껴버린 관계로, '깊이에의 강요'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옮긴 이의 사족이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는 이미 꽤 멋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타자의 시선이나 종용과 무관하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이러저러한 당위의 명제들이 떠올랐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진한 공감으로 밑줄을 그었던,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마유미의 대답이 머리 속을 맴돈다. "친구 없는 놈, 떼거리로 노는 거, 나, 안 좋아하거든." 가끔 중얼거리고 싶은 마음에 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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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waits > 골 때리는 "의학박사ㆍ이라부"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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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 지난한 일상이라며 자탄에 빠져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리뷰를 보고 주문 했었다. "인더풀"과 함께 날아온 책은 일단 가격대비 권수에서 만족, 당장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바쁘기도 했거니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지만 일제--;;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리감도 작용. 또한 관심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마루야마 겐지 외에는 기억에 남는 작가도 없고, 고유명사에 대한 단순기억력은 꽤 훌륭하다고 자평하는 편임에도 이상하게 일본 이름에는 약한 편이라 의식적으로 저어하기도 했다. 한 편 대책없이 분방하게 뻗어만가는 얕은 관심과, 정비례하여 얄팍해지는 밀도에 대한 알량한 단속이기도. 그러나 오랜만에 마음 먹고 책을 읽어보자 하고 시작한 독서가 뭔가 지지부진하게 마음 언저리에만 떠돌고 마는 것 같아 일종의 테스트 겸 집어들었다. 어제 읽은 자비에르식으로 말하자면, '내 안의 동물성이라는 타자가 영혼이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 책읽기를 혼자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동중독자의 피를 타고난 내가 연달아 냉정한 별 세 개의 리뷰를 올릴 턱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게나 재미있다는 이 책마저 별무감동이라면, 그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해보려는 심사였다고나 할까.

 실제로 가봤다는 사람 별로 많지 않고 나 역시 아무리 영혼이 소란해도 가 볼 생각은 차마 안하는데도 불구하고(정신과라서가 아니라 워낙 병원행을 기피하는 관계로), 정신과가 언제부턴가 꽤나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의 활발한 저작활동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흔히들 하는 말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가지 쯤의 정신병리적 징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사이코 드라마니 하는 매스컴의 영향으로 현실의 양극단이 공존하는 매우 모순적인 공간이라는 인식, 혹은 거리감도 없지는 않은 것 같지만, 철 없는 편견 속에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불리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이제 정신과는 은연 중 친숙한 장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장편소설이라고 되어 있는데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다섯 편의 에피소드에 각각의 독립된 주인공이 등장하고 의학박사 이라부는 붙박이 감초처럼 지하 상담실과 내담자의 공간을 넘나들며, 각 단편 주인공들과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연작 형식이다. 1인용 소파에 짧고 굵은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이라부 박사와 깊이 파인 가슴과 짧은 미니스커트 가운을 입은 나른한 간호사 마유미,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2인조 치료팀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온 환자에게 자기 관심의 피력과 대책없이 엉뚱한 해결책 제안 그리고 비타민 주사 한 방과 당황스런 무관심이라는 독특한 처방과 진료로 일관한다. 각자 자신이 처한 치명적인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진료실을 찾은 내담자들은, 마음 깊은 곳의 욕망 혹은 내심의 소리에 대해 스스로 마음과 귀를 열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라는 시스템의 일원으로 편입됨과 동시에 스스로를 보살필 능력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라부 박사의 진료는 상담이나 치료와는 거리가 먼, 의사의 말이나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철없음과 솔직함의 극치를 보여줌으로써 내담자가 반면교사를 얻게 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억압을 해제하고,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고, 나아가 실천하는 것까지. 하여 이라부는 여류작가를 만나면 글을 쓰고, 야구선수를 만나면 캐치볼을 하고, 심지어 서커스단원을 만나 공중그네 묘기까지 선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우리 시대는 모든 것을 너무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했다. 포커페이스가 없이는 성공은 커녕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할 수 없다는 믿음이 확고한 세상, 하지만 그런 세상의 흐름을 탓하는 사이 이미 너무 뒤쳐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의 엄습, 마음 열 만한 친구 하나 없고 많은 것을 비밀리에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들, 그러나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이미 자정능력이니 하는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현실. 대체로 문제는 욕심에서 비롯되지만, 하염없이 솔직하고 담백하다고 해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물론 아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재미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너무나 긍정적이고 천진난만한 이라부 박사의 진료는 내 코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흔쾌히 마음열기가 잘 되지 않고, 그리고 약간은 천성적으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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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시간창고에서는 한박자 천천히
시간창고로 가는 길 - 박물관 기행 산문
신현림 글, 사진 / 마음산책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이 간직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거리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작은 일임에도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던 가슴저림이 있을 것이고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훈훈해지는 그런 기억이 있을 겁니다.

시간창고에는 그런 마음편린들이 놓여있습니다.
그곳에는 오랜 시간동안 소박하게 우리와 함께 해왔던 기억들이, 생활의 손때가 묻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런 우리네의 오래전 일들을 너무나도 따뜻하고 정감어리게 보아내리는 시인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

박물관...하면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박물관 밖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학생시절, 봄소풍으로....백일장으로.. 그렇게 밖에 가본 적이 없는 박물관.
박물관은 제게는 그냥 오래전 양반님네들의 유물들만이 줄줄줄 놓여있고 거기에 있는 물건들이야 책을 통해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인데 뭐....하고 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교육적 사명감에 불타오르다 보니 박물관에는 국립박물관 말고도 꽤나 많은 사립박물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전에 그렇게 꽤나 하품나고 지루하던 박물관이 이제는 열렬히 사모하여 찾아봐야 할 그런 교육적인 장소로 이미지를 달리 하여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 둘...찾아다니기 시작한 박물관....
제게는 여전히 하품나고 힘들고 지루한 곳이었습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데다가 그저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급급한  너댓살 아이를 놓고 "여기 좀 봐봐~~" "어머나~~ 이게 **래" 자뭇 흥분한 하이톤의 목소리로 아이의 주의를 끌어보려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기 일쑤...

둘째가 생기면서는 더이상 그런 열성교육도 지쳤더랬지요.

그러다가 표지에 마음이 쏠려서...제목에 황홀해져서....작가가 신뢰가 가기에....구입을 한 것인데 솔직히 구매의도, 그 어딘가에는 어떻게 하든 다시 한번 불타는 교육의지로 박물관에 가보자...라는 심리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박물관이 대충 무엇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말고는 그노무 현장학습을 위한 투철한 교육정신에 입각해 본다면 이 책은 빵점입니다.

신현림이 두발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방문한 박물관...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열어제꼈고 그렇기에 쏟아져나오는 가감없는 그녀의 기억들은 자칫 공감을 얻기에는 지나치게 개인적인지도 모릅니다.

방문한 박물관과는 얼핏 아무 상관이 없어보이는 글들...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진의 코멘트들...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에 이 책이 그냥 다른 제목으로...다른 부제를 달고 나왔더라면 내가 골랐을까?
또 이 책을 보고 느끼게 되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개인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 또한 그 제목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만약에...이 책이 그냥 다른 제목으로...신현림 개인 수필집이라는 타이틀로 나왔더라면 그녀의 걷잡을 수 없이 달음질쳐 가는 온갖 생각의 잔가지들을 너그러히 보아지지 않았을까 싶으니 아....그녀에게 박물관은 다만 쉬는 곳이었겠구나....싶습니다.

늘 바삐 움직이던 발길이 한박자씩..두박자씩...천천히 갈 수 있는 곳...
머리 속에...가슴 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여과없이 모두 토해낼 수 있는 그런 숨통이었겠구나...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는 박물관에 쉬러 갑니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아 차가와진 공기를 맡으러... 바깥의 소음들이 적당히 차단된 그 밀실과도 같은 곳의 조용함을 만끽하러 갑니다.

이제는 두 아들에게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여기에 놓인 것들은 이러이러한 데 쓰였다라고 목터지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활동을 즐길 수 있으면 같이 어우러져서 활동을 하고
눈으로 즐겨야 하는 곳이면 그냥 하나를 보더라도 오래오래 보고
탁 트인 마당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면 한동안 그 마당에서 뛰어 놀다 옵니다.

박물관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즐거운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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