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dustystuff > {최순덕 성령 충만기}, 욕으로 꾸는 꿈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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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와그의책

이기호의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말의 엄숙성에 딴죽을 겁니다. 그는 묻습니다. 왜 말이 엄숙해야 하고 진지해야 하고 어려워야 하냐고. 그의 소설에 따르면, 일견 멋져 보이는 지식이나 지성의 언어도 뒤집어보면 사실 별 것 아닙니다. 왜 '보도방'이라고 하면 되고 '보지 도매'라고 하면 안 될까요? '보도방'이 '보지 도매방'의 줄임말이니 '보도방'이라고 하나 '보지 도매방'이라고 하나 차이가 없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지성의 언어(엄숙한 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리키는 것을 싫어합니다. 이른바 '식자'들은 그네들의 입맛에 맞춰 말로 현실을 그럴듯하게 포장합니다. 식자들의 언어 속에서 현실은 왜곡되고 조작됩니다. 식자들은 그 왜곡된 현실 속을 살아갑니다. 그들의 언어는 합리화를 위해 고도로 발달한 언어입니다. 그 언어가 그들에게 만들어주는 세계는 가짜 세계입니다. 살 만 하고 견딜 만 하게 가공된 세계입니다. 합리화를 모르는 언어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만이 진짜 세계를 살아갑니다. 진짜 세계는 늘 팍팍하고 괴롭습니다.

늘 팍팍하고 괴로운 진짜 현실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욕밖에 없습니다. 하층민들의 언어가 거칠고 막돼먹은 것은 그들이 하루하루 부딪히며 사는 생활 자체가 거칠고 막돼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현실은 지랄 같아서 욕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그것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욕은 솔직합니다. 그것이 현실과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생생한 욕은 곧 생생한 세계입니다.

이기호는 이것을 압니다. {최순덕 성령 충만기}에 모인 그의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래서 대부분이 문맹자들입니다. 그들은 '글/활자'를 모릅니다. 고상하게 말할 줄 모르고 고상하게 쓸 줄 모르며, 때로는 아예 어떤 말도 못하고 어떤 글도 못 씁니다. 이기호는 이런 식으로 말의 엄숙함에 맞섭니다. 그는 욕-말-글(활자) 순으로 올라가는 상승구조에 시비를 겁니다. 욕은 그대로의 현실을 표현하지만 말은 그것을 한 번 에둘러 표현하고, 글은 그것을 더 꼬아서 표현합니다. 욕은 날 것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말은 거기서 도망가고, 글은 아예 그것을 부정합니다.

이기호가 보기에 식자들의 언어는 현실도피의 언어입니다. 그들은 공중정원에서 저희끼리 아옹다옹 살아갑니다. 때로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지만 그뿐입니다. 때로 아래를 향해 뭐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뿐입니다. 이기호는 이게 싫습니다. 그래서 그는 욕으로, 일자무식한 사람들의 언어로 소설을 씁니다. 쉬운 말로 무거운 현실을 노래({버니})하기도 하고, 어려운 말로 우스운 현실을 짐짓 강변({최순덕 성령 충만기})하는 척하기도 하면서 말을 가지고 놉니다. 말은 엄숙한 무엇이었다가 그의 소설에서는 그냥 놀잇감이 됩니다. '엄숙한 말'의 권위는 이렇게 조롱당합니다. 발가벗겨집니다. '엄숙한 말'들이 우리에게 '엄숙할 것을' 요구했던 이유는, 그들의 텅 빈속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음이 벌겋게 드러납니다.

이기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더 나갑니다. 그의 단편소설들에는 유난히 환각이나 환상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는 현실 속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을 보여줍니다. 그 환상들은 그러나 도피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식자들의 엄숙한 말이 만들어내는 '살 만 한' 가상 세계와는 다릅니다. 그 환상들은 우리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었다가, 마지막에는 꼭 그 징그러운 정체를 드러냅니다. {햄릿 포에버}에서 주인공은 햄릿을 보았다가 마지막에는 아버지를 봅니다. {머리칼 서신}에서 주인공은 처음에는 여인을 성녀로 보았다가 마지막에는 메두사로 봅니다. {백미러 사나이}는 눈을 감고 뒤를 보면서 즐거웠다가, 눈을 뜨고도 뒤를 보게 되면서 인생을 망칩니다.

이렇듯 이기호가 보여주는 환각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절대 그 '환각'의 세계 속으로 도망갈 수 없습니다. 도망가려다 좌절하고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세계는 도망가려 하기 전의 세계보다 훨씬 더 무섭고 솔직합니다. 환각에서 깨어나 다시 보는 세계는 과연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이기호는 그래도 환각을, 환상과 상상을 권합니다. 아프지만 상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실에 익숙해지지도 말고 현실을 벗어나려고도 하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아픈 상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상상은 '엄숙한 말'의 거짓 권위에 속아서 꾸는 허황된 꿈과는 다릅니다. 그 꿈에 권위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꿈은 욕으로 꾸는 꿈입니다. 솔직해지기 위해 꾸는 꿈입니다. 더러운 것을 인정하기 위해 꾸는 꿈입니다.

우리는 '위를 향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고개를 들고 위를 올려다봅니다. 그리고 공중정원의 식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저 위에 있는 세계도 사실,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위로 올라가 봤자 팍팍하고 지긋지긋한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사실 어디에도 '행복한 위쪽 세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피라미드는 가짜입니다. 그것을 모르고 자꾸 위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좌절하게 됩니다. 더 불행해지고 더 처절해집니다.

문제는 저 위의 허공이 아니라 딱딱한 우리의 발밑입니다. 이기호가 보여주는 꿈은 우리에게 발밑을 내려다보게 합니다. 그는 지독한 환각이 우리를 상승 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현실을 바로, 그리고 가까이 보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소설집은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으로 끝나고,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은 이렇게 끝납니다.

...그들 모자가 파종한 씨감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집 앞, 어느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것이 정말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 눈앞에 보이는 아무 땅이나 파보아라. 지상에서부터 약 십오 센티미터 정도만 파고들어가면, 그곳에 당신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당신이 상상치도 못했던, 씨감자가 싹을 틔우고 있을 테니...... 주변이 온통 시멘트 천지라고? 철물점에 가서 시멘트 깨부수는 망치를 사라, 이 친구야. 시멘트 밑에 뭐가 있겠는가?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



{최순덕 성령 충만기}는 가볍지만 충분히 아픈 소설집입니다. 여기에 모인 소설들은 크게 휘두르는 어퍼컷이나 훅이라기보다는 그저 그런 세기의 잽들입니다. 한 방 크게 맞아야 넘어질 것 같았던 우리는 그러나 잽 몇 방에 무너지고 맙니다. 세계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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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광화문처자 > 당신이 원하는 글을 지금 당장 쓸 수 있도록...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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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작가는 ‘꿈은 그 사람의 정신을 일깨워주고 삶의 모든 비밀을 말해준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꿈’을 ‘글’로 바꾸면 어떠한가. ‘글은 그 사람의 정신을 일깨워주고 삶의 모든 비밀을 말해준다.’ 어쩐지 나는 이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 이렇듯 글은 일련의 정신과 그만의 생각을 기술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디어와 소재를 가지고 알맞게 구성하여 원하는 주제의 글을 뽑아내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전략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하고 도식적인 형태의 글쓰기라 하는 것이 사실은 만만하지 않으니 글쓰기를 일상으로 하는 이들도 때로는 머리를 벽에 들이 박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아이디어와 소재를 가지고 원하는 대로 글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글쓰기의 또 다른 어려움이라 하겠다.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다시 고치고 하여도 본인이 원하는 글을 얻기란 쉽지 않다. 조선시대를 비롯하여 많은 시대의 학자들이 글을 읽고 써왔다. 그러한 박학다식한 학자들도 글을 한번에 쓰고 끝이라 하는 자는 없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라에서 유명한 학자의 집으로 한 선비하나가 놀러를 왔다. 그의 방에 들어가 보니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 글을 읽어보니 가히 명문이라 하겠다. 선비가 무릎을 치며 어찌 이리 아름다운 글을 쓰시었소. 나 같은 자는 고치고 또 고쳐도 이리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 터인데, 감탄하다 혹시 얼마 만에 쓰시었는가 물었더니 그 학자 왈, 일필휘지, 단 한번에 썼다 한다. 선비는 감탄하고 감탄하였다. 그러나 뒷간이 급했던 학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그가 앉았던 방석 밑으로 삐죽 보인 것이 있으니. 그가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쓰고 버린 종이가 족히 백장은 넘었다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렇듯 글을 잘 쓰기로 소문난 자들도 고치고 또 고쳐서 글을 써왔다. 그만큼 글이란 쉽지가 않다는 얘기일 터이며, 고치면 고칠수록 빛을 발하는 글이 완성된다는 이야기이다.


시중에는 <유혹하는 글쓰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등의 훌륭한 글쓰기 책들이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글을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다. 그러나 <글쓰기의 전략>은 기존의 글쓰기 책들과 그 맥을 달리하고 있다. 전자의 책들이 글쓰기를 위한 이론서의 형태를 하고 있다면 <글쓰기의 전략>은 제목 그대로 책을 보며 지금당장이라도 써볼 수 있는 실용서라 하겠다. 바로 내일까지 글을 써야 하는 이들이 책을 넘겨보며 좋은 한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전문 실용서에 맞게 이 책은 챕터챕터마다 유익한 이론과 실용 정보들로 가득하다. 장영희나 진중권 등 명문장가들의 인용 글들도 풍부한 읽을거리이며, 챕터 마지막마다 달려있는 ‘띄어쓰기’나 ‘헷갈리는 우리글’ 등은 마치 작고 유용한 사전을 옆에 끼고 있는 듯하다. 또한 독서의 과정이나, 소재와 아이디어 찾기, 글의 구성방법이나 바른 문장을 쓰는 방법 등의 글쓰기 전략을 소개하는 본문의 내용은 실용서로서 충실하다 하겠다. 게다가 필요한 곳에는 ‘점검’이라는 섹터를 따로 마련하여 지금 방금 읽은 부분을 직접 자신이 써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글쓰기 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진실하게 잘 표현 했는가이다. 아무리 책을 읽고 그대로 써나간다 한들 진실성이 결여됐다면 그 글은 이미 살아있는 글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한다? 책에서 말하듯, 모쪼록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방법 외엔 달리 좋은 방법이 없을 듯. 오랜만에 만난 글쓰기 전문 실용서를 접하니 새록새록 읽는 맛이 난다. 쓰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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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오 > 글쓰기는 '정말로' 누구에게나 고난의 과정이겠죠?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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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감칠나게 하는 사람이 매력있는 것처럼, 때로 어떤 사람의 글을 보고, 그 사람을 전혀 모름에도 반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은근슬쩍 묻어나오는 유머와 상식, 혹은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감각... 논리적인 글이든, 재미난 글이든,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한 글이든, 정말 ‘글발’이 있다는 것도 굉장한 능력임에 사실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서 그 맛이나 재미가 틀려지는 것처럼, 같은 글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게 마련이니. 그런 면에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나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은, 은근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관심없는 척 고개를 돌리면서도, 사실은 곁눈질로 넘겨다보고 싶을 만큼.


 기본이 되는 중요한 강조 포인트는 세가지다. 지식, 구성, 문장력. 하지만 세가지를 달랑 ‘기억만’ 한다고 해서 글이 술술 써지는 것은 당연히 아닌만큼, 글쓰기의 전략을 읽어가는 것은, 한발한발 같이 걸어가면서 그것들에 대해서 익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설령 글쓰기 원칙이란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적용에 들어가자면 모호할 수도 있는데, 단순히 주제면 주제, 구성이면 구성, 그것에 대해 설명만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많은 읽기 자료가 등장하고, 하나의 예문에 대해 뒤이어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설명을 해주니 더 끄덕끄덕 쉽게 이해가 된다. 게다가 각장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해보고, 응용해볼 수 있는 과정이 있어서, 대충 페이지만 넘기다 도망치려야 도망칠 수가 없다. 마치 수학문제를 풀 때, 기본문제를 열심히 풀고 나자 뒤쪽에 복습문제와 응용문제가 짜라란~ 등장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건도 빛이 나게 만드는 이들의 문장력을 어깨너머라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인 문장력, 그것을 키우는 방법도 궁금했더랬다. 하지만 역시 맛깔나게 표현해내는 것은 어떤 기술처럼 쉽게 전수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 스스로 자꾸 많은 표현을 보면서, 연습해보면서 체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다루는 문장력에는, 문장구성 연습이 주되다고 할 수 있으니. 하지만 생각을 확장시키면서 문장만들기, 문장을 여러 종류 만들고 결합시켜 보는 것, 이런 것이 결국은 문장력을 키워가는 과정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방법론적인 면을 다루는 책은 지루해지기 쉬운터라 좀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지식이나 정보를 주욱 나열만 하면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순식간에 흩어져 버릴텐데, 같이 하나하나 만져가며 이해해가는 느낌이라 더 정리가 잘 되는 것 같다. 다만, 꽤나 두툼한 분량에 생각해야할 것도 많아서,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는 않는 편이다. 급하게 보려면 힘든 책이라, 천천~히 여유를 갖고 읽어야할 것이다. 손에 펜을 들고! 종이를 준비하고! 글은 그냥 술술 쓰이는게 아니고, 쓸수록, 다듬을수록 좋아진다고 하지만, 사실 어렵게 공부하거나 이런저런 복잡한 고민하지 않고,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여 멋지게 글을 써내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던 헤밍웨이의 말처럼, 글쓰기에는 정말 누구에게나 고난이 따르는거겠지?


 전략을 커다란 얼개며 계획으로 보고, 전술은 그것을 이루어내는 기술이라고 할 때,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은 비단 전략만이 아니라 전술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책인 것 같다. 원리만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적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이렇게 본다면 책 자체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듯 싶다. 어쩌면 새로운 것이 없다거나 좀 딱딱하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좋은 예시문들을 보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방법적인 면으로도, 논리적으로 글을 구성하거나, 글을 잘 써보고 싶고 연습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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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다소 > 글쓰기가 두려운가. 당장 교과서로 채택하라.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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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수많은 글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의 발달로 이미지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텍스트가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1인 미디어의 시초라 불리는 블로그가 성행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미처 발휘하지 못했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게 현실이다. 개중에는 전문가 못지 않은 글을 뽐내는 아마추어 글쟁이들도 상당수다. 적잖이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간간이 글을 올리고는 하는데 이따금 글이 써지지 않아 말 그대로 OTL(좌절)상태가 되고는 한다. 그럴때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서두는 커녕 글의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 결국은 포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나같은 블로그 운영자 뿐이랴. 중,고등학생이라면 글짓기 혹은 논술과제를 해야할 때, 대학생이라면 리포트를 쓸 때, 취업준비생이라면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겪는 문제일 것이다. 블로그 운영자야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쓰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 자체가 입시 및 학점, 취업과 직결되니 글쓰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글쓰기의 전략>은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적게나마 덜어줄 수 있는 책이다. 기존의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글쓰기의 조언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에 이론서이기 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 책은 총 13장에 걸쳐 이루어져 있는데, 나의 경우 책을 다 읽고나서 자신감과 함께 막연하게 느꼈던 글쓰기의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사실, 글쓰기에 관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일부러 강의를 듣지 않는 이상 그것은 언제나 '멀고도 가까운 당신'인 것이다. 쓰고 싶은 말들은 넘쳐나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많이, 자주 쓰다보면 자신만의 체계가 잡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취약점을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책은 각 장이 끝날때마다 <알고보면 쉬운 우리글>이라는 코너를 선보이고 있는데, 자칫 틀리기 쉬운 단어나 헷갈리는 맞춤법 및 띄어쓰기에 관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코너는 얼핏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을 되짚어 줌으로써 좀 더 완성도 높은 글쓰기에 기여하고 있다. 아무리 잘 쓴 글도 엉뚱한 곳에서 틀린 단어를 사용하거나 맞춤법이 틀려버리면 글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가 떨어지고 만다. 그것은 글을 쓴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코너는 작지만 강한 코너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단, 앞에서도 말했지만 책이 실용성에 중심을 두고 있기에 자칫 '고등학교 작문책'처럼 보여서 답답할 수도 있겠다. 잘 쓰여진 글을 예문에 내세우고, 그에 대해 분석하며 이론과 실제적 방법을 내보인 후, 예제를 풀어보라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교과서의 전형이긴 하다. 그래서 오래 읽다간 지루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많이 보고, 많이 이해하고, 많이 쓰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은 흔하지 않다. 교과서마냥 답답하면 어떤가.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지침서로서 믿음이 가는 것이다.

'전략'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조직·수행하는 방책으로, 그리스어 strategia(將帥術)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의미는 초기에는 '전쟁에서 적을 속이는 술책'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현재에는 그 의미가 발전하여 국가 및 경영, 심지어는 입시에도 쓰인다. 그런 '전략'이 이제는 '글쓰기'에도 쓰이는 날이 온 것이다. 이것은 글쓰기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며, 좀 더 빠른 시간안에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알고만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영어학습법에 관한 책들을 수십권 독파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요는 그 책들의 도움을 얻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 아직도 글쓰기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신, 이 책에서 도움을 얻었다면 차근차근 실행해 보라. 눈에 띄든, 안 띄든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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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글쓰기는 괴로워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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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 글을 끄질러대는 버릇이 깊숙히도 들었다.
하나, 아니, 둘, 셋 혹은 그 이상의 블로그를 만들고, 글들을 배설한다.
그런 글들을 쓸 때의 마음은 그저 생각나는대로, 단숨에 써 버리고, 왠만해서는 맞춤법 조차 검토하지 않는다. 그렇게 버릇이 들어서일까. '글쓰기' 의 이런저런 법칙들에 대한 강의를 읽는 다는 것은 그닥 맘 편한 일만은 아니였다.

내가 쓰는 글은 두 종류이다. 인터넷에 써대는 메모들.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쓰는 글.
지금 바로, 그 둘 모두를 '전략'으로  생각하고 쓸 생각은 없다.
편한 공간에서의 일기와도 같은 끄적임에는 검토나 검열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글을 씀에 있어서는 좀 더 진지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티븐 킹의 'on writing' 은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타겟으로 한 글쓰기이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는 글쓰기에 애정(? 혹은 애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는 이 책의 제목인 '전략적 글쓰기' 에 가장 가까운 책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나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공식과 족보들의 집합이다.

이 책 '글쓰기의 전략'은 꽤나 알차고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1장 글쓰기는 노동이다 에서 13장 바른 문장 쓰는 법 까지 매장은 '글쓰기'에 대한 경구들로 시작된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나탈리 골드버그' '결정본은 존재하지 앟는다' 보르헤스' , '글쓰기는 외로운 노동이다 -존 스타인백' 등의 경구들.
그리고 나서는 'reading'으로 들어간다. 딱 한 장 정도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간다. 많은 '명문'들의 인용은 이 책의 강점이긴 하지만, 정작 '글쓰기' 에 대한 전략들을 접하는데에 있어 어수선한 면이 없지 않았다. 예문은 'reading'과 그 글에 대한 분석. 예시, 설명, 그리고 '점검' 으로 가서 간단한 테스트들이 있다. 대략. 논술을 잘 쓰기 위한 학생들이 대상인 책인 것일까.
각 단락의 마지막은 *알고 보면 쉬운 우리글로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일까요?' 와 같은 글들이 한두페이지에 걸쳐 나와 있다.

몇가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써먹는 것들. ' 아는 것을 써라' , '인상적으로 써라' '영화의 엔딩씬처럼 연출하라' 등이나, 알지만 안 써먹는 것들 ' 구성은 흐름이다'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혹은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 등이 고루고루 정리 되어 있다.

책의 앞장에 나온 경구들 중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에 나온 글이 있다.JD 샐린저를 모델로 했다는 그 영화에 노작가는 말한다. '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재고는 머리로 써야 한다. 글쓰기의 첫 번째 열쇠는 쓰는 거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첫번째 열쇠만 죽어라고 쓰고 있다. 내가 얼마나 첫번째 열쇠에만 집착하고 더 나아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이 되는 책이었다. 내가 재고해서 다듬는 것은 본점과 영어로 싸울때 뿐인데 말이지. 어떻게 더 쉽고, 더 명료하고, 더 잘 알아듣게, 설득적으로 글을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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