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마요네즈
나나난 키리코 지음, 문미영 옮김 / 하이북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살아가다보면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때가 있다. 열쇠를 아무곳에나 두어 외출 전에 찾다가 곤욕을 치루는 일은 한두번이 아님에도 늘 반복되고, 안경 또한 마찬가지이고, 볼일을 본 후 손씻고 물을 그냥 틀어놓고 나온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실수는 내게 불편함을 줄뿐이지 상처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연인과의 사이에서 옛 연인과의 실수를 또 하고 있다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이 반복의 고리를 끊어 내고만 싶어진다. 이제는 더이상 사랑 따윈 할 수 없을것만 같고 전보다 더 큰 두려움이 앞을 가로 막을 것이다.

 츠지다의 현재 동거인은 세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츠지다의 사랑은 하기오. 그래서 자꾸 세이를 보면서 하기오를 생각한다. 하기오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세이와의 동거가 일상이 되어갈 때 즈음 우연히 하기오를 만난다. 그리고 불륜 같은 사랑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이 되어감을 느끼고 세이와의 사랑과 별반 다를것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사랑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사랑을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헤어짐과 만남을 여러번 가진 후 나는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사랑에 대해서는 정말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 마지막 연인을 만났다. 귀가 아플정도로 수다스러운 이 사람에게서도 여전히 옛 연인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또 헤어질까 두려움 속에 사느냐고? 아니 그건 절대 아니다. 헤어질까 두려워 내가 먼저 사과하고 사느냐.. 그것 또한 아니다. 포기하고 사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전보다 아주 많이 수다스러워졌다는 것 뿐이다. 그럼으로 인해 우리는 마지막 연인이 될 수 있었다.

츠지다와 세이는 참 말을 아끼는 연인이다. 몇마디 나누지 않고도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말을 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그가 알아서 하길 바란다. 어쩌면 둘 다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기에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연인이든 부부든 대화가 단절될 때 둘 사이에는 회복할 수 없는 골이 파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 내 연인이 복심술 이라도 갖고 있는 양 살기를 잘했었다. 무언가를 사준다고 했을 때 갖고 싶으면서도 아니 됐어! 라는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그리고 연인이 그 제의를 거둬들이면서 속으로 한번 튕겨보는거랑 진짜 필요없는 것도 구분 못하냐! 라며 불만을 하나씩 마음속에 쌓기 시작했다. 그런것들이 어느날 거대한 폭포수가 되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 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다스런 연인에게는 속내까지 다 얘기하며 지내야 했다. 난 잘 모르니까 네가 가르쳐줘.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고 내가 하면 안되는것도 가르쳐줘. 라며 뭐든 말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나도 많이 변했다. 한번 거절했을 때 그냥 접어 버리는 연인에게 한번 튕겨보는거랑 진짜 거절하는 것도 모르냐!! 라며 이제 속내가 아닌 입밖으로 말하고 있었다. 난 무조건 한번 정도는 튕길꺼야 그러니까 한번 더 묻고!! 만일 내가 두번 이상 튕기걸랑 그건 정말 필요 없는거니까 그리 알아! 라고 말이다. 이제 마지막 연인과는 이런 일로는 속에 담아둘게 없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말로 다 해버리고 나면 사랑이 일상이 되고 별것 아닌것이 되어버린다. 설렘도 점점 줄어들고... 그렇지만 원래 사랑이란 그 설렘이 6개월을 가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어차피 모든 사랑은 일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일상의 사랑을 만들어 갈것인가는 두 사람의 몫이다. 여전히 마음안에 하고 픈 말을 숨겨두며 살 것인지 이제 입을 열어 속을 드러내며 살 것인지.

다시 만난 츠지다와 세이가 이제는 조금은 입을 열고 살았으면 좋겠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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