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응달 박완서 소설전집 5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박완서의 소설은 끝까지 읽게 만드는,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게다가 박완서 특유의 메스를 들이 대는 듯한 미묘한 감정의 묘사와 서술은, 읽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것이 아마 박완서 소설의 흡입력의 한 중요한 원인이 되리라.

 

이 이야기를 공 굴리는데 가장 중요한 소재는 ‘호기심’이다.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나,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호기심이 아니라, 단순히, 거의 본능적으로 느끼는 호기심. 그래서 그 호기심에 이끌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염두 하지 않는, 유아기적 사고에 바탕을 둔 호기심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소재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모두 이런 것을 보지 않았는가? 왜,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이 이상한 소리가 나면 무서워서라도 나가면 안 되는데 최면 걸린 듯 그것에 이끌려 나가다 꼭 변을 당하곤 하는 것 말이다. 그런 심리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미혼모인 ‘자명’의 성격이 이러한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대단한 숙고가 없이 거의 마음이 이끌림, 호기심에 따라 행동하고, 그렇게 전개되어갈 인생이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보면 매우 불행한, 굴곡 많은 삶일 지라도 거의 관조하는 듯 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래서 그러한 굴곡 많은 인생을 경험했지만 그 특유의 성격에 의해 전체적인 이미지는 불행해 보이거나 더럽게 때 탄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순수해 보인다.

 

이 이야기는 이러한 주인공과 계곡을 막은 큰 저택을 둘러싸고 전개가 된다.

제목처럼 전체적으로 암울한 느낌을 주는 저택의, 막내아들 ‘민우’ 결혼하게 되는 자명.

소설 내내 암울한 느낌을 줌에도 자명의 성격 때문인지 밝음을 느낄 수 있다.

한 편의 추리 소설과 같은 이 이야기는 결국에는 거짓 사랑으로 접근 했었던 민우의 자명과 아들 윤명에 대한 사랑의 확인, 그리고 소희 부인과 배다른 9남매와 저택을 둘러싸고 있던 암울한 응달이 걷혀지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난 솔직히 이 스토리 보다는 거기서 풍기는 명암과 인물 성격의 묘사에 더 관심이 있다. 그 느낌을 읽는 것이 더 즐겁고 재미있다.

특유한 감정의 묘사가 탁월한 박완서의 소설.. 내가 안 좋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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