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작가

먼댓글이라는 걸 처음 해봐서... ㅎㅎ

 

장강명 작가의 인기의 시작이 확실히 현재 사람들의 울분과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대표적인 게 <표백>과 <한국이 싫어서>가 되겠죠. 그리고 현재 한국문학의 특징이 말씀하신 세 가지 안에 다 들어간다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이구요. 대표적인 것이 백수죠. 혹자는 2000년대 초까지 한국문학의 지배소가 신경숙의 고백하는 문체였다면, 현재의 지배소는 백수 캐릭터라 말하면서, 한국문학사상 가장 처치곤란한 인물들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문학에서 현실성이 강한 소설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는 건 리얼리즘이 현실 참여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던 전통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현실이 더 소설같은 상황에 그 이유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국적인, 혹은 스케일이 큰 문학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겠죠(본격문학만을 중시하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운동권 자살을 같이 엮었던 건, <표백>에서 중간중간에 나오는 자살 선언 관련 기사 중 '88만 원 세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이 있어서 떠올렸던 것입니다. 찰스 맨슨에 대한 얘기가 앞부분에 나오는데, 자살 선언은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세계에 대한 복수' 역시 마찬가지로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자살이라는 방식이 표백 세계에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대안은 아니라고 보구요.

 

장강명 작가의 강점이라면 그동안 굉장히 어렴풋이 에둘러 다루었던 현실을 마치 날것인 듯 독자들에게 들이밀었다는 점이겠죠. 그 점에서 많은 독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면 근력을 좀더 키우는 몸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전략이라고 하고, 방대한 주제를 다룬 소설을 쓰는 것이 야심 중 하나라고 하니, 저는 앞으로의 행보가 좀더 기대됩니다. 현재 작가는 좀비물(...)을 연재하고 있고, 한국전쟁에 대한 스릴러와 문학상 관련 논픽션을(저번 북토크 때 설문조사를 부탁하시더라구요..ㅎㅎ)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http://blog.aladin.co.kr/line/7756829)

 

답이 충분히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도에서 최대한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횡설수설한 느낌이네요^^;; 그러니 제목도 횡설수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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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을 바랐다기 보다 장강명 작가 얘기가 나와서 저도 이런저런 생각을 말해본 거였는데, 수고를 끼친 듯해서 죄송한데요^^; 하지만 아무님의 진지한 성찰을 또 읽어 좋네요~

한국 실정상 ˝잉여인간˝은 늘 주요소재였죠. 전쟁으로든, 정치 사회적으로든, 노동으로든 파생될 수밖에 없었죠. <광장>이나 <무진기행>도 본질적으론 그 카테고리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래서 <잉여인간>이란 제목을 아예 붙이고 나온 손창섭과 장강명을 비교 분석해도 재밌을 것이란 말을 한 것이고요. ˝반사회성˝ 의 발전상까지 비교해 볼 수 있겠죠.

저도 인터뷰 보고 스케일이 큰 작품 구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애초에 장강명 작가가 sf에서 소설쓰기를 시작했고, 작품에 과학을 많이 담는 게 보여서 좀 더 확장된 한국문학을 선보여주길 바라죠.

아무 2015-10-17 18:39   좋아요 1 | URL
저도 항상 생각만 했던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댓글을 읽다가 문득 한국문학에서 `잉여인간`이 그 모습만 바꾸었을 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사회성`의 발전상처럼 그런 인물의 변천사를 다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러면서도 요즘 다루어지는 `잉여인간`들이 여태껏 보아왔던 인물들 중 가장 무기력한 유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표출하지 않고 꾹 참는 첫 번째 유형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겠지만, 손창섭의 <비 오는 날>이나 <잉여인간> 같은 경우에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배경이 있었던 반면 지금의 작품들에는 그런 것도 부재한 것 같은, 세계 자체에 대한 무력함이 표출되는 것 같다고 할까..(당장은 윤성희의 작품이나 천명관의 `숟가락아, 구부러져라`가 생각나네요)
장강명 작가가 최근의 한국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특이한 면이 많이 있긴 해요. 그래서 제가 계속 기대하며 작품들을 찾아보는 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