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당신들은 젖비린내 나는 애들에 불과했다고요. 이층에 있는 저 애들처럼!"
나는 인정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우리는 전쟁 때 이제 막 아동기를 벗어나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이었다.
"그런데도 소설에는 그렇게 안 쓰겠죠?" 이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규탄이었다.
"모─모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난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었던 것처럼 쓸 거고, 영화화 되면 프랭크 시나트라나 존 웨인처럼 매력 있고 전쟁을 좋아하고 지저분한 배우들이 당신 역을 맡겠죠. 그럼 전쟁이 아주 멋져 보일 거고, 그러면 우리는 훨씬 많은 전쟁을 치르게 되겠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는 이층의 저 애들 같은 어린애들이 싸우겠죠."
(25p)

"내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지구인들을 연구하지 않았다면"하며 그 트랄파마도어 인은 말했다. "나는 `자유 의지`가 무엇인지도 몰랐을 거요. 나는 우주의 유인 행성 서른한 곳에 가 보았고 1백 곳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했소. 자유 의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는 행성은 지구뿐이더군."
(104-105p)

이 소설에는 대단한 인물이 거의 없으며, 극적인 갈등도 거의 없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심하게 병들고 심히 무력한, 거대한 힘의 노리개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쟁의 중요한 영향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대단한 인물이 될 마음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191p)

파티 손님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검안과 관련이 있었는데, 트라우트만 예외였다. 또 그 혼자만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모두들 그 파티에 진짜 작가가 참석한 사실에 몸이 떨리도록 흥분한 것이다. 그의 책은 읽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198p)

대피소 밖은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해졌다. 미군들과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태양은 성난 작은 못대가리였다. 드레스덴은 이제 달 같았다. 미네랄 덩어리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돌들은 뜨거웠다. 인근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207-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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