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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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제부터 읽는 모든 책에 리뷰를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제 다 읽어놓고 잠시 귀찮아서 놓아두고 있었다가 이제 리뷰를 쓴다. 내 결심은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저번에 실컷 얘기했으니 넘어가려고 했으나, 몇 가지만 써두려고 한다. 우선 권희철 문학평론가의 심사평을 보고나서, 나만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면서, 그렇다면 이건 정말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 쓰고 있는 답안지에서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인데 왜냐하면 이 작품의 진가를 나는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단편적 사실들의 촘촘함, 그 복잡성만으로 소설적인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자료들에 대한 집착은 삶의 심연이든 언어의 심연이든 무의 심연이든 소설적인 어떤 것을 체험하는 것을 방해하는 초조함의 일종인 것처럼 보인다. (...) 예심 선고위원들 모두의 지지를 받았고 본심에서도 다수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이 작품에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인다고 쓸 수는 없었다. 이것으로 이번 시험은 끝인 것 같다.      

- 341~342쪽

 

 

지난 번에 글을 쓰면서 왜 정지돈의 작품이 대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작품을 다 읽고 심사평을 보면서, 특히 소설가 정영문 씨의 심사평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소설적 실험이, 과연 장편에까지 그 힘을 잃지 않고 호흡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결국 소설가의 본질은 장편에 있으므로, 그러니까 노블리스트지.

 

 

나머지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한국소설에서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펼쳐 보이는 새로운 시도에 주목하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을 젊은작가상이라는 타이틀에 비춰보았을 때 대체로 너무 전통적인 작품들로 기시감을 주었다.

- 355쪽

 

2013년에 데뷔한 신인 소설가 정지돈은 작가 약력에서 이상우와 함께 '후장사실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있는데 후장사실주의자는 한국의 정형화된 소설에 싫증을 느낀 몇몇 젊은 소설가들이 스스로를 약간 조롱하듯 일컫는 말로 여겨진다. (...) 좁게는 한국 현대건축사, 넓게는 한국 현대사회사의 한 면을 잘 그려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사실들을 허구와 잘 조합해 지적 소설의 모범적인 전형을 보여준 점에서 개인적으로 높은 평을 주고 싶었다.

- 357~358쪽

 

 

정영문의 소설은 예전에 이상문학상을 받았던 '목신의 어떤 오후'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 작품도 사실 이해하기 되게 어려웠다. 그래서 아, 실험적인 것들을 선호하시는 구나...하고 그냥 넘어가려 한다.

 

사실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한 작품은 최은미의 '근린'이었다. 근린이 갖는 의미, 그리고 신원 미상의 어떤 여자의 죽음을 맨 처음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극하고, 근린공원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하면서, 그런 사람들의 일상을 잘 포착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결국 죽은 여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것은, 결국 근린공원에 있던 사람들, 더 넘어 우리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말해주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었다.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는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정귀보라는 인물은 뭔가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고, 궁금증을 갖게 하는 인물인데, 작가는 그걸 명료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하긴 그것이 명료해지는 순간 이 소설의 매력은 더이상 빛을 발하지 않겠지. 윤이형의 '루카'는 퀴어들의 사랑을 다루었지만, 꼭 퀴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퀴어가 아니면 루카의 아버지가 갖는 의미가 사라지겠지만.

 

여기까지만 쓰고 마무리짓고 싶은데, 자꾸 조중균씨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근린'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인물, 자꾸 눈이 가는 인물은 조중균씨였다. 그의 생활방식이 더이상 인정받지 못하고 조롱거리가 되는 세계. 그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그 스타일을 고수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내 모습과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덧) 왜 PC로 쓰면 제목을 꼭 붙여야 하나 북플로 하면 안 붙여도 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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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0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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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0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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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0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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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0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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