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돼서 영화 <파울로 코엘료>를 보고 왔다. 감상평을 짧게 말하자면, 코엘료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2장이라 친구랑 보고 왔는데, 친구는 코엘료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 영화가 끝나고 나서 조금 미안했다. 영화는 세 가지 시간으로 나뉘어 철저하게 파울로 코엘료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다룬다. 60년대의 젊은 코엘료, 80년대 산티아고로 순례길을 떠나는 코엘료, 그리고 2013년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코엘료.

 

영화에 대해선 이 정도까지만 얘기하고(더 할 얘기도 없다), 영화를 보면서 코엘료를 읽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연금술사>를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이후, 코엘료가 쓴 소설을 미친 듯이 찾아 읽었던 기억들. 그 때 나는 <연금술사>의 어떤 면에 반했던 걸까. 그리고 <연금술사> 붐이 일어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적인 스토리, 그리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전 우주가 도와준다는 메시지 때문일까? (너무나 좋아하던 문장이었는데, 최근 어떤 분이 적절하지 않은 맥락에서 사용하는 바람에 온갖 패러디와 풍자의 소재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힐링'을 제외하면, 무엇이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열광했던 건, 그 당시 두 소년이 품고 있었던 낭만주의의 표상 때문이었을지도. 어쨌든 코엘료는 분명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독서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 게 하나의 목표가 되었을 정도로.

 

 

 

사실 코엘료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그리고 일곱번째 날...> 3부작이다. 7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외엔 공통점이 없는 작품들이지만, 제한된 시간이 주어지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나 철학적인, 혹은 종교적인 질문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작품들이라고 난 생각한다. 물론 종교적인 색이 강해서 공감대를 얻기 힘든 작품도 있지만, 코엘료를 이야기할 때 종교를 떼어놓는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기에, 종교가 없는 나도 눈감아줄 수 있다. 더욱이 이 사람은 종교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적 체험을 강렬하게 했으니...(그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그런 것들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세 작품 중에 가장 훌륭한 작품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일 것이다. 가장 근원적인 질문인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나 <악마와 미스 프랭> 역시 살면서 한번쯤은 품게 될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사랑에 대해서, 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악마와 미스 프랭>의 결말은 마음에 들었다. 인간이 결국 선을 선택하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 꺼림칙한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신작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찾아서 읽었는데, <오 자히르> 이후로는 종교적인 색채가 지나치게 짙어져서, 공감하기 어려웠던 게 많았다. 종교 얘기가 거의 없는 <승자는 혼자다>의 경우에도 많이 실망해서, 그 이후로는 안 찾아봤던 거 같다. 새로 나온 <불륜>도 그렇고... 청소년기에 너무나 강한 인상을 주었던 작가이기에, 언젠가는 찾아서 읽어보겠지만, 과연 다시 예전처럼 열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 의문)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던 건데, 코엘료는 영화에서처럼 정말 뒤에 꽁지머리를 기르고 다니는 걸까? 평소에 보던 사진은 앞모습만 찍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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