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면서 읽은 까닭도 있겠으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기가 힘들었다. 황석영 단편전집에서 `타인에게 말 걸기`를 처음 읽고 감탄해서 읽게 된 두 번째 작품인데, 생각보다 실망했다고 할까..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지만, 읽고 있는 것만 여러 권이라 언제쯤 다시 보게 될지.. 그때는 단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커피를 마시며 화집을 뒤적이다가 한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이 지상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비바람치는 밤하늘을 떠돌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한다. 코코슈카가 <바람의 신부>에 붙인 글이었다. 아마 이 구절을 적어 보냈다면 지영 언니는 카드을 돌려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안나는 생각했다. 고독한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오해한다. 그들은 강하지도 않고 메마르지도 않았으며 혼자 있기를 전혀 좋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코코슈카의 잠 못 드는 연인처럼 서로를 껴안은 채 각기 푸른 파도의 폭풍우 속을 떠내려간다.
-은희경,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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