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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조르바를 처음 읽었던 건 고2 때였다. 그 때는 공부만 아니면 다 재미있던 시절이었고, 공부하는게 너무 싫어서 하루종일 책만 읽은 날도 많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안하던 그런 때에 나는 조르바를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심장을 따르던 조르바가 어찌나 부러웠던지!
얼마 전 학교 수업 시간에 전형성에 대해 배울 때, 자신이 읽은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골라 그 이유를 적어오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외국 소설 남자 부분에서 망설일 것도 없이 조르바를 써서 냈다. 과제를 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내 폰에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이북으로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이북으로 읽은 책인 셈이다.
예전에 이북이 처음으로 등장해서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슈가 나왔을 때 나는 코웃음을 쳤었다. 이북이 대신할 수 없는 종이책의 감각과 느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으로 이북을 접하고 나니, 정말 이북이 대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도 종이책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이북을 살 일은 없을 테지만, 오늘날처럼 바쁜 세상에 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접근성에 놀랐기 때문이다. 종이책 넘기듯이 책장이 넘어가는 디테일이란.. 사실 지옥철 안에서, 만원버스 안에서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북이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빠져 책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요즘의 청소년에게도.
지하철을 탈 때나 버스 안에서 틈틈이 읽었기에 다 읽는 데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몇 년만에 다시 만난 조르바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조금씩 보였다. 크레타 섬의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한 장면이나 조르바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전에 읽을 땐 주목하지 않았던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었던 건 아니고,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조르바의 여성차별적인 발언들이 자주 보여서 조금 안타까웠다. 남자인 나도 좀 심하다고 느끼는데 이걸 읽는 여성 독자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르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진정한 자유를 얻은, 아니 쟁취한 사람은 조르바뿐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책이 계속 사랑받고, 우리가 카잔차키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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