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북극 같아."
유디트가 차창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북극?"
"허영호라는 사람 알아? 어제 TV에서 허영호라는 사람이 북극을 정복하는 걸 보여줬어."
"그런데?"
"허영호거 썰매를 끌고 북극점을 향해 가는데 말야. 북극은 거대한 얼음덩어리라서 바다 위에서 끊임없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대. 그래서 허영호는 마지막까지 극점 주위를 뱅뱅 돌아야만 했대. 그러다 가까스로 북극점에 도달해서 깃발을 꽂고 사진을 한 방 찍고는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는 거야. 그 순간에도 북극점은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을 거야."
"북극점이 움직이는 게 아니고 그들이 서 있는 얼음덩어리가 부유하는 거지."
"그게 그거지. 우리가 떠다니든 북극점이 움직이든 결국 마찬가지 아냐? 그럴 때 없어?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릴 때 말야. 여기가 어딜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