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다시 시작하는 마음
책을 멀리한 지도 꽤 되었고, 글을 멀리한 것은 더 오래되었다. 8년 넘게 해 왔던 독서모임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이미 그 전부터 책과 멀어지는 나 자신이 느껴지기도 했기에, 달라진 삶의 조건과 생활 방식이 오랜 취미이자 배움이었던 책과의 거리를 두게 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겠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는 개인적으로 일터에서의 하루하루가 여느 때와 달랐기에 집에 와서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기가 일쑤였다. 그나마 이제 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책을 마주하려 하니, 날이 갈수록 흐려지는 기억력과 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끄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긴 글을 쓸 수 있는 손가락 근육과 두뇌 근육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개인 PT라고 해야 할까. 지난 주부터 매일 조금씩 읽으려 노력하면서(이것부터가 한 걸음의 발전이다) 읽는 날엔 아주 짧은, 영양가 없는 문장이라도 적어보았다. 그건 폰으로 투비에 써놓았는데, 정작 투비엔 올리지 않고 그 글을 여기에 옮기고 있다. 독서력(力) 회복기...로 카테고리를 바꿔야 할까?
1. 2024.7.15.
《부처스 크로싱》을 다 읽다. 들소를 찾아 떠나는 길과 들소 사냥의 과정이 반복되는 부분에서 지루해지려 할 때마다 터지는 사건들이 소설을 읽게 만드는 동력. 앤드루스는 서부 모험을 통해 성장한 것인가? 세계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이 모두 무너졌을 때 이를 마주한 인간의 좌절감의 양태들(맥도널드, 밀러).
2. 2024.7.17.
《에세이즘》을 읽던 중 바르트에 대한 두 편의 글을 인상 깊게 보았다. 하나는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것이고 바르트는 마지막에만 나오지만. 《밝은 방》이 다른 작품과 다른 건 애도의 마음과 푼크툼으로 드러나는 나약함을 드러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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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4.7.19.
《에세이즘》 중 〈위안에 관하여〉를 읽다가. 우울증과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들과 작가들. 존 디디온과 윌리엄 개스, 하드윅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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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4.7.20.
《에세이즘》을 다 읽다. 이제야(읽기 시작한 것이 5월 15일부터이기 때문이다). <위안에 관하여>라는 챕터가 여러 차례 나왔음을 옮긴이의 글을 읽을 때에야 알아챈 나의 무심함에 대하여. 제목은 《에세이즘》이지만 저자가 열심히 보았던 에세이스트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단상과 분석, 그리고 에세이와 함께 우울증을 견뎌 온 저자의 삶을 그려 낸 또 하나의 에세이.
5. 2024.7.21.
조금 지나긴 했으나 생일 선물로 감사하게도 책장을 받았고, 어제 설치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원래 있던 책장의 책들까지 빼내서 책장 정리를 3시간 동안 했다. 여전히 본가에 있는 책들을 가져와 하나로 합치기엔 택도 없지만 책장에 여유가 생겼다. 저녁부터 자먀틴의 《우리들》 읽기 시작.
덧1) 서재에 옮기면서 당시엔 짤막하게 단어 위주로 적었던 내용들 중 생각나는 내용은 보강하여 썼다.
덧2) 마지막 독서모임을 한 것도 이제 반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참석하고 싶은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8년 전 내가 시작한 이후로 찾아본 적이 없으므로..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일단은 더 고민해보고 결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