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想 여섯. (2022년 4월 16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여느 주말처럼 늦잠을 자고, 독서모임에 가기 전 책을 한 번 더 훑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검색해보고,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온 하루. 거리두기가 곧 풀린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모임에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오랫동안 읽고 있던 《3월 1일의 밤》 읽기를 마쳤다.















  처음 책을 펼친 것이 3월 2일이었으니 한 달 반 가까이 걸려 읽은 셈이다. 지난 일想에서 언급할 때는 1부를 거의 다 읽은 시점이었고, 3.1운동을 대표하는 상징과 언어의 세계사적 맥락을 짚어보는 전개가 흥미로웠더랬다. 2부에서는 3.1운동 직전의 암흑기인 1910년대의 모습(일제의 강경책과 회유책, 사회진화론의 유행, 제1차세계대전, 신해혁명)을 다루었고, 3부에서는 3.1운동의 시위문화와 그 안에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노동자, 여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4부는 3.1운동 이후의 문화사(저자의 전공 때문인지 문학사에 미친 영향이 대부분이다)를 다루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 책을 4월 16일에 완독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마 이전에도 종종 인용하여 적기는 했겠으나, 검색해보면 내가 최초로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고 글을 남긴 것은 2016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생각하면 더 나쁜 쪽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속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고, 여전히 바깥에는 고의로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날 이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다시금 "정치적 존재"로서의 의식을 자각하도록 해주었다는 것에서 변화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을까. 전진과 후퇴가 난장을 이루는 시기를 살고 있지만, 우리를 광장으로 모이게 해주었던 그 힘을 겪어보기 전과 후의 우리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1919년 3월 1일을 온몸으로 겪었던 청년들과 유년 시절 결집의 힘을 보았던 이들이 이후 역사에 뛰어들며 세상을 바꾸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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