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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
레기네 슈나이더 지음, 조원규 옮김 / 여성신문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요.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법정스님의 수필집 중 무소유라는 제목으로 위에 있는 글이 인용되어있다. 스무살의 감수성이 예민하던 때에 잊지못할 혹독한 자국제가 되었던 구절이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라는 선문답같은 해설과 함께 일생을 사는 동안 늘 중심에 있어주었다.
영혼을 부드럽게 아우르는 울림은 없지만 '소박한 삶'이라는 제목의 이 책도 역시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지침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물질에 구속되어 진실보다는 거짓과 폼, 유행이라는 허울의 과다한 소비가 미덕처럼 과장되어있는 세계의 가운데에 인간은 표류하고 있다. 낙오자의 대열에 끼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타인을 짓밟으면서.
자본주의 이념을 거스르지만 잃어가는 인간다움과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되찾자는 소박한 삶,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인생의 최대목표가 아님을 누구나 알면서도 남이 가진 것만큼은 가져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딱 필요한 요소가 아닐수 없다.
산으로 들어가 수행하는 도인이 아닌 이상은 어느 정도의 물질은 필수적이다. 원하는 것을 다 가지는 사람보다는 최소한의 것마져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허다하다. 근검절약이라는 구호조차 사치가 되는 빈곤층도 존재한다. 이 글은 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삶의 기초적인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과대광고의 홍수에서 살아남으라고 깨어나라고 하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나 법정스님처럼 극단적인 무소유자가 될수는 없다. 그러나 내 생활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가능하다. 충동구매와 소유에 대한 욕구를 자제하고자하는 의식, 자각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무절제와 과소비로 피폐화된 사회의 미래란 암울하다. 소돔과 고무라의 비극이 네온싸인 휘황찬란한 거리에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