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타인의 허물에 관대한 편이다. 약간 헐렁하고 조금 모자르고 적당히 없으면서도 여유는 만땅인 사람을 좋아한다. 때에 따라서 말을 가리지만 꼭 필요한 말은 적절하게 하는 사람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타인의 단점만을 꼬집거나 불평 불만을 입에 달고 있거나 살면서 한번은 있을 법한 실수을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거리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천성적으로 타고난 나쁜 습관이나 말버릇은 그 사람의 고유한 개성으로 치부할 수 있다.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못하는 무덤덤한 성격, 좋은 게 좋고, 나빠도 최악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봐주는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성격, 어떤 불운도 내게 오면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 중의 하나가 되고 또 행운도 역시 그렇다. 크게 기뻐하지도 않지만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을 유심히 보지만 먼저 손을 내밀어 인사를 하지도 않고, 차례가 올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렸다가 볼 일을 본다. 끼어들기도 무단횡단도 마냥 서툴고 비교적 먼 거리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먼저 소리내어 부를 줄도 모른다. 그가 알아보기를 기다렸다가 모르고 지나가면 그런가보다한다.
그러나 내가 참고 감싸서 감춰질 성질의 실수가 아닌, 극단적인 처치가 필요한 실수를 한 그녀를 보는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아무리 가벼운 인연도 내 쪽에서 끊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는 경우는 정말이지 우울하다. 마주치면 웃고 말하고 기분좋게 헤어지고 다시 만났던 사람과 어떻게 지금의 웃는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로 대해야할지 난감하다. 나 한사람이 손해를 감수하고 끝나는 문제라면 상관이 없지만 다른 이와 얽힌 이 매듭은 몹시 거북하고 불편하다.
어떤 사람도 돈 앞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대개 한 번은 복권의 당첨을 꿈꾸고 거리에서 눈 먼 돈을 줍기를 바란다. 그러나 주인을 모르는 돈을 슬쩍 주워 갖는 것과는 달리 타인의 주머니에서 꺼내가는 것은 어지간한 담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불가하다. 그리고 그런 돈에는 재앙이 따른다. 그렇게 쉽게 남의 것이 내 것이 될 리가 없잖은가. 제대로 돈을 쓰는 사람이 제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고,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돈 씀씀이를 관찰하면 대충 답이 나온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는 못해도 그것이 내 게 아닌 남의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만은 기억하는 인간을 지향한다. 아, 그럼에도 꿀꿀하다. 미운 건 사람이 아니라 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