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퇴근하니 고문진보 후집이 도착했다.

시가를 모은 선집은 구입한지 오래됐으나 산문을 모은 후집은

내동 잊고 있다가 이번에 구입했다.


오래 전에 내게 한문을 가르치시던 선생께서 늘 사서삼경으로 틀을 잡은 연후에는

이 책을 독해와 작문 교본으로 삼아 늘 가까이 두고 읽으라  하셨는데

선생께서 떠나신지도 한참 세월이다.


천오백년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눈물과 애상, 분노와 결기, 낙관과 긍정을

천오백년후에 사는 내가 다시 더듬어 읽는 소이는 사람살이가 시공의 차원을 넘어

내남없이 다르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이 주는 안온함 때문일테다.


새로이 글을 익힐 요량은 아니지만 옛글에서 오늘의 시름을 잊고 혹여 내 깜냥이

이르러 조그만 가르침이라도 얻는다면 足矣.






근래 트로트 좋아하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바네사 메이'로 불리는 전자 바이올린니스트

조아람양의 연주 영상. 해금이나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의 비브라토는 정말.


조아람양의 유튜브 채널

http://www.youtube.com/user/0523jo/videos?sort=dd&view=0&shelf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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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0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말일기Z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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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나면 <세계대전Z>가 얼마나 잘 쓰여진 좀비 에스카톨로지인지 알게 된다. <종말일기z>의 작자는 좀비 팬덤의 취향을 전혀 모르고 그냥 어디 드라마와 영화에서 차용한 설정과 상황만 드립다 카피 앤 패이스트하는데 그마저도 재미없으니 이런 난리가. 차라리 미드 <데드맨 워킹>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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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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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리 형님을 좋아하지만 이건 `범작`..`태작`이라고 불러야 한다. 뻔한 설정과 트릭..매력없는 여성 캐릭터. 페이지는 잘 넘어간다. 점심먹고 오후 커피 마시기 전까지 460p가 다 읽힌다. 말그대로 page turner다. 그럼 재밌다는 이야긴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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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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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가 너무 좋아서 한창훈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다가

작가의 유일한 산문집인 이 책을 발견했다.

 

처음엔 작가들이 흔히 때 되면 이런 저런 조각 글 모아 출판하는

산문집 나부랭인 줄 알았다.

 

이런...!  아니었다.

 

심드렁하게 회의실 구석자리에서 늘어져 이리저리 뒤적이다

벌떡 일어나 정좌하고 읽었다.

 

<디시인사이드> 애들 어법을 빌려서 말하자.

 '궁서체'로 이 책 좋다. '지금,진지하다.'

 

거문도에서 나고 자라 어부로, 선원으로, 노가다꾼으로, 홍합공장 공원으로

그리고 작가로 한 시절을 살아 낸 한창훈의 지난 날과 사람들의 기록이다.

 

작가 공선옥이 발문을 썼는데 이렇게 적었다.

 

그처음 한창훈을 만났을 때 나는 그가 글을 쓰는 사람인 것이 좀 낯설고 글만 쓰는 사람이기에는 뭔가 좀 아까운 사람 같았다. 말하자면 그는 글만 쓰고 살기에는

지나치게 튼튼하고 멋있는 외모를 가진 사나이였다. 그때까지 내가 보아 온 글 쓰는 아저씨들은 모두 글쓰는 일 이외에는 도무지 소질도, 능력도, 체력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는데 '글쓰는 한창훈'과 첫 대면하는 순간 나는 그가 이제 방금 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판이거나 먼 바다에서 만선한 배를 타고 귀환한 어부 같았다.(p08) 

두 번째 발문은 극악의 난해함을 자랑하는 <죽음의 한 연구>로  명성 만큼의 악명을 떨친

박상륭 선생이다.

그는 돌고래 냄새를 풍긴다. 그는 이미지의 물고기들을 사랑하는 돌고래이다. 바다는 그리고 끝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외롭다. 외로울 때 바다도 운다. 이 바닷 사내도 외로워 보인다. 그런 울음하기의 悲悅이, 한 보따리 싸여, 여기에 있다.(p07)

 

섬 소년으로 산 세월, 섬과 섬 사람들, 항구와 육지 곳곳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 온

시절의 삶과 오고 가며 스쳤던 사람들, 그리고 바다, 절대 떠나 살 수 없는 바다를 담담하고

정감있게, 그러나 붓자락 이면에 쓸쓸함과 비애같은 것이 아른거리는 문체로 그렸다.

 

이 산문집이 주는 매력은 '창천의 뜬 구름을 잡아서 귀신에게 먹인 다음에 명년 씨나락을 

까먹게하는' 알량한 고담준론이나 신변잡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노동에 기반한

당대의 삶과 섬과 바다라는 구체적 자연의 삶에 글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가난과 바다 그리고 항구에서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없는 연민의 시선 때문이다.

 

보드라운 손과 하얗고 가는 팔 다리로는 쓰지 못할 글이라는 것이다.

 

한창훈이 책 어디에선가 이렇게 적었다.

 

가난의 외곽을 그리는 소설은 의미를 잃은 시대에서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변방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쓴 소설이 나오면 으레 고색스러운 방 하나에 한꺼번에 몰아

넣고 체크 인 해버리는 게 요즘 풍토이다.

 

토속적이다, 질펀하다, 한 마디 내뱉어 주면 된다고 여긴다. 평론가들의 모국어 기피, 근친혐오. 그 배경 속에서 쓰고 있다.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적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 버린 것, (p99)  

한 권 구해다 느지막한 여름 밤에 슬금 슬쩍 읽어보시길.

찬 소주 한 잔 생각이 절로 들 터이다.

 

한창훈은 고향 거문도에서 '생계형 낚시'를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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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3-06-0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창훈의 소설 '홍합'이 아주 비릿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쉽게 공감하기가 힘이 들지만...암튼~(,.)

2013-06-06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창훈이 첫 작품을 상재할 때부터 그가 이문구 선생의 직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이 아닌 이 책을 읽고 나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구수하고 텁텁한 입말은 이문구의 것인데

예의 의뭉스럽게 슬슬 꼬아 길고 긴 복문 대신 드라이한 단문 위주의 문장은 되레 요즘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문구 선생과 같은 길에 있다는 것은 동류의 곡진하고 웅승그레한 시선과 

감성때문이다. 어류 박물지에 달큰하고 속 깊은 사연이 만나니 절로 흥겹다.

게다가 툭툭 무렴없이 던지는 담백한 단문의 재미가 아주 달고 찰지다.

 

내륙 출신인 나에게 바다 생물들이란 백과사전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피에나 나오는 것들이고

먹었다고 해봐야 다들 먹어 본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물론 살아 온 세월이 있으니 이것 저것 걸터듬어 먹어보기야 했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먹은 게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연유로 이 책은 나 같은 미생에겐 

아주 긴요한 가이드북이자. 萬漁譜이고 그 어류들에 얽힌 萬人譜였다

 


한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p78

 

객쩍은 소리 한마디 보태자면 근래 맛집이고 여행이고 그 비슷한 것들을 담아

 저자거리에 도는 책들을 들추어보면 매냥  '중2병'에 걸려서 하냥 개갈안나는 소리만

 주야장천 왜장을 치는 책들이 태반이다.

(자기 인생도 제대로 간추리지 못한 것들이 이국 땅에서 뭔 깨달음을 얻었다고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이들에게 훈계에 선생질에 흰소리를 해대는지 보다 보면 기도 안찬다.)

 

그것도 아니면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도 안받은 저자와 교정도 안보는 편집자 둘이 

짝짜꿍을 지어 생쇼를 벌이는 허접쓰레기와 블로그에나 올라 갈 사진만 예쁜 팬시류 책들이

또 그 반인 이 풍진 세상에 한창훈의 이 책은 알곡이다. 공들인 편집도 그 짝을 만나 더 좋다.

 

며칠 자료 조사 때문에 피 뚝뚝 떨어지는 기사와 사진, 영상들만 들여다 보다가

눈호강했다. 이젠 이 책을 들고 입호강하러 가야겠다. 주말이니까.

'세 식구 머리 맞대고 꼬리뼈까지 쭉쭉 빨아먹는 맛'(p297)이라는

우럭이나 한 '사라'하자. 소주 일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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