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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전작인 <스노우맨>을 서가에 꽂아놓고 방치하고 있던 차에 어찌하다 보니 내용 상 스노우맨의 다음 작인 <레오파드>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런 네스뵈를 놓치다니..!
요즘 '가짜 서평, 진짜 서평' 운운한다던데 서평 나부랭이야 많이 배우시고 잘 나신 선수들과 하루가 고달픈 알바들의 일이고 나야 뭐 몇 개의 열쇳말로 정리한 객쩍은 소리나 한마디 보탠다.
데이빗 핀처식으로 해볼까. 4대 미덕.
1. Gluttony : VOLUME.
- 늘 떠드는 바이지만 나는 '두꺼운 책 페티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성적 취향을 가진 무리들을
일컬어 조악한 조어로는 'creber libriphilia'라 부른다. 이 이단 종파에 속한지 제법 되었다.
우리 종파의 교리는 페이지 수가 500p 이상 되는 책을 만나면 일단 엎드려서 이렇게 외치는 것
이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and soul"
이 괴이한 종파의 신실한 믿음의 종인 나의 역치(thread)는 해가 갈수록 높아져 요즘은 최소
500p는 넘어야 약간 반응하는 정도이고 600p는 되어야 '각성'한다. 그런데 <레오파드>의
총 페이지 수는 781페이지다. 게임 끝. 이 정도면 우리 형제와 자매님들에겐 '귀하고 귀한 경전'
이자 콜롬비아산 최고급 순도의 드럭이고 늘 경애하옵는 '나나 나쯔메'양의 현신이다..
2. Envy : Character
- 네스뵈는 마이클 코넬리를 좋아한다. (분명하다...내 짐작이다-1)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는 해리
보슈의 오마쥬이다. (내 추정이다-2) 더 본질적으론 해리 보슈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패치버전
(patch version)이다. 그래서 더 끌린다. 홀레는 보슈보다 덜 어둡다. '후까시'도 덜 잡고 말도
좀 더 많고 자기 감정에 솔직하다. 심지어 묘사로는 조금 더 키도 크고 잘 생긴 듯 하다.
(에이 썅..)
3. Greed : Translstion
- 번역자 노진선은 상찬받아 마땅하다. <레오파드>를 읽는 내내 번역서로서의 '위화감'을 한번
도 느끼지 않았다. 노르웨이어-한국어의 직역이 아니라 노르웨이어-영어-한국어'의 중역이었
을텐데 번역 좋다. 풍경의 묘사, 감정선의 서술 등 모든 면에서 '언어의 시차'를 느낄 수 없었
다. 나는 만족했다. 마치 이세욱의 번역판으로 그랑제의 <늑대의 제국>과 <미세레레>를 읽을
때의 느낌이었다. 번역자가 텍스트를 아주 욕심스럽게 물고 뜯는다.
4. Sloth : Narrative
- 781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읽다보면 아쉽다. 다 읽을까봐. 서가에서 <스노우맨>도 꺼내놓
고 지금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624p -.-) 난 320p까지 A와 B의 달달한 성적 긴장감을 즐겼
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 빌 맥더미드 여사의 투박함과 약간의 클리쉐에 조금 질렸거나 해리
보슈의 '생래적 우울함'에서 벗어 난 좀 생생한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답은 해리 홀래 그리고
<레오파드> ! 단 바쁜 생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Ps. 원서로 읽은 것이 아니어서 단언할 수 없지만 '글빨'도 코넬리보다 네스뵈가 더 낫다.
그것도 월등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