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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레이첼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의 문학들은 여름에 특히 잘 어울린다. 아마도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 주변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좀 일찍부터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 루스 웨어의 두 번째 소설 <우먼 인 캐빈 10>을 시작으로 마이클 코넬리의 <다섯 번째 증인> 등 주목 받고 있는 현대 미스터리 작가들의 소설을 계속 읽어왔는데 이 책의 출간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최신 유행하는 걸그룹이나 보이그룹들의 잘 빠진 노래들을 듣다가 인순이나 조용필이 나왔을 때 '왕의 귀환'이라며 귀를 쫑긋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몇년 전부터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들이 국내에 정식 소개되었을 때부터 여름이면 읽어오고 있는 작가인데 올해도 여지 없이 새로운 책이 나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6-70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한국어판으로 지금 나왔으면 왠지 지금 책인 느낌도 들고.
그리고 지금 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구성이나 스토리는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고전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미망인, 부유한 상속자,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양자의 불안함 등 이제는 좀 많이 보아온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푸는 방식이 역시 대가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화자인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이 '레이첼'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의심도 하고 홀리기도 하고 연민도 갖는 등 여러 감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살짝 방심한 사이 훅이 제대로 들어온다. 그렇게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것, 이게 진정한 대가의 재능이 아닌가 싶다.
뭐랄까... 대프니 듀 모리에를 읽었으니, 올 여름도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뭐, 더위는 이제 한창이니까 또 다시 모던 스릴러나 모던 미스터리 류를 읽게 되겠고 혹은 매년 여름이면 읽는 몇몇 클래식 추리 물들을 꺼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올 여름의 스릴러의 정점에 있는 책 중 하나는 이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벌써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