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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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서관에서 몇 번이고 봤던 책을 구입하게 되고,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따스하게 했던 그 감정이 다시끔 떠오른다. 

약속의 중요성, 환경오염의 심각성, 생명체끼리의 작은 교감. 이 삼박자가 딱 드러맞아 선사하는 감동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크고 깊다. 

1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라는 그 말이 결코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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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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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다. 고양이를 무서워했고 좋아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고양이는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며 아무리 밥을 먹여도 결국 집을 나가고 영악한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입견은 <검은 고양이> 같은 작품을 읽으며 더 명확하고 선명해졌다.  

그래서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내게 작은 고양이가 하나씩 찾아온 후로, 난 그들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끊임없이 그들과 함께 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 내가 출근할 때 그들은 문까지 나와 배웅하며,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반기며, 절대 나를 배신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좀 영악하긴 하다.) 

피터 아저씨도 나와 같은 고양이 마법에 빠진 게 분명하다. 이 마법에 빠지면 자기 고양이는 다 특별해 지고 그 어떤 고양이보다 똑똑해지고, 이건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애묘인의 입장에서 아저씨의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의 교감, 그 멋진 순간순간의 유쾌함은 독서의 즐거움을 증가 시킨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고양이가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 고양이 마법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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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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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대한 오만함으로 무장한 채 베스트셀러는 거부하게 되는 못된 심보를 가지고 있는 내게 책 선물은 그런 편향에서 잠시 내려오게 해 준다. 베스트셀러는 나의 책장에 잘 없다는 공식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깜짝 선물을 할 때면 종종 당시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를 주곤 하는데 그건 본인들에게도 손쉬운 선물이며 앞에선 불평하는 내게도 뒤에선 만족스러운 선물이 된다. 이 책도 그런 경로로 내게 들어왔다. 귀찮음이 극에 달해 책 따윈 몰라 하면서도 왠지 뭔가 할 일을 하지 않은, 화장실에 갔다가 뒤 안 닦고 나온, 그런 불안함에 시달리는 시기가 오면 어쩔 수 없이 가독성이 높은 책들을 찾게 되고 그럴 때 이런 책들은 내 책장에 꽂힌 한 줄기 빛이 되고야 만다.  

      가독성이 좋은 책을 한 번 만나고 나면 다시 글 읽는 재미는 쏠쏠해 진다. 이런 범죄스릴러 류를 읽으며 '흥, 네가 범인일테지.' '그럴 줄 알았어' 를 반복하며 작가를 기만하고 스토리를 무시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도 후반부가 가까워질 때까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작가는 인물들을 치밀하게 구성할 줄 알았으며, 인물들 사이에 사건을 첨예하게 끼워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치밀함과 짜임새 속에서 사건은 미궁을 향해 나아가고 모든 사람이 심증은 있으되 물증은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더 긴장감이 죄어오는 것은 당연했다. 

      내게 재미를 되살려 주는 사람은 꽤 오래 히라시노 게이고 뿐이었는데 그의 재미를 뛰어넘는 작가를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물론 책장을 덮고난 후 구성과 스토리의 허점은 드러났지만, 그것 없는 이야기가 어디 있었으며 나는 그런 작은 허점이 있는 이런 멋진 이야기라도 생각할 수 있냐는 자문엔 또 한 번 고개가 꺽이고 만다. 좋은 책은 문장이 수려하고 내용이 철학적이며 시대, 공간을 아우르는 엄청난 힘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 사람에게 그 때 그 당시 글을 읽는 재미를 놓지 않게 해 주는 책, 그것도 좋은 책일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방바닥에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지며 잔망스러운 상상만 날로 치솟던 내게 이 책은 더없이 좋은 책이 된 것임엔 틀림없다. 그러니 이 책을 놓자마자 다른 책을 잡고 뒹굴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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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 대산세계문학총서 100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이윤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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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하지 않게 어떤 책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요즘 미투데이 안의 미투밴드를 통해 지인들과 책퀴즈를 하고 있는데 다섯힌트를 보고 책을 맞추는 식의 흐름이다. 그 중 한 문제를 보고 루이지 피란델로의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명인 어떤 사람>을 떠올렸고 (아쉽게도 답은 아니었다.) 그 책을 떠올리며 대산세계문학총서의 백번째 책인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 두 책의 제목을 보면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이 가진 특징이 보이는데 한 인간의 자아가 분리되어 버리는 일종의 분열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자살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보려 하지만 알게 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게 될 때 생길 것 같은 그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닌 또 다른 속박이라는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자신은 법적으로 자유로울 것 같지만 법의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즉 법적으로 합법적인 역할도 불법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므로 어떤 사건에도 휘말리면 안되는 것인데 사회에서 어떤 사건에도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결국은 유령과도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고 사랑도 믿음도 신뢰도 어떤 것도 주고 받을 수 없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은 메꿔지지 않고 자신이 돌아감을 기뻐하고 놀라워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재의 시간은 한 존재 역시 망각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의미와 부재만 더 확인하는 일일 뿐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이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모호해지며 존재와 비존재가 불확실해지는 모순적인 면이 나타나게 된다.

    여행을 하며 자아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되는 부분은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떠올리게 했고 본인이 죽었다는 설정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떠올리게도 했으나 이 책은 이 책만이 가진 매력이 있었다. 군중 속의 자신, 그리고 진정한 '나'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성찰이 독자에게까지 전달되어 책을 읽는 내내 외롭고, 고독하게 독자를 이끌었다. 각종 수단이 발달하며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것들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우린 군중 속에서 외롭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모순은 아닌 것이다. 나와 연락이 끊긴다고 해서 걱정하고 초조해 할 사람이 가족 외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오늘도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잡담을 하고 고민을 나눈다. 그러며 혼자인 순간 외로워 지는 것이다. 그 외로움에 대한 답,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문들이 더 몸서리치게 외로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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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 씨 다섯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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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길어질 수록 재미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네코무라씨의 다음 책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고 여전히 우리집 고양이 롤리팝과 닮은 네코무라씨는 귀요미이지만, 다섯보단 넷이, 넷보단 셋이, 셋보단 둘이 둘보단 하나가 재미있었다. 네코무라씨 하나에서는 정말 배꼽을 잡고 웃었었는데... 그 재미는 어디로 갔담. 

허나, 여전히 네코무라씨는 감동적이다. 고양이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이 얼만큼 이루어지는지 이 책보다 잘 보여주긴 쉽지 않다.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고양이, 집을 나가는 고양이, 배신을 잘 하는 고양이, 옛부터 전해 온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들은 이런 것이지만 키워본 사람들만이 아는 고양이의 매력은 주인을 좋아하고 공간에 집착하며 꾸준히 주인을 지켜보는 것들이다. 그런 것을 알려주기에 네코무라씨의 매력은 여전히 계속된다:) 여섯도 빨리 나와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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