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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평점 :
책에 대한 오만함으로 무장한 채 베스트셀러는 거부하게 되는 못된 심보를 가지고 있는 내게 책 선물은 그런 편향에서 잠시 내려오게 해 준다. 베스트셀러는 나의 책장에 잘 없다는 공식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깜짝 선물을 할 때면 종종 당시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를 주곤 하는데 그건 본인들에게도 손쉬운 선물이며 앞에선 불평하는 내게도 뒤에선 만족스러운 선물이 된다. 이 책도 그런 경로로 내게 들어왔다. 귀찮음이 극에 달해 책 따윈 몰라 하면서도 왠지 뭔가 할 일을 하지 않은, 화장실에 갔다가 뒤 안 닦고 나온, 그런 불안함에 시달리는 시기가 오면 어쩔 수 없이 가독성이 높은 책들을 찾게 되고 그럴 때 이런 책들은 내 책장에 꽂힌 한 줄기 빛이 되고야 만다.
가독성이 좋은 책을 한 번 만나고 나면 다시 글 읽는 재미는 쏠쏠해 진다. 이런 범죄스릴러 류를 읽으며 '흥, 네가 범인일테지.' '그럴 줄 알았어' 를 반복하며 작가를 기만하고 스토리를 무시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도 후반부가 가까워질 때까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작가는 인물들을 치밀하게 구성할 줄 알았으며, 인물들 사이에 사건을 첨예하게 끼워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치밀함과 짜임새 속에서 사건은 미궁을 향해 나아가고 모든 사람이 심증은 있으되 물증은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더 긴장감이 죄어오는 것은 당연했다.
내게 재미를 되살려 주는 사람은 꽤 오래 히라시노 게이고 뿐이었는데 그의 재미를 뛰어넘는 작가를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물론 책장을 덮고난 후 구성과 스토리의 허점은 드러났지만, 그것 없는 이야기가 어디 있었으며 나는 그런 작은 허점이 있는 이런 멋진 이야기라도 생각할 수 있냐는 자문엔 또 한 번 고개가 꺽이고 만다. 좋은 책은 문장이 수려하고 내용이 철학적이며 시대, 공간을 아우르는 엄청난 힘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 사람에게 그 때 그 당시 글을 읽는 재미를 놓지 않게 해 주는 책, 그것도 좋은 책일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방바닥에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지며 잔망스러운 상상만 날로 치솟던 내게 이 책은 더없이 좋은 책이 된 것임엔 틀림없다. 그러니 이 책을 놓자마자 다른 책을 잡고 뒹굴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