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2>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올림픽의 몸값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만약 그들이 살아있다면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만약 그들의 고뇌를 알고 있는 경찰이었다면 나는 그들을 당당하게 잡을 수 있을까? 머리 속이 정리 되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읽으며 처음 느낀 기분이다. 뭔가 울컥하고 뭔가 억울하면서도 뭔가 답답한 그 '뭔가'가 정학하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나에게 오쿠다 히데오의 최고 작품이었던 <남쪽으로 튀어 1,2>보다 조금 더 날카롭고 냉정해 졌다. 웃음기란 없다. 아니, 웃길래야 웃을 수가 없다.
잘생긴 얼굴, 명석한 두뇌, 뛰어난 학벌, 뭐 하나 빼 놓을 것 없는 구니오라는 한 남자가 있다. 고향 집은 시골이고 어렵지만 국가가 다시 건설되고 있는 이 때, 그 사람 정도라면 앞으로 한 자리 꿰차고 그동안 없이 살았던 것 다 보상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런 그 사람이 갑자기 돌발 행동들을 시작한다. 죽음이 무섭지 않게 되고, 마르크스를 공부했지만 빨갱이는 아니었는데 사회주의의 이상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국가의 적이 되고 만다. 순간, 광주학생운동에 대해 알았던 때가 생각난다.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그들이 쓰러져 가는 걸 근처의 도시에서 조차 몰랐다고. 누구는 그것이 나라의 발전 과정이라고 했다. 힘없는 자들은 비명도 없이 쓰러져가고 힘있는 자들은 그 피를 밟고 일어서 잘먹고 잘살게 되는 것이. 아마, 그는 이런 것이 억울해 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버지도 다른 형, 살아서도 얼굴 몇 번 본 형의 죽음이 그를 그렇게 180도 변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형의 죽음으로 보게 된 또 다른 인생 계층들의 삶이 그를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라와 협상을 시작한다. 과연 구니오가 요구한 것은 돈이었을까, 아니면 한 번만 무참히 쓰러져가는 계급을 돌아봐 달라는 것이었을까. 그의 행동은 물론 완벽히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내내 그가 경찰에 잡히지 않기를, 무사히 도망치기를 손에 땀을 쥐며 바랐던 것 같다. 계급의 차이, 빈부의 격차. 민주사회를 꿈꿨고 그것이 실현 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차이를 여전히 좁히지 못한 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을 여전히 당연하다 여기고 살고 있다. 동경 올림픽이 지났고, 서울 올림픽도 지났고 한일 월드컵도 지났지만 그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아, 그래서 마음이 답답했던가 보다. 여전히 우리가 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잡히지 않길 바랐고 그랬음에도 어쩔 수 없는 결말에 그저 가슴만 쳤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