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구 1%에 달하는 조현증,
그중에서도 노인 조현증 가족의 이야기

엄마를 돌보며 나이듦과 노년의 의미를 묻다

이 책은 너 안의 나내 안의 너를
기꺼이 만날 수 있도록 용기 낼 수 있게끔
우리를 초대해 주는 책입니다.
신차선(심리치료학 박사)
 
가장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딸의 돌봄의 손길은
가슴 절절한 밑바닥의 감정과 더불어
심연 속 대()긍정의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신승철(철학자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


<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 유혜진 지음 / 알렙 펴냄








■ 간략 소개

어느 날 엄마에게 들이닥친 조현증,
그로 인한 변화와 갈등으로 딸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퇴행하는 엄마의 곁을 지키며 ‘엄마의 엄마’가 되어 가는 딸.
엄마의 나이듦을 오롯이 마주하고 껴안기 위한 몸부림의 기록.

■ 출판사 서평

분열적 노화를 겪는 어머니와의 돌봄 이야기
현실과 망상,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분열하는 엄마의 위태로운 노년

저자는 조현증을 앓는 엄마를 돌보았던 혼란스럽고 두려웠던 시간을 다시 천천히자세히때로는 아프게 파고들면서 (읽어 내려간다그리하여 저자는 철학적사회학적심리학적의학적 개념들을 넘나드는 치열한 사유 끝에 나이듦과 노년돌봄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길어 올린다. 이 책은 그렇게 쓰인노인 조현증을 다룬 국내 최초의 생활 철학 인문서이다우리 모두는 부모의 나이듦과 마주한다그리고 약해진 부모를 보살피며 엄마의 엄마가 되어 간다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불현듯 다가온 부모의 나이듦에 당혹스러워하고갈팡질팡한다저자는자신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한다그리고 어머니를 돌본 경험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읽어 내기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놓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그리하여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생태적지혜연구소에서의 노마드적 탐색을 돌봄과 유대의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는 저자는자신이 엄마의 엄마가 된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빚어냈다저자의 이야기와 성찰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부모의 나이듦을 응시하고 마주 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준다.

전 인구 1%에 달하는 조현증, 그중에서도 노인 조현증 가족의 이야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나이듦을 마주 볼 수 있는 용기이다

 조현증은 흔히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감춰지고특히 노인 조현증은 노망이나 치매로 오인되어 명확하게 포착되지 못한다그러나 조현증은 전 인구의 1%,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다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노인 조현증을 앓은 어머니와 그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현실과 망상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분열하는 엄마의 위태로운 노년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당혹스러움불안갈등혼란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자신이 받았던 돌봄을분열적 노화를 겪는 엄마에게 돌려주며 엄마의 엄마가 되는 돌봄의 순환을 그려 낸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의 나이듦을 마주하고부모의 돌봄을 고민하게 된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에는 자기 자신의 나이듦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노화의 과정에서 생기는 질병과 그 상황을 마주하는 당사자그리고 그를 돌보는 이들이 겪는 변화와 갈등의 이야기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걸어가는 모든 인간이 직면하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과정이다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다가오는 나이듦과 노년을 응시하고 마주 볼 수 있는 마음과 태도를 준비하는 일이다. 저자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과 인문학적 성찰로 빚은 이 돌봄 이야기는 나이듦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을 맞이했던맞고 있는맞이할 모든 이들에게 너 안의 나내 안의 너를 기꺼이 만날 수 있도록 용기 낼 수 있게끔 우리를 초대한다.
 

엄마를 돌보며 나이듦과 노년의 의미를 묻다
엄마에게 찾아온 혹독한 노년의 한때, 그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이 책에는 두 가지 흐름이 상호 교차하며 흐른다하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즉 조현증을 앓는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풀어낸 스토리텔링이다다른 하나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나이듦노년돌봄죽음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얻은 인문학적 성찰들이다. 저자는 어머니를 돌본 시간을 반추하며 나이듦과 노년그리고 이를 대하는 우리의 사회·문화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인생의 노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그리하여 저자는 노화의 의미를 쇠퇴와 하락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며노년을 맞는 이들과 그 곁을 지키고 있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화도 성장이다
나이듦노화는 흔히 손실과 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그러나 저자는 나이듦의 의미를 구하며 오히려 성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많아지는 것을 성장이라고 본다면 신체적 측면에서는 일정 시기가 되면 성장이 다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이해한다면 성장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바로 깊이와 농도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깊이와 강렬도는 길이와 무게의 한계를 넘어서는 까닭에양적이고 물질적인 성장이 다해도 우리는 깊어지고 축적되는 굴곡의 성장기를 여전히 유지한다저자는 이와 같이 성숙으로 대변되는 깊이의 성장에는 끝이 없고이 성장기의 마지막을 가리키는 시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죽음일 것이라고 말한다그리하여 저자는 노화는 우리의 신체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작용 속에서어떻게 하면 그런 현상들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노화를 미처 못다 이룬 내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제2의 성장기로삶에 부여된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화에 저항하는 문화에 저항하기
우리는 나이듦을 실제 현상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불현듯 다가오는 것처럼마치 일종의 발견처럼 느낀다현상과 발 맞추어 제때 노화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노화를 애써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습관들의 축적물이다저자는 이것이 나이듦이라는 필수적인 과정의 수긍을 방해하는 구조가 너무 견고하고 광범위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산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우리 사회에서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다는 방지되어야 할 현상으로 치부된다그리하여 노화 방지(안티에이징산업이 해마다 성장하며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칭찬으로 통용된다생산성이 떨어지는 존재로서의 노인됨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지며이로 인해 세대 갈등이나 노인 소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저자는 이 같은 사회와 문화에 맞서, ‘반노화에 저항하는 주체성을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한다면 피할 수 없는 노화를 거부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갈등을 덜어내고 소외된 마음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삶과 죽음의 분리를 넘어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매일 변화를 겪으며 조금씩 나이 들어 간다그리고 그 방향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죽음을 향해 있다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나이 들어 간다는 것산다는 것은 곧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우리 눈앞 도처에는 삶만 있을 뿐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도시화와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죽음은 더욱더 매끈하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저자는 이렇게 죽음이 옮겨진 자리를 영속성이라는 환상이 차지한다고 말한다나아가 이러한 삶과 죽음의 분리를 자연과 인간의 분리와 유사한 형태로 인식한다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과 죽음의 질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은 서로 비슷하게 구조화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나이듦은 이러한 분리의 독단과 오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그래서 저자는 죽음을 사장시킨 삶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삶의 틈새마다 스며 있는 죽음 감수성을 되살려 내자고 말한다. 소유와 축적을 허용하지 않는 유한성의 직시야말로 삶 자체에 대한 애착을 있는 그대로 살려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와 공감, 그로 인한 깨달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완성이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지날수록 감사함이 더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후에는 아픔의 눈물이 감사의 눈물로 바뀌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둘은 처음부터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삶 전체를 쥐고 흔들 만한 아픔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티 나지 않게 크고 작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 글을 쓰는 데 함께 했습니다.
⏤ 머리말 「엄마와 함께한 글쓰기, 삶을 치유하다」,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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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생태시민으로 살아가기

 

에코크라시를 향하여

 

 

이나미 지음 26413,00046(128×187)

출간일 2023225ISBN 979-11-89333-56-0 93300

 

분야: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사회/정치 > 생태/환경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민이 알아야 할 에코크라시의 철학

집사로서, 동료로서, 참여자로서, 생태시민이란 무엇인가

 

알렙 그린풋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생태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덕성은 어떤 것인가? 정치학자로서 생태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 담론을 연구해 온 이나미는 방대한 문헌 연구와 치밀한 사색 끝에 가장 최신의 생태시민성논의를 종합해 냈다. 그것이 바로 이 책, 생태시민으로 살아가기: 에코크라시를 향하여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 공론장에 시민성’, ‘민주 시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담론은 적지 않았으나, ‘생태시민성’, ‘생태시민’, ‘생태 민주주의는 여전히 낯선 개념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며, 우리 각자가 생태시민이 되는 것이 생태위기와 정치적·사회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데모크라시에서 에코크라시로)이라고 이야기한다.

 

생태위기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불러오고, 이는 정치적·사회적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금의 중동 난민 사태, 국제 분쟁의 증가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각국 정부, 국제사회, 미디어는 이 같은 생태 문제에 무감각하다. 그 배경에는 경제계의 이권과 로비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을 때는 사람과 불에 타 죽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희생당하는 것은 결국 기후위기에 아무 책임이 없는 지역의 사람들과 우리의 후손이다. , 기후변화는 정의의 문제’, ‘기후정의문제를 일으킨다.

기후변화는 비단 자연재해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위험이 야기된다. 저자는 위험사회을 쓴 울리히 벡을 따라, 개인주의화의 증대, 불평등의 심화, 민주주의의 훼손과 과학적·관료적 권위주의의 심화, 사회적 증오의 발생에 대한 우려를 밝힌다. 특히, 기후위기 등의 생태 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권위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경계를 표하는데, 저자는 독재와 권위주의가 위기에 더욱 취약하며, 생태위기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인권 침해는 또 다른 재앙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민주주의의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와 사회적 위기에 무관심한 국가와 기업의 태도를 볼 때, 우리는 이를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가는 관료제의 경직성과 기업의 로비 등으로 진정한 친환경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다. , 기업은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장기적이고 윤리적인 정책을 지지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희망은 시민사회와 시민에게 있다. 시민은 상호 협력과 연대를 통해 국가와 기업을 견제하고 생태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생태시민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생태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생태시민성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생태시민성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모색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여, 자연에 대한 집사, 동료, 참여자로서의 태도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집사로서의 생태시민성은 스튜어드십에 기초한다. 스튜어드십 모델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다. , 자원 사용의 지속가능성, 다양한 생태계들 간의 통합, 자연의 생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에는 양육과 돌봄, 사랑, 공경이 따른다. 동료로서의 생태시민성은 다른 존재를 믿고 의지하고 협력하는 파트너십에 기초한다. 자연은 인간의 아래나 위가 아닌 에 존재하며, 독립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 상호작용과 상호발전의 역동적 과정에서 함께 존재하고 함께 일하는 파트너십 모델에서 핵심 요소는 등가성목적성으로, 이 둘은 인간과 더불어 자연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로서의 생태시민은 인간이란 존재가 자연의 일부로 자연에 소속되는 것으로, 인간을 포함해 자연에 참여하는 각 생물들이 가진 고유한 가치, 각 존재의 고유성과 차이가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이때 참여자 모델에는 영성적 내용도 포함되는데, 그것은 자신의 실존과 대면하고 자신됨을 회복하는 것, 다시 말해 우주와 연결된 자신을 발견하는 생태적 영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는 이러한 생태시민성의 조건을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할 경우 도리어 사람들이 생태적 실천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채식을 예로 든다면, 한 사람의 완전한 채식인보다 열 사람의 불완전한 채식인이 생태의 회복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생태시민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실천과 대화의 네트워크이다. 그러한 네트워크 속에서 비로소 작은 변화라도 시도하자는 상호 간 격려, 그러한 변화를 지속하기 위한 조직적 지원, 그것을 비난하고 음해하는 세력의 약화가 가능해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생태적 변화를 이룰 동료를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며 생태시민성을 구현·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와 기업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국가와 기업은 생태 문제에 정직하게 대면할 수 없다. 국가는 경제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경제계는 단기적인 이익이 중요할 뿐 장기적이고 윤리적인 정책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시민이 중요하고, 생태시민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생태시민들은 국가와 기업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1장 공해의 탄생과 시민의 대응에서 시민이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하며 생태 문제에 맞서 왔는지, 다양한 실천의 역사를 보여 준다.

 

민주시민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가 민주시민이 되고, 인간들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저자는 2장 시민의 역사와 생태시민의 대두를 통해 서구의 역사를 톺아보며 근대적 시민, 시민성, 시민권을 성찰하고 그에 대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생태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민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을 넘어 다른 생물도 포괄하는 생태시민성이다.

 

생태시민으로서의 나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생태시민은 어떻게 생태위기에 맞서는가? 저자는 3장 생태시민성 이론에서 생태시민성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사상을 소개하며 생태시민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특히 저자는 공적·사적 영역의 구분을 거부한다. ‘정의에 대한 강조는 일상에서의 개인적 실천도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구조를 조정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비판과 노력이 생태시민의 덕성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러나 사적 영역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태시민의 의무는 곧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개인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간의 관계성이며 사적 영역에서 행해지는 개인들의 행위는 다른 이, 나아가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과 연결된다. 사적 영역에서의 일상적 실천이 중요한 이유이다.

 

학교 현장에서 생태시민교육은 어떻게 행해지고 있을까?

 

또한 저자는 생태시민을 길러내는 학교, 교육의 모습을 살핀다. 5장 동료로서의 생태시민에서 저자는 동료적인 토론 방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시민교육의 부재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기초한 독일의 민주시민교육 사례를 통해 시민교육을 재구성하고자 한 한국 교육계의 시도를 살핀다. 이를 통해 한국의 학교 현장에서 행해진 토론식 수업의 한계를 짚고, 초월적 방식, 정동적 방식, 구성적 방식이라는 세 가지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다.

 

자연의 권리를 어떻게 제정할 수 있을까?

 

권리는 시민, 시민권, 시민성을 논할 때 등장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는 2장에서 권리 개념과 시민성에 대해 다루는데, 이로부터 다른 가치와 마찬가지로 권리 역시 완성형이 아닌 과정으로서 계속 재구성되고 진화함을 보여 준다. , 인간의 생명과 재산에 부여된 최초의 권리는 미미하고 시시했으나, 그것이 점차 공민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로 발전해 왔고, 이제는 자연에도 권리가 주어지는 시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5장에서 심도 있게 다루는 동물권 논의도 자연과 비인간 동물의 권리 문제를 고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모든 존재가 정치 주체가 되는 에코크라시는 어떤 모습일까?

 

생태시민성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선다. 동물뿐 아니라 강의 권리도 인정하는 오늘날, 사람만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은 결코 소멸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곳은 여전히 다양하고 풍부한 생명이 넘치는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데모크라시가 아닌 에코크라시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의 주체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포함한 자연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태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생태시민과 생태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쫓는 것이다. 저자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한 생태시민성이라는 주제를 국내외의 구체적인 역사적·실천적 사례와 다양한 이론 및 사상들에 대한 부단한 탐구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집사, 동료, 참여자로서의 생태시민이라는,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의 태도와 덕성을 이해하게 된다.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의 이웃과 지구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는 길은, 우리 각자가 생태시민이 되는 것이다.

 


저자 소개

 

이나미

 

주로 강의하고 글 쓰는 일로 생계를 해결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본래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분명 반대할 것 같아 정치학으로 타협을 봤고 결국 정치사상을 전공했다. 그동안 주로 자유주의, 보수주의 등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해오다가 대안 이념을 연구하고

싶어 몇 년 전부터 생태학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동아대 전임연구원, 경희사이버대 외래교수, 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 연구원, 생태적지혜연구소 감사, 생명사상연구소 이사, 한국정치사상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한국의 보수와 수구, 이념과 학살, 한국시민사회사: 국가형성기 1945-1960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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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하는 공동체를 넘어선다는 것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낭만하는 공동체를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현실 정치에서 수많은 사회적 실험과 운동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저자들이 사회적 대안을 정치하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성)에 관한 저자들의 비판적 사유가 기여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것은 오늘날 사회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공동체를 낭만화하는 경향을 배격하고, 공동체의 철학이 현실에 발 디딜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공동체(성)을 보다 명징하게 조명할 수 있게 한다.

-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이태영&신승철 지음, 알렙 펴냄)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

공동체성이란 무엇인가

기후위기, 코로나 팬데믹, 플랫폼 자본주의까지

생명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바로 지금,

“우리 시대에 공동체란 무엇인가?” 공동체 활동가 이태영과 생태철학자 신승철이 묻는다.

미래를 상징하는 공동체와 과거를 상기시키는 공동체

공동체를 낭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제대로 살펴보자.

여섯 가지 질문으로 톺아보는 공동체의 가능성

빌려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을공동체의 주체가 될까? 마을공동체가 전환의 상상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공동체에서 누가 주민인가?

공동체는 어떻게, 왜 사업이 되었는가? 마을공동체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최전선이 될까? 정말로 공동체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공동체의 철학과 모색의 길을 이 책과 함께!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을 위한 공동체의 철학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공동체의 철학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새로운 실천과 기후행동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공동체의 철학과 모색의 길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들어가는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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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 알아야 할 공동체의 철학

야마기시즘 실현지로부터 시작된 공동체의 철학과 모색의 길

“빌려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을공동체의 주체가 될까?”

“마을공동체가 전환의 상상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공동체에서 누가 주민인가?”

“공동체는 어떻게, 왜 사업이 되었는가?”

“마을공동체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최전선이 될까?”

“정말로 공동체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 이태영 & 신승철 지음 / 알렙 펴냄(알렙 그린풋 문고)

■ 간략 소개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 알아야 할 공동체의 철학

야마기시즘 실현지로부터 시작된 공동체의 철학과 모색의 길

알렙 그린풋 시리즈 출간

생태위기 시대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할까? 이 책은 공동체적인 대안에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공동체 활동가 이태영과 생태철학자 신승철이 그린풋(생태민주주의) 시리즈 중 “우리 시대의 공동체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성찰을 담아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를 제안했다.

■ 출판사 서평

생태위기 시대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할까? 이 책은 공동체적인 대안에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공동체 활동가 이태영과 생태철학자 신승철이 그린풋(생태민주주의) 시리즈 중 “우리 시대의 공동체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성찰을 담아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를 제안했다.

오늘날 우리 위기는 탄소기반경제와 그것을 지탱하는 산업자본주의에서 왔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실천으로서 공동체적인 대안(플랫폼, 정동)이 떠오르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민의 덕성과, 새로운 사회계약과, 공동자원을 관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서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공동체라는 개념에는 미래와 과거가 공존한다. 공동체는 새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경로와 결과로 다뤄지는 한편, 가부장적이고 비근대적이며 개인의 자유가 없는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공동체라는 개념을 전적으로 낭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공동체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 답을 찾는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 대화의 과정을 담는다.

저자들은 20세기에 시작되어 21세기로 이어진 어떤 사회적 실험을 복기하는 작업을 시도해 본다. 바로 ‘야마기시즘’이라고 알려진 실험이다. 야마기시즘은 일본의 야마기시 미요조(山岸巳大藏, 1901-1961)가 제창한 이념으로 ‘무소유 일체 사회’를 지향한다. 이러한 이념을 실현해 무소유, 공용(共用), 공활(共活)의 사회 원리를 적용한 장소가 바로 ‘야마기시즘 실현지’이다. 1부에서 공동체 활동가 이태영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공동체의 이상과 현실로부터 여섯 가지 질문을 길어 올린다. 이태영은 10대 시절을 야마기시즘 실현지(산안마을)에서 보내고, 20대부터는 서울에서 도시 공동체 활동을 펼쳐 왔다. 그는 야마기시즘 공동체에서의 경험에서 공동체의 지향과 형태, 쟁점에 관한 고민들을 끄집어 낸다. 도시에서 공동체를 대안으로 호출할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제도화 속에서 공동체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중심은 무엇일까? 2부에서는 생태철학자 신승철의 이론적 고찰이 이어진다. 저자는 커먼즈, 흐름, 배치와 같은 철학적 개념을 통해 1부에서 제기된 고민들을 다음 단계로 밀고 나간다. 공동체에 대한 이와 같은 철학적 사유는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에 새로운 주체성과 실천을 만들어 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빌려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을공동체의 주체가 될까?

안정된 장소와 관계 맺을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공동체의 주체가 되기 어렵고, 그렇다면 공동체 역시 유지되기 어렵다. 이로부터 주민들의 생활 조건과 주체성 간의 관계에 관한 문제가 대두된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생명·자연·집단지성·생태적 지혜 등의 공유재 및 공유 활동을 뜻하는 ‘커먼즈’로 답한다. 관계로부터 분리된 현대인들이 커먼즈를 통해서 공동체 관계망의 깊이와 잠재성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마을공동체가 전환의 상상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을과 공동체 같은 개념들은 이제 행정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고 있다. 본래의 의미가 삭제된 마을공동체의 제도화가 오히려 전환의 상상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관해 저자들은 ‘흐름과 횡단’으로 답한다. 특히 저자들은 정동의 흐름과 커먼즈를 사적 자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정동/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해 경계한다. 그러나 정동의 흐름이 자본에 포획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역동적인 미시정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정동의 흐름이 새로운 공동체의 지평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우리 공동체에서 누가 주민인가?

주민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며, 다양한 정체성과 지향, 의견을 지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주체로 ‘주민’을 호명할 때, 그 주민은 과연 누구인가? 이에 대한 저자들의 답은 ‘배치’라는 개념에 있다. 공동체적 관계망의 방식은 자리를 구조가 아닌 배치로 사유한다. 그리고 이때 공동체적 관계망에 들어와 있는 권력의 배치, 권력의 네트워크를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배치의 재배치’는 새로운 생각, 언어, 행동을 생산해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공동체는 어떻게 왜 사업이 되었는가?

언제부터인가 공동체가 제도의 혁신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행정 어디서나 ‘공동체’를 만나고, 어느 동사무소를 가든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면해야 할까? 사업에서는 성과, 주인공, 의미, 가치 등이 식별되나, 공동체에서는 가장자리·곁·주변에서 모호한 주체성이라는 혼재면이 발생할 뿐이라고 저자들은 답한다. 그리고 공동체적 관계망이 향하는 바는 특이성 생산으로서의 소수자되기이다. 그리고 이때, 개인성을 억압하는 전통적 공동체와 달리 개인의 자율성이 살아 숨 쉬는 ‘따로 또 같이’의 공동체가 열릴 수 있다.

마을공동체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최전선이 될까?

마을공동체에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지구적 한계·개인과 마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녹색 시민’이 존재하는가? 혹은, 그와 같은 마을의 ‘녹색 시민’, 그리고 주민사회는 어떻게 조직되고 구성될 수 있을까? 생태주의자이자 철학자인 펠릭스 가타리는 생태주의의 핵심 의제로 주체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생산하는가의 문제를 꼽았다. 우리는 마음의 자리인 배치를 바꿈으로써 마음을 바꾸고, 나아가 주체성을 생산해내는 데에 이를 수 있다. 배치를 살핌으로써 감각의 재발명, 다시 말해 섬세한 생태민감성을 재창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삶의 전환은 곧 문명의 전환, 녹색 전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말로 공동체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공동체는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자 미래 사회의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소환되는 공동체는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구시대적인 것, 위계를 양산하고 권력의 문제를 감추는 것,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와 연관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공동체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낙관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단, 공동체 그 자체가 대안적 가치를 지닌다는 환상이나,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권력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권력의 문제와 정치를 배제하지 말자. 그리고 공동체라는 대안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들까지 폭넓게 사유하자. 이것이 저자들이 말하는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이고,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대안’으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다.

낭만하는 공동체를 넘어선다는 것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낭만하는 공동체를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현실 정치에서 수많은 사회적 실험과 운동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저자들이 사회적 대안을 정치하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성)에 관한 저자들의 비판적 사유가 기여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것은 오늘날 사회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공동체를 낭만화하는 경향을 배격하고, 공동체의 철학이 현실에 발 디딜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공동체(성)을 보다 명징하게 조명할 수 있게 한다.

저자 소개

이태영

2인 1묘 가정의 구성원이다. 운이 매우 좋은 편이라 훌륭한 동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친구들 덕분에 재미있게 살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국 야마기시즘 실현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20대 이후에는 서울 신촌에서 대안적인 공간, 대안적인 교육, 대안적인 사회에 대해 꿈꾸며 관련한 활동을 했다. YMCA와 녹색당, 체화당과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30대 중반 제주로 이주해 공부하고 있다. 토지 문제, 소유 문제, 도시 개발, 민주주의, 녹색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가 수준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제도와 사회의 변화를 잘 읽어내는 연구자가 되고 싶지만 공동체적인 대안에도 흥미가 있어 그 간격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신승철

문래동 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공동체 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공부해 왔다. 2010년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 가지 생태학』과의 만남을 계기로 줄곧 생태철학을 연구하는 중이다. 2019년부터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ecosophialab.com)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서 탈성장 전환사회를 향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 동아 대 전임연구원, 녹색당 정책자문위원, 한살림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경희대 동물실험윤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기후 전환 사회』(2022), 『정동의 재발견』(2022), 『떡갈나무 혁명을 꿈꾸다』(2022),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2021), 『묘한 철학』(2021), 『모두의 혁명법』(2019), 『탄소자본주의』(2019),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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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의 문장들 역시 존재의 벽을 부수고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평범한 문장들과 익숙한 서사를 택하면서도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소유와 그에 연결된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문장 안에 섬세하게 심어 놓고 있다. 그녀의 인물들은 타인의 시선 안에서 규정된 수동적 자아의 주인이기도 하고, 역으로 자신의 편견 아래 타인의 가능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회적 시선의 무리이기도 하다. 백지영의 인물들 안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백지영의 소설이 만들어 내는 윤리의 자리다.
─김영임(문학평론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쉬이 보이지 않는
상처받는 타인들과
 
그 속에 숨겨진
나, 너, 우리의 이야기

 

■ 출판사 서평

섬세한 일상의 언어로,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의 풍경을 톺아내다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일상의 사건들을 맛깔나게 그려 내던”(김승구/세종대 교수) 백지영의 신작 소설『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이 발표되었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백지영은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2012)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문단의 평을 꾸준히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2018)를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었다는 평을 들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와 “그 속에서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최근작 『내 황홀한 옷의 기원』(2020)에서는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보여 주며, 시대를 긴장감 있게 오고가는 상상력을 드러냈다.(김승구/세종대 교수)
신작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서 백지영은 “사회가 요구하는 소유의 정량에 미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자본과 개인의 문제부터 다수와 소수 사이에 발생하는 불균형의 틈새에서 체념과 저항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의 구조 속에 “상처받는” 개인과 가족의 여정을 날카롭게 포착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 낸다. 백지영은 이번 작품을 쓰면서 “눈과 귀와 오감을 열어”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더 깊고 무거워진 스스로를 발견한다. “평범한 문장들과 익숙한 서사를 택하면서도”(김영임/평론가) 사회의 숨겨진 소외와 차별의 문제를 발굴하여, 때론 극적으로 때론 담담하게 드러낸다. 독자들은 백지영의 인물들 안에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 소개

음식물 쓰레기 주변을 맴도는 고양이의 울음, 길에 넝마를 깔고 누운 노숙자,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시위대의 외침. 그리고 노란 리본이 가득한 광장……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체념 그리고 저항

 
백지영이 『내 황홀한 옷의 기원』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단편소설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은 노인, 장애인, 경제적 약자, 외국인 등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약자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표제작「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는 집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사가 무산된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가족의 모습이 나타난다. 극 중 ‘나’의 오빠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어엿한 공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해 한 여자와 결혼을 전제로 알콩달콩한 연애를 한다. 그러나 여자의 부모는 남자의 전공, 직업, 미래 등 그 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남자의 집안을 “별 볼 일 없는 집안”으로 평가한 여자의 부모님은, 이들이 헤어지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헤어진 후, 예상치 않게 직장에서도 해고당한 남자는 그 충격으로 방황한다.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본, 엄마는, 아빠는 그리고 동생인 ‘나’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의 “몰락”은 개인의 탓인가? ‘고양이’를 찾는 화원 직원인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관찰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지만, 녹록지 않다. 이들을 내몬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유의 사회에서 약자로 산다는 것,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요구로 무력해지는 일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 앞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약한 계층이기 때문에 사랑도 일도 잃게 된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의 ‘오빠’, 노년이자 여성의 정체성으로 사회에서 불투명한 존재로 살아가는「언니를 위하여」의 문 여사, 치매라는 병으로 이웃에게 삶과 존재의 긍정적 가능성과 의지를 박탈당한 「바람 부는 날」의 수분 엄마, 어려서부터 “바보 같은 놈”으로 불린 ‘용식’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의심받는「그 봄날의 당신」의 용식의 아내, 러시아 출신의 “노랑머리” 아내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충호 등 백지영 소설의 인물들은, ‘소유’라는 절대적 가치로 사람을 판단하고, 서열화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다양한 이들의 복잡다단한 얼굴을 드러낸다.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당한 이들의 생존법,
체념하거나 저항하거나


백지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소유의 정량에 미달하는 인물들”(김영임/문학평론가)은 소유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경제적 약자로 내몰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러나, 많지 않다. 거대한 자본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순응하는 것은 어쩌면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이다.대부분 이들은 타인의 편견 어린 혐오의 시선에 순응하고 만다.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서 오빠도, 엄마도, 가족도 사라진 집에 혼자남은 ‘나’가 지킬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고양이 루비를 데려와 모든 가족들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금수저들이 쌓아놓은 세상의 난공불락 중 하나쯤은 깰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 저항의 전부이다. 여자친구 혜원을 위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서울로 인사발령을 받아야 하는「금연」의 주인공 ‘나’는 금연에 최적화된 방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상사에게 애원도 해보지만 결국 인사이동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된다. “타히티 같은 소리 하네. 지금 정신이 있어?”라는 여자친구의 말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꿀 수 없는, 소유에 미달한 인간의 답답한 현실과 이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쳇바퀴 같은 무력감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연대의 희망은 존재한다

 
그러나 작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노란 리본」의 ‘슬기 엄마’는 적어도 시댁 부모님들보다는 광장에서 아픔에 가진 이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러나 ‘제2의 사라장’을 꿈꾸던 슬기가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 즉,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자녀의 장밋빛 미래가 아스라질 때 결국, 그녀도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내 삶, 내 자식, 내 가족의 삶이 제일순위인 평범한 한국 사회의 부모가 되고 만다. 사회의 아픔보다 내 아이의 평탄한 미래가 더 중요한 그녀는 그러나, . 아이를 놓친 광장 한가운데서, 슬기의 연주를 통해 아픔을 겪은 이들의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아이의 머리에서 나풀대는 “노란 리본”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 푸른 초원 위에」의 종구는 “밸도 없이” 주인집 영감에게 마음을 주는 엄마 ‘공주댁’이 답답하다. “김 사장의 똘마니 노릇”을 하며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새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엄마는 아파트엔 전혀 관심이 없다. 결국 홀로 아파트에 들어가 엉엉 울던 종구는, 일하는 마트 앞 거적때기 속에서 살아가는 충호와 그의 외국인 여자친구 나타샤를 “새 집”에 거둔다.
노인은 물론, 여성 노인의 욕망에 전혀 관심 없는 사회에 살면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노년을 만들어 가는 「언니를 위하여」의 문 여사는 자기가 ‘딸’이라 여기는 극 중 ‘나’의 통장엔 “손도 대지 않고” 어딘가로 떠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러나 가장 문 여사다운 “젊음의 묘약을” 찾아나선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외면했던 노인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사회가 차단하고, 주목하기를 거부하는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이 아닌, 낯설고 불편한 결말로 ‘노인’의 대한 편견 가득한 우리의 문법을 비튼다.
 
작가는 이러한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내몰려도 끝까지 버티고 마는 모습, 어설프지만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 죽일 듯이 미워하고 부정해도 결국 인간적인 마음을 내버리지 못한 약자들의 연대라는 옅은 희망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소설 속 상처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만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소유’와 인간적 삶에 관한 문제를 주목하게 한다.

 


 

추천의 글

 

백지영의 문장들 역시 존재의 벽을 부수고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그녀는 평범한 문장들과 익숙한 서사를 택하면서도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소유와 그에 연결된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문장 안에 섬세하게 심어 놓고 있다그녀의 인물들은 타인의 시선 안에서 규정된 수동적 자아의 주인이기도 하고역으로 자신의 편견 아래 타인의 가능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회적 시선의 무리이기도 하다백지영의 인물들 안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만나게 하는 것그것이 백지영의 소설이 만들어 내는 윤리의 자리다김영임(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백지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작품집으로 피아노가 있는 방(2012), 장편소설로 나의 노열 패밀리(2018), 내 황홀한 옷의 기원(2020) 등이 있다.


다음 주엔 학부모 상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 문 여사는 흔쾌히 참석할 것이다. 학교에 오기 위해 그녀는 팩을 하고 마사지를 할 것이다. (……) 하지만 그녀가 간 곳이 라스베이거스라면 그녀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우선 방을 얻고 문 여사를 기다릴 계획이다. 젊음의 묘약을 위한 여정에서 돌아올 그녀, 나의 엄마, 아니 언니를 위해.
_「언니를 위하여」중에서

꼭 하루 만에 초원마트 앞에 선 종구는 몸이 천근 같았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노랑머리가 아이를 잃은 걸 알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곁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가 내린 다음이라 밤하늘이 몹시 맑았다. 그 하늘 밑에 불 꺼진 초원마트의 간판을 바라보다가 종구는 갑자기 충호 놈이 흥얼대던 노래가 떠올랐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_ 「저 푸른 초원 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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