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과 갈레아노에 관한 리뷰/코멘트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꼼꼼한 세부 정보, 정치적 신념, 시적인 감수성과 훌륭한 이야기 방식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혈맥을 열었을 뿐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불의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과 눈, 생각을 열어 주었다. 우리 남미 대륙이 겪은 고통과 지니고 있는 힘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이사벨 아옌데(칠레의 소설가·언론인)

 

나는 이 책을 아무리 추천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갈레아노의 시선은 흔들림 없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매우 너그럽고 인간적이다. 갈레아노는 부서진 이야기들을 엮어 내는 거장이다. 그가 쓴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30년 전에 쓰인 이 책은 오늘날 인도에도 깊은 교훈을 전한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이 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져야 할 이름이다.

아룬다티 로이(인도의 소설가·사회운동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를 출판하는 것은 적을 출판하는 것이다. 거짓, 무관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망각의 적 말이다. 갈레아노 덕분에 우리의 범죄는 기억될 것이다. 갈레아노의 다정함은 파괴적이며, 갈레아노의 진실성은 격렬하다.”

존 버거(영국의 소설가·비평가)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우리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하나의 기념비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그 위에 우리 미래를 세워야 한다.

우고 차베스(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BBC 보도

 

열정적이고 명석한 갈레아노는 치욕적인 해외 식민지 착취의 역사를 박식하게 안내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난 10년간의 핑크 타이드를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오바마가 남아메리카 이웃 국가들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면, 차베스의 현재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가디언

 

훌륭하게 쓰였고, 탁월하게 번역되었으며, 매우 설득력 있는 고발장이다. 라틴아메리카와 미국 역사를 공부하는 모든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CHOICE, 미국 도서관협회

 

눈부신 언어와 사상의 폭풍이다.

―《히스토리

 

자본주의·식민주의·인종차별의 구조적 연결고리를 탐구한 비전 높은 저작이다.

―《먼슬리 리뷰

 

갈레아노는 전기, 역사, 보도, 이야기하기(re-telling)를 혼합하는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

―《더 가젤



본문 중에서

 

혈맥이 열려 있는 지역이 바로 라틴아메리카다. 라틴아메리카는 발견된 뒤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항상 유럽의 자본으로, 혹은 나중에는 미국의 자본으로 변해 왔고, 그런 식으로, 멀리 떨어진 권력의 중심부들에 그런 자본이 축적되어 왔으며 축적되고 있다. 모든 것이, 즉 토지·산물·광물이 풍부한 땅속, 사람들과 그들의 노동력 및 소비력, 자연 자원과 인적 자원이 그렇다.

우리의 패배는 항상 다른 자들의 승리에 내포되어 있었다. 우리의 부는 다른 자들, 즉 제국들과 그들 제국의 토착 감독자들의 번영을 부양하기 위해 항상 우리의 빈곤을 창출해 왔다. 식민지와 신식민지의 연금술 속에서 금은 고철로 변하고, 식량은 독으로 변했다.―「서문: 태풍의 중심에 있는 12천만 명의 아이들, 12-13

 

라틴아메리카에서 빈곤빈곤에 의한 대학살은 비밀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를 악물고 참는 데 익숙해져 있는 이 사람들 위로 매년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3개가 살그머니, 별다른 소리도 없이 투하되는 꼴이다.―「서문: 태풍의 중심에 있는 12천만 명의 아이들, 18

 

아메리카는 구원받기 어렵거나 불확실한, 광대한 악마의 제국이었다. 하지만 원주민의 이단에 맞선 광신적인 선교 활동은, 신세계의 빛나는 보물이 정복자 무리에게 불러일으킨 탐욕과 뒤섞여 있었다. 에르난 코르테스가 멕시코를 정복할 때 휘하 군인이었던 베르날 디아스 델 카스티요(Bernal Díaz del Castillo)하느님과 폐하께 봉사하기 위해, 그리고 또한 부를 획득하기 위해자신들이 아메리카에 도착했다고 썼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37

 

포토시는 세계에 가장 많은 것을 주었으면서 가장 적게 가진 도시였다. 향수에 젖고, 빈곤과 추위에 고통받는 이 도시는 여전히 아메리카에서 식민지 제도가 남긴 열린 상처, 즉 하나의 고발이다. 세계는 포토시에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74

 

외국의 정복자들이 수평선 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메리카 인디오의 수는 7,000만 명 정도였거나, 아마도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1세기 반 뒤에는 모두 합해 겨우 350만 명으로 감소해 버렸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85

 

영국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특정 시기에 런던으로 유입된 브라질의 금은 주당 5만 파운드에 달했다. 이같이 엄청난 금을 축적하지 않았더라면 영국이 나중에 나폴레옹에 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120

 

어떤 생산품에 대한 세계 시장의 탐욕이 커질수록, 그것을 생산하려고 희생을 감수하는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재난과 불행은 더 커진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128

 

북의 식민지 13개는 불운이라는 행운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역사적 경험은 중요하지 않게 태어나는 것의 엄청난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아메리카의 북쪽에는 금도, 은도 없었고, 노동을 위해 조직된 인구가 밀집된 원주민 문명도 없었으며, 영국의 순례자가 식민화한 해안 지역에는 엄청나게 비옥한 열대성 토지도 없었기 때문이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264

 

또한 그것은, 비록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도, 20세기의 광산 또는 우아누니에서 규폐증(硅肺症)의 상징이기도 하다. 양철은 주석을 포함하고, 볼리비아 광부는 세상 사람들이 저렴한 주석을 소비할 수 있도록 자신의 폐가 썩은 상태로 죽어간다. 반 다스의 남자가 세계의 주석 가격을 정한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294

 

철은 세계의 부유한 중심지에서 생산되고, 철광석은 가난한 주변부에서 생산된다. 철은 노동 귀족의 임금을 지급하고, 철광석은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당을 지급한다.―「1: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302

 

자유무역은 수출로 먹고사는 항구를 부유하게 만들고, 세상이 제공하는 모든 호사를 누리고 싶어 안달하는 과두 지배 계층의 낭비 수준을 하늘로 끌어올렸지만, 초기 단계의 지역 제조업을 파괴하고 내수 시장의 확장을 좌절시켰다.―「2: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342

 

침략은 처음부터 끝까지 런던 은행, 베어링 브라더스(Baring Brothers) 가문, 그리고 로스차일드(Rothschild) 은행에 의해 승전국들의 운명을 저당 잡힌 가혹한 이자율의 차관을 받아 이루어졌다.―「2: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369

 

1865, 삼각동맹이 파라과이의 파멸이 다가오고 있다고 알리는 동안에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은 애포매톡스에서 로버트 리 장군의 항복을 축하하고 있었다. 남북전쟁은 북부의 산업 중심지들, 즉 철저한 보호주의자들이 남부의 면화와 담배를 재배하는 자유무역주의자들에게 승리하면서 끝났다. 라틴아메리카 식민지의 운명을 결정지은 전쟁은 미국을 세계 강대국으로 자리 잡게 만든 전쟁의 종결과 동시에 시작되었다.―「2: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391

 

라틴아메리카의 공장들을 거대 기업의 세계적인 기계 장치의 단순한 부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투자는 국제적인 노동 분업 구조를 전혀 바꾸지 못한다. 빈곤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이에서 자본과 상품이 순환하는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라틴아메리카는 자신의 실업과 가난, 세계 시장이 필요로 하고 또 그 지역 경제가 그 판매에 의존하는 원자재,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값싼 노동력으로 제조한 일부 공산품을 여전히 수출한다. 불평등한 교환은 늘 똑같이 작동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임금은 미국과 유럽의 높은 임금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기여한다.―「2: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403

 

라틴아메리카는 음식뿐만 아니라 침까지 제공하고, 미국은 입만 댈 뿐이다. 산업의 비국유화는 결국 선물이 되었다.―「2: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432

 

브라질과 함께 성장하라(Grow with Brazil). 뉴욕의 신문들에 크게 실린 광고는 미국의 기업가들더러 그 열대 거인의 급속한 성장에 동참할 것을 이렇게 촉구한다. 상 파울루 시는 눈을 뜬 채 자고 있다. 개발의 소음에 귀가 먹먹해지고, 뜨거운 땅에서 특정 야생식물이 갑자기 싹트는 것처럼 공장과 마천루, 다리와 도로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 광고 슬로건의 올바른 번역은, 잘 알려져 있듯이, “브라질을 희생시켜 성장하라.―「2: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473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이 처음으로 출간된 지 7년이 지났다.

이 책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고 쓰였다. 비전문가인 저자가 역시 비전문가인 대중을 대상으로, 승자들이 쓴 공식 역사가 숨기거나 왜곡한 어떤 사실들을 알리려고 쓴 것이다.

책에 대한 가장 고무적인 반응은 신문의 문학면이 아니라, 거리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 가지 일화로부터 나왔다. 예를 들어,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가 버스가 보고타 거리를 지나가는 동안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승객에게 큰 소리로 읽어준 소녀 이야기, 또는 학살이 자행되던 때 아기의 기저귀에 이 책을 싸 들고 칠레의 산티아고를 탈출한 여자 이야기, 또는 책을 살 돈이 없어서 일주일 동안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코리엔테스 거리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읽은 어느 학생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이 책이 받은 가장 호의적인 평가는 어느 유명한 평론가가 아니라 이 책을 금지하면서 칭찬한 군사 독재 정권들로부터 나왔다. 예를 들어,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내 조국 우루과이에서도 칠레에서도 유통될 수 없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당국이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이 책이 젊은이를 타락시키는 도구라고 비난했다. 블라스 데 오테로는 말했다. “나는 내가 본 것을 글로 쓰기 때문에 그들은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한다.”―「7년 후, 502


차례

 

서문태풍의 중심에 있는 1억 2천만의 아이들

 

1부 풍요로운 대지가 낳은 인간의 빈곤

 

금 열풍은 열풍

칼자루에 새겨진 십자가 표시

신들이 비밀 병기를 들고 돌아왔다

그들은 굶주린 돼지처럼 금을 갈망했다

포토시의 영화은의 시대

암소는 에스파냐 소유였지만 우유는 다른 나라들이 마셨다

말과 기수의 역할 분담

포토시의 몰락은의 시대

흐르는 피와 눈물그러나 교황은 인디오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결정했다

투팍 아마루의 투쟁성에 대한 향수

인디오의 성주간은 부활 없이 끝난다

비야 리카 지 오루 프레투는 금의 포토시다

영국의 발전에 공헌한 브라질의 금

 

설탕왕과 다른 농업 군주들

플랜테이션라티푼디움 그리고 운명

브라질 북동부의 땅 살해

불타버린 쿠바 땅 위의 설탕 성들

무기력한 구조에 맞선 혁명

설탕은 칼이었고 제국은 살인자였다

카리브 노예의 희생 덕분에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과 워싱턴의 대포가 탄생했다

무지개는 기니로 돌아가는 길이다

판매되는 농부들

고무의 시대카루소가 밀림 한가운데에 웅장한 극장을 개관한다

카카오 농장주들은 50만 헤알짜리 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면화를 생산하는 저렴한 노동력

커피를 생산하는 저렴한 노동력

커피 시세가 수확물에 불을 지르고 결혼의 시기를 결정한다

콜롬비아의 피를 뽑은 10

세계 시장의 마술봉이 중앙아메리카를 깨운다

배를 습격하는 해적들

1930년대의 위기: “개미를 죽이는 것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큰 범죄다

과테말라에서 폭력을 유발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농지개혁호세 아르티가스에게는 패배의 한 세기 반

아르테미오 크루스그리고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두 번째 죽음

라티푼디움이 입은 늘리지만빵은 늘리지 않는다

북의 식민지 13개와 중요하게 태어나지 않는 것의 중요성

 

권력의 숨겨진 근원들

폐에 공기가 필요하듯이 미국 경제는 라틴아메리카의 광물이 필요하다

하층토가 쿠데타혁명스파이 이야기와 아마존 밀림의 모험을 만들어낸다

독일의 화학자가 태평양 전쟁의 승자들을 이겼다

칠레를 물어뜯는 구리 이빨

지하와 지상에 있는 주석 광부들

브라질을 물어뜯는 강철 이빨

석유그 저주와 위업

거대한 금속 부이트레의 모이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마라카이보 호수

 

 

2부 개발은 항해자보다 조난자가 많은 항해다

 

조기 사망의 역사

영국 군함들이 강에서 독립을 환영했다

산업적 유아 살해의 규모

라틴아메리카의 보호주의와 자유무역루카스 알라만의 짧은 비행

후안 마누엘 데 로사스를 향한 몬토네라의 창()과 살아남은 증오

삼국동맹이 파라과이와 벌인 전쟁이 자주적인 발전의 유일한 성공 사례를 폐기했다

라틴아메리카 경제를 왜곡한 차관과 철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성공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품이 아니었다

 

약탈의 현대적 구조

효력 없는 빈 부적

보초들이 문을 연다국가 부르주아지의 비난받을 무기력

어떤 깃발이 기계 위에서 펄럭이는가?

국제통화기금의 폭격은 정복자의 상륙을 쉽게 만든다

미국은 자국의 저축을 보호하지만 타국에 은행을 침투시켜 타국의 저축을 이용한다

자본을 수입하는 제국

기술 관료들은 해병대보다 더 효율적으로 돈이나 목숨을 요구한다

산업화는 세계 시장에서 불평등의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기술의 여신은 에스파냐어를 말하지 않는다

사람과 지역의 소외

성조기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라틴아메리카 통합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을 거요결코!”라고 시몬 볼리바르가 예언했다

 

7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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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조구호 옮김

580쪽|152*225|무선|27,000원|2025년 11월 19일

ISBN 979-11-994033-5-2 93950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각국정치사정/정치사 > 기타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도서 개요

라틴아메리카 식민화와 약탈을 고발한 갈레아노의 명저

금서에서 필독서로!

출간 5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저본으로 한 스페인어 최초 완역본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1971년 출간되자마자 여러 나라에서 ‘금서’가 되었다. 군사 정권은 이 책이 민중의 저항 의식을 자극할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금서 조치는 역설적으로 이 책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후 이 책은 1970-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학생 운동과 지식인 담론에서 ‘각성의 서(書)’, ‘필독서’로 읽혔다.

2009년 4월 18일, 미주기구(OAS) 정상회담에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 “이 책은 우리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해줬다.”라고 말했고, 이후 하루 만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이사벨 아옌데(칠레 소설가·언론인)는 이 책이 “라틴아메리카의 ‘혈맥’을 열었을 뿐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불의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과 눈, 생각을 열어 주었다.”고 했다. 아룬다티 로이(인도 소설가·사회운동가) 역시 “갈레아노는 부서진 이야기들을 엮어 내는 거장이다. 그가 쓴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30년 전에 쓰인 이 책은 오늘날 인도에도 깊은 교훈을 전한다.”며 그 영향력을 역설한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라틴아메리카의 빈곤과 저개발이 우연이나 능력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15세기 발견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자원이 체계적으로 수탈당한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은 대륙 전체를 ‘피 흘리는 신체’로 바라보는 은유에 있다. ‘열린 혈맥(venas abiertas)’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지난 수 세기 동안 지속된 구조적 착취의 본질을 드러낸다. 한국에는 그동안 『수탈된 대지』(범우사, 1988년 초판/현재 절판)로 소개돼 왔는데, 그것은 ‘빼앗긴 땅’이라는 뜻으로, ‘혈맥이 열려 있는 땅’ ‘피 흘리는 대륙’과는 뜻이 멀다. 다시 말해, ‘열린 혈맥’은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금, 은, 설탕, 고무, 구리, 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끊임없이 외부 세계에 공급하며 피 흘려온 역사를 상징하는 은유다.

갈레아노는 이 작품을 통해 16세기 유럽의 정복 이래 500년에 걸쳐 지속된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수탈의 역사를 고발한다. 그는 대륙의 자원과 민중의 피(생명과 노동력)가 유럽과 북미의 제국주의 중심부로 끊임없이 유출되는 구조적 착취를 묘사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파편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억압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기억의 정치학’을 실천하는 해방 문학이다. 갈레아노는 금과 은의 약탈에서 시작해 설탕과 노예무역, 석유와 주석, 그리고 바나나와 커피 같은 단일 작물 경제로 이어지는 착취의 연대기를 추적한다. 이러한 과정은 라틴아메리카의 종속을 심화시키고 현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불평등한 토대를 마련했다.

갈레아노는 수탈의 역사에서도 아이티 혁명, 원주민 봉기, 노동자 파업 등 민중의 저항과 연대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을 강조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형태로 착취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책은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성찰하게 하는 유효한 거울로 기능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다음 같은 핵심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구성된다.

라틴아메리카의 자원 착취가 외부 강대국의 자본 축적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독립 이후 경제적 종속성이 어떻게 지속되거나 심화되었는가?

원주민과 노동자들이 경험한 착취와 저항이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남긴 유산은 무엇인가?

이 책은 전통적인 역사서 형식에서 벗어난다. 사건의 연대가 아니라 자원의 흐름과 권력의 이동을 중심으로 삼아 서사를 전개한다. 갈레아노는 각 자원을 매개로 해서 생산지와 소비지, 남과 북, 식민지와 제국 사이의 관계를 추적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통계와 역사적 사실이 인용되지만, 차가운 데이터 그대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의 분석은 경제사적이지만, 글은 간결하면서도 문학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학술서와 문학 작품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의 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갈레아노는 아이러니와 풍자를 통해 제국의 논리를 비판한다. 자원 수탈을 기술하면서 동시에 기술 수탈이 정당화되는 담론의 위선을 드러낸다. 이 책에서 이루어진 분석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세계화 시대의 불평등 구조를 해부하는 역사적 틀로 읽힌다.

착취의 연대기: 자원을 통해 본 수탈의 역사

라틴아메리카의 풍요로운 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부의 역설이다. 포토시 은광의 번영이 볼리비아의 극심한 빈곤으로 이어지고, 브라질의 ‘금의 시대’가 포르투갈과 영국의 부를 살찌웠다.“우리의 부는 다른 자들의 번영을 부양하기 위해 항상 우리의 빈곤을 창출해 왔다.”라고 갈레아노는 지적한다.

착취는 식민 시대의 직접적인 약탈에서 시작해 독립 이후 자유무역, 외국인 투자, 불공정한 교역 조건, 외채라는 더 정교한 형태로 진화했다. 다국적 기업과 국제 금융 기구(IMF, 세계은행)는 이 구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 행위자다.

경제적 수탈은 원주민 대학살, 아프리카 노예 강제 동원, 그리고 현대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이라는 막대한 인적 희생을 동반했다. 책 서두의 “태풍의 중심에 있는 1억 2천만 명의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비극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파라과이의 프란시아-로페스 정권,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부, 칠레의 아옌데 정부 등 자주적인 산업화와 사회 개혁을 시도했던 사례들은 예외 없이 외부 세력의 개입과 내부 지배 계급의 배신으로 파괴되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자유무역연합과 같은 현대의 경제 통합 노력은 진정한 의미의 공동 발전을 이루기보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다국적 기업이 더 큰 규모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브라질 같은 지역 강국이 ‘하위 제국주의’ 역할을 수행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종속과 저항의 변증법으로 해석하며, 진정한 해방은 외부 지배 구조를 타파하고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금과 은, 그리고 죽음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의 서두에서 유럽의 탐험과 정복이 인류사에 남긴 참혹한 장면을 기록한다. 그것은 발견의 이야기 이전에 약탈과 피의 서사다. 1492년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불과 수십 년 만에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멕시코에서는 약 2,500-3,000만 명에 이르던 원주민이 한 세기 만에 100만 명으로 줄고, 카리브해의 섬들에서는 원주민이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원인은 전쟁만이 아니었다. 강제 노동, 유럽인이 가져온 전염병, 그리고 끊임없는 굴욕이 그들의 삶을 갉아먹었다.

정복자들은 황금빛 신화를 좇았다. 볼리비아 안데스에 있는 포토시는 탐욕이 집중된 상징적 공간이었다. 해발 고도가 5,000여 미터에 이르는 ‘부의 산(Cerro Rico)’은 16세기 이후 200여 년 동안 유럽의 부를 지탱한 심장이었다. 수많은 원주민이 미타(mita)라 불리는 강제 노동 제도에 따라 미로처럼 얽힌 비좁은 갱도로 끌려 들어갔고, 많은 수가 다시 햇빛을 보지 못했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하루 12시간 넘게 산소 부족과 추위, 붕괴 위험에서 끊임없이 은광석을 파냈다. 그들의 목숨 값은 은 1그램의 가치보다 가벼웠다. 역설적으로 포토시의 번영은 그곳의 죽음을 의미했다. 유럽으로 실려 나간 은은 에스파냐 제국의 재정과 유럽의 초기 자본주의 발전을 뒷받침했지만, 은을 생산한 볼리비아 땅에는 부가 남지 않았다. 포토시의 피로 세워진 것은 마드리드 궁전이고, 런던 금융가였다.

금 또한 마찬가지였다. 멕시코와 페루 금광은 에스파냐 왕실의 보물창고를 채웠지만, 금을 캐낸 자들은 자신의 굶주림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금은 유럽에서 화려한 성당과 궁정의 장식물이 되었지만, 금을 캐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아스테카와 잉카의 찬란한 문명은 유럽의 탐욕 앞에서 무너졌고, 그들의 신전은 돌무더기로 남았다.

정복자들은 단순히 자원을 약탈한 것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바꾸어 놓았다. ‘신의 이름으로’ 시작된 정복은 ‘시장과 이윤의 이름으로’ 이어졌다. 갈레아노는 식민지 약탈을 단순히 과거의 폭력으로 보지 않고, 세계 경제의 구조적 기원으로 읽어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가져간 금과 은은 유럽의 자본 축적을 가능케 했고, 그 자본은 산업 혁명과 제국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 세계 경제의 불평등은 바로 이 시기에 이루어진 피의 약탈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금, 은, 리튬, 석유 상당 부분은 여전히 남반구에서 흘러나온다. 포토시의 산이 울부짖던 시절처럼 자원은 여전히 ‘열린 혈맥’을 통해 흘러 나간다. 갈레아노의 글은 라틴아메리카의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피의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복 시대는 끝났지만, 착취 논리는 여전히 다른 이름으로 작동한다. 결국 ‘금과 은, 그리고 죽음’은 단지 16세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의 원죄를 드러내는 은유다.

설탕과 노예, 그리고 삼각무역

정복자들이 금과 은을 수탈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의 혈맥을 찢어 놓은 뒤에 그 대륙에서 새롭게 흘러나온 ‘피’는 설탕이었다. 16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설탕은 세계 시장을 지배한 ‘하얀 금’이었다. 브라질 북동부와 카리브해의 섬들은 사탕수수로 뒤덮였다. 태양과 비가 풍부한 이 땅은 사탕수수 재배에 이상적이었으나, 그 풍요가 현지인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유럽의 식민 세력은 원주민을 강제 노동에 동원했고, 그들은 앞에서 언급한 은광산에서처럼 죽어 나갔다. 인구가 급감하자 유럽은 새로운 ‘노동력’을 찾아 나섰다. 아프리카 노예 무역이 시작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는 약 1,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상당수가 브라질과 카리브해로 보내졌다. 노예선은 지옥 그 자체였다. 쇠사슬에 몸이 묶인 상태로 수개월 동안 좁은 선창에 갇힌 노예들은 질병과 굶주림을 겪었다. 항해 중 죽은 노예는 바다에 버려졌다. 오늘날 대서양 어딘가에는 설탕의 달콤함을 위해 희생된 무수한 생명이 잠겨 있다.

이 끔찍한 시스템은 단순한 인신매매가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초석을 이룬 삼각 무역이었다. 유럽 상인들은 아프리카 흑인을 ‘구입’해 아메리카로 실어 날랐다. 그리고 아메리카에서 노예를 이용해 재배한 사탕수수와 담배, 면화, 커피 등을 유럽으로 보냈다. 이익은 유럽 금융과 산업 자본으로 축적되었다. 순환의 핵심은 명확했다. 가치 생산은 남반구에서, 이윤 축적은 북반구에서 이루어졌다. 아메리카의 자원과 노동, 아프리카의 인력, 유럽의 자본과 무기, 이 셋이 맞물리며 근대 세계 체제가 형성되었다.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은 산업적 플랜테이션(plantation) 시스템의 원형이었다. 이곳에서 흑인 노예들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사탕수수를 베고 압착기에서 즙을 짜고 끓여서 설탕 덩어리를 만들었다. 온몸에 상처가 나고, 더위와 채찍질로 쓰러져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설탕은 단지 하나의 상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근대의 원형이었다. 유럽 귀족이 차와 커피에 설탕을 타서 즐긴 ‘문명’의 달콤함은 라틴아메리카 농장에서 채찍질당하며 중노동을 하던 흑인의 절규 위에 세워졌다.

설탕은 라틴아메리카 사회 구조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플랜테이션 소유주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부는 정치권력으로 이어졌다. 반면에 농장 노동자와 노예는 인간 이하 대우를 받았다. 이런 구조는 이후 커피, 카카오, 바나나로 이어지는 단일 작물 재배(monoculture) 경제의 토대를 마련했다. 결국 설탕은 라틴아메리카를 ‘세계 시장의 농장’으로 만들었다. 생산은 있지만 자립이 없었다. 이익은 외부로 흘러갔고, 지역 사회에는 가난과 불평등만 남았다. 오늘날 설탕은 세계 경제의 중심 상품이 아니지만, 과거에 설탕을 통해 형성된 구조는 여전히 반복된다. 21세기에도 남반구 농민은 세계 시장의 가격에 따라 생존을 걸고 일하며, 다국적 기업은 그들의 노동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는다.

석유와 주석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의 주변부였다. 금과 은, 설탕을 통해 쌓인 유럽의 부는 산업 혁명과 제국주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변환되었다. 중심에는 석유와 광물 자원이 자리했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은 20세기 들어 석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며 새로운 경제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갈레아노가 지적하듯, 생산의 통제권은 결코 현지인 손에 있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다국적 석유 회사는 특혜성 계약과 군사적 압력을 통해 채굴권을 장악했다. 유럽의 현대 자본주의는 금과 은, 설탕으로 시작되었고, 석유를 통해 산업화된 경제 체제와 정치적 종속으로 연결되었다.

볼리비아의 주석 산업도 같은 맥락이다. 19세기 말, 주석은 유럽과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필수 자원으로 떠올랐다. 주석 광산은 포토시와 유사하게 강제 노동과 폭력으로 운영되었고, 원주민과 노동자는 극한의 조건에서 노동을 강요받았다. 주석 역시 세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라틴아메리카의 부를 외부로 이전하는 역할을 했다. 주석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전기·통신·산업용 제품을 위한 핵심 자원이었고, 이로써 남반구의 자원은 산업화된 북반구 경제의 ‘심장 박동’으로 기능했다.

금과 은, 설탕, 석유와 주석은 모두 라틴아메리카가 세계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 흘린 피의 상징이다. 16세기 정복에서 시작된 피의 흐름은 20세기 산업화로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반복된다. 남반구의 자원은 여전히 세계 자본에 종속된다. 석유, 리튬, 구리, 희귀 금속 등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지만, 생산국은 가격 결정권과 수익 배분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단일 작물 경제와 불평등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단일 작물 경제로 재편되었다. 금과 은, 설탕, 석유와 주석을 거쳐 시장의 주요 자원은 바나나, 커피, 코코아 같은 농산물이 되었다.

중앙아메리카, 특히 온두라스, 코스타 리카, 과테말라 등은 바나나 수출로 급성장했지만, 이 성장은 국가보다는 외국 기업의 것이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mpany)와 같은 다국적 기업은 토지, 항구, 철도까지 장악하고 생산 과정에서 모든 권력을 행사했다. 농민은 강압적이고 부당한 계약에 따라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오랜 시간 일했고, 기업은 정치 로비와 군사 압력을 통해 자국 정부를 통제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바나나 공화국’이다. 국가 주권은 기업과 외국 자본에 종속되고, 정부는 생산과 수익 관리에서 독립적인 권한을 갖기 어려웠다.

커피와 코코아 재배 역시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세계 커피 생산의 중심지였지만, 생산된 커피의 대부분은 외국 시장으로 유출되었다. 노동자는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렸고, 토지는 대지주와 외국 상인의 통제 아래 있었다.

바나나, 커피, 코코아 경제는 단순한 농업 생산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 종속된 체계의 일부였다. 단일 작물 경제는 생산국 내 불평등을 강화했다. 부유한 대지주와 소수 상인은 막대한 수익을 챙겼지만, 농민과 노동자는 빈곤에 갇혔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정치적 불평등과 결합하고, 사회적 긴장을 고조했다.

또한 단일 작물 경제는 외부 자본 의존을 심화하고, 정치적 불안정을 낳았다. 다국적 기업과 국제 금융은 종종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정부 정책에 압력을 행사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에서 바나나 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 개입이 이루어졌고, 국가 정책은 외국 기업의 요구에 종속되었다. 단일 작물 경제는 부를 집중시키면서 사회적 갈등과 민중의 저항을 증폭했다. 단일 작물 경제는 생태적 피해도 동반했다. 대규모 농장은 토양을 고갈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했다. 농약과 화학 비료 사용은 현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물과 식량의 불균형을 심화했다.

‘단일 작물 경제와 불평등의 심화’는 금·은·설탕, 석유·주석의 착취사와 직결된다. 라틴아메리카의 땅과 사람은 세계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되었고, 그 과정에서 불평등과 폭력, 환경 파괴가 구조화되었다. 갈레아노의 분석은 단지 20세기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현대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반복성을 보여준다. 남반구 자원의 유출과 북반구 이윤의 축적, 그리고 반복적인 민중의 저항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세계 금융 체제, 다국적 기업 중심의 경제 흐름에서 여전히 나타나는 패턴이다.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연대

금과 은에서 시작해 설탕, 석유, 주석, 단일 작물 경제로 이어진 흐름은 한 세기 이상 남반구 민중이 세계 경제 주변부로 남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갈레아노는 이 흐름을 ‘열린 혈맥’이라는 은유로 집약한다. 대륙의 피가 끊임없이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 민중의 삶과 노동이 세계 시장 연료로 소비되는 구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불평등과 폭력이 하나의 혈맥처럼 서로 연결된다.

갈레아노는 이를 경제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착취와 경제 종속이 사회적·정치적 불평등과 맞물린 구조적인 문제임을 강조한다. 착취는 한 시대에 끝나지 않고, 형태를 바꿔 반복되면서 남반구 민중의 삶을 규정한다. 갈레아노는 착취 구조를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착취 속에서도 민중이 만들어낸 저항과 연대의 흐름을 함께 기록한다. 볼리비아 포토시 은광에서 혹사당하던 원주민의 봉기, 카리브해 노예 반란과 아이티 혁명, 중남미 노동자·농민의 조직화와 파업, 20세기 석유와 주석 산업의 국유화 운동, 브라질의 커피 농민 파업, 과테말라의 노동자 시위, 중앙아메리카의 농민 협동조합 등은 민중이 자본과 권력의 구조적 착취에 맞서 싸운 사례들이다.

이러한 연대와 저항은 민중의 경제적인 요구를 넘어 자기 주권과 사회 정의를 위한 역사적 행위다. 민중의 저항과 연대, 그리고 민중이 행한 희생은 단순한 과거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행동 지침으로 읽어야 한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불평등을 이해하고, 연대와 협력,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라틴아메리카 민중이 보여준 역사적 교훈과 맞닿는다.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이 출간된 1971년 이후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남반구 국가와 민중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반복한다. 석유, 리튬, 구리, 희귀 금속, 커피, 바나나 등은 오늘날에도 세계 시장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며, 생산국은 가격 결정권과 이윤 배분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자원의 세계 공급망과 금융 구조는 특정 국가와 기업에 편중되어 있으며, 산업과 기술은 외부 자본과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갈레아노의 분석은 단지 라틴아메리카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불평등 구조를 성찰하는 거울이다.

닫히지 않는 상처와 기억의 윤리

오늘날에도 라틴아메리카의 ‘혈맥’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다국적 기업, 각종 채굴 산업, 디지털 자본주의와 데이터 식민주의 등 새로운 형태의 착취가 지속되고,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종속은 상당 부분 구조화되어 있다. 갈레아노의 글은 이 같은 상처가 단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적·지구적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원 약탈은 환경 파괴와 지역 사회의 고통을 동반하고, 기억과 해방의 문제는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결국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의 핵심은 ‘닫히지 않는 상처를 기억하는 윤리’에 있다. 기억을 통해 상처를 이해하고 민중의 연대와 저항을 성찰하는 행위는 새로운 해방의 길을 연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상처를 기억하며, 민중과 연대 가능성을 탐색하는 역사적·문학적·윤리적 고전으로 자리한다. 그 혈맥 속에 흐르는 피를 이해하는 일,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해방을 모색하는 일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1940년 9월 3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에 자동차 수리공, 외상 수금원, 간판 화가, 심부름꾼, 경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14세 때 우루과이 사회당의 주간지 《태양》에 풍자 만화를 그리며 언론인으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1960년, 정치·문화 주간지 《행진》의 편집장을 맡아 1964년까지 재직하고, 그 후 2년 동안 좌파 일간지 《시대》의 논설을 썼다. 1971년, 서구에 의한 라틴아메리카 수탈의 역사를 문학적으로 고발한 『라틴아메리카의 절개된 혈관』을 출간했다. 1973년, 군사 쿠데타 이후 마르크스주의자라는 혐의로 체포되고, 아르헨티나로 망명해 문화 잡지 《위기》를 발간했다.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독재가 시작되자 다시 에스파냐로 망명했다. 1978년, 라틴아메리카에서 군사 독재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출간했다. 1982-1986년,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서사시적으로 서술한 『불의 기억』 3부작을 썼다. 1999년, 라틴아메리카의 축구에 관한 독특한 해설서 『축구, 그 빛과 그림자』를 출간했다. 2008년, 세계사의 감춰진 이야기 577편을 모은 『거울들: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출간해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하며 각광을 받았다. 군부 독재가 끝나고 1985년부터 고향 몬테비데오에 거주하며 수많은 글을 썼다. 2015년, 폐암이 악화되어 몬테비데오에서 74세의 일기로 타개했다. 사회주의와 민족 해방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카리스마를 지녔던 그는 광범위한 자료, 섬세한 연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사회·정치·경제의 제반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친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평가받는다.

옮긴이 조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카로 이 쿠에르보 연구소(Instituto Caro y Cuervo)’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Javeriana)’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Post Doc.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교수로 재직하면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강의하고, 에스파냐어권 작품을 한국어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백년의 고독』,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소금기둥』, 『파꾼도』, 『조선소』, 『이 세상의 왕국』, 『켈트의 꿈』, 『소용돌이』, 『폐허의 형상』, 『거울들: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 등을 번역하고,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 읽기』 등 중남미에 관한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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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의 한국어판이 정식으로 (스페인어에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은 50주년 특별 에디션으로 출판된 것인데요. 이번에 한국어판에서도 이 표지 디자인과 본문의 삽화를 사용하도록 허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보시는 이 표지에는 약간의 질감이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이 기본적인 삽화 구도 옆 곳곳에 배치한 에폭시 효과인데요. 그 에폭시를 따로 그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네. 그러니까 이 까맣게 칠한 부분이 에폭시(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가공 부분인데요.

위쪽과 아래쪽을 합해서, 최종 완성된 표지가 됩니다. 그 완성된 표지의 질감을 다음 표지로 상상해 보실까요?



어떤가요? 블루 계열 부분이 실제로는 색이 인쇄되는 부분이 아니라 에폭시 가공되는 부분이죠. 반짝반짝 빛나는 효과와 우둘투둘 만져지는 효과를 냅니다.

이러한 표지의 구상은, 물론 많은 시도가 있었던 것이니, 새로운 방식은 아닙니다.

다만, 알렙에서는! 새로운 방식이죠.

게다가, 준-학술서이기도 하고 위트와 해학의 문학작품이기도 한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의 표지라니! 신선한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 표지를 보고 느끼고 만지시려면??

서점에 가서 볼밖에요!!


덧: 표지 안쪽 인쇄는 어떻게 돼 있을까요? 다음 색상에 몇 가지 삽화를 간추려 넣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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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스페인어 원전 완역판 출간!

스페인어 원전 첫 완역판.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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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를 쓰지 않았다. 현실이 그렇게 쓰여 있었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안녕하세요, 알렙 씨입니다.

2009년 G20 정상회의 당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 세계 언론 앞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선물했습니다.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고, 곧바로 이 책은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릅니다.

2021년, 이 책의 초판이 출판되고 50년이 지난 후, 스페인어권 최대 출판사인 ‘21세기 출판사’에서 50주년 특별판을 디자인, 제작해서 새로 펴냈습니다. (한국어판은 이 책의 정식 계약판입니다.)

그런데, 기존에 우리가 읽어왔던 이 책이 ‘영어 중역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문장을 온전히 담은 스페인어 원전 완역판이 알렙에서 공식 계약을 맺고 출간되는데요.

그 의미는 단순한 재출간이 아니라, 왜곡 없는 진짜 ‘갈레아노의 목소리’를 듣는 일입니다.

“이 책은 우리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하나의 기념비다.”

—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오늘날 인도에도 깊은 교훈을 준다.”

— 아룬다티 로이 (작가, 사회운동가)

“고통을 지닌 남미 대륙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 이사벨 아옌데 (칠레 작가)

지금, 알라딘에서 북펀드를 진행 중입니다!

펀딩 마감일: 11월 17일(월)

출간 예정일: 11월 19일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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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마다 몇 시간씩 들여다보는 곳이 생겼습니다. 알라딘 북펀드 창인데, 또 여기를 기웃대다 보니 눈에 띄는 책 1권이 있었죠. 『사명을 찾아서』.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라는 카피를 달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나에겐 오래된 것입니다. 그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은 게 15년 전, 이맘때였습니다.


2010년의 한 해 전, 그러니까 2009년의 일입니다. 직장 생활을 끝낼까 연장할까 고민하면서, 출판사라는 직장과 출판인으로서의 직업에 대해, 머리 쥐어뜯던 시절. 만일 내가 출판사를 창업한다면 어떤 이름을 지을까, 행복한 공상을 했었습니다. 바불곳(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먼저 떠올랐죠. 출판의 새바람을 일으키자라는 모토. 천개의 고원은 어떤가요. 책 하나하나는 내가 등정해야 할 고원이라는 의미이죠. 들뢰즈와 가타리의 책이 고이 내 책상 앞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아하, 그랬었지, 였습니다.


나는 과거의 일이지만, 한때 보르헤스 전집의 4,5권을 책임 편집했습니다. 좀 지나서는, 보르헤스 탄생 100년 특집을 문예지에서 다루는 일을 맡아 했습니다. 동시에 시집도 기획했습니다. 더 지나서는, 보르헤스가 기획하고 작품을 선별했다는 보르헤스판 세계문학전집을 번역하는 일도 주도했죠. 그리고 이름, 즉 사명을 생각하는 그 즈음에 내 책장 한켠에 보르헤스 전집 1,2,3,4,5권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이름을 짓는 건 순간이고 우연입니다. 짓고 나서 생각하니, 모든 게 필연입니다. ‘알렙’이란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는 건, 이 이름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출판사명을 짓고 나니, 출판등록증을 얻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2009년 11월 중순에 나는 출판사 등록을 신청했고, 11월 19일에 출판사 신고필증이 나왔습니다. 그 후, 이 날짜를 기억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사람인 나는, 딱히 그 날짜에 맞출 이유도 필요도 없었던 어떤 책이든, 11월에 나오는 책이면 발행일을 11월 19일로 맞추곤 했습니다.

서두에 나는 [알라딘 북펀드]에 매일 몇 시간씩 머문다고 했는데, 맞습니다. 알렙에서도 [알라딘 북펀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행일을 11월 19일로 맞추려고 하는 책.

내가 태어난 해에 출판된 책. 나오자마자 금서로 탄압받은 책.

한국에서는 『수탈된 대지』로 알려졌던 책.

영어 중역이었고 시대의 한계로 오류를 잔뜩 품은 책.

이제는 절판된 책.

2021년을 맞아 스페인어권 최대 출판사인 21세기 출판사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출판한 책.

“나는 역사를 쓰지 않았다. 현실이 그렇게 쓰여 있었다.”라는 멋진 말을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남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입니다.

소소한 목표로 북펀드를 시작했고, 책의 탄생을 미리 알리고자 이렇게 사연팔이(사명 팔이?) 홍보성 글을 올립니다.

나만큼 나이 먹은 책을 이제야 한국에 제대로 소개한다는 자랑도 섞었습니다.

(사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일 수 있습니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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