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를 상상하는 9가지 이야기
 
손희정 · 김만권 · 박정원 · 김지은 · 김선철 · 양혜우 · 이기범 · 류진희 · 정지석 · 박신의 지음,
총 336쪽|18,000원
 
판형 : 국판 변형 (144*210)
2021년 06월 28일|ISBN 979-11-89333-48-5 03300

 

책 소개

우리 시대의 대안적 비전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찾아 나서다!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은 우리에게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계속 나아갈 힘을 준다. 우리가 이 상상력을 포기하지 않을 때유토피아는 박제된 꿈이 아닌 도래할 미래로 찾아온다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의 상황에서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세상과 타자공동체를 바라보고 새롭게 형성해야 할 것을 요청받는다.

 

도래할 유토피아들』 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안으로 떠오른 다양한 비전과 세계 각지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 · 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는 대안 공동체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에서 대안공동체 인문학총서로 기획 · 출판되었으며 공동체 없는 공동체(2020), 식물의 사유(2020), 유토피아 문학 이야기(2021)에 이어 네 번째로 출간되었다.

 

현대 사회의 대안이나 공동체를 소개하는 책들은 많다그러나 코로나19’ 라는 전 세계적 재난 이후의 시점에서기존 대안을 재고하고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도래할 유토피아들』 은 익숙한 개념익숙한 관점 속에서 낯선 시선을 경유한 다채로운 9가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대안의 대안을 고민하고 다시 한번세상의 변화를 상상한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도래할 유토피아들』 은 유토피아가 도래 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과 확신에서 시작한다머리말에서 김만권은 에른스트 에블로흐의 말을 인용하여 유토피아란 우리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 목표가 아닌,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세계와 현실 세계의 불일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신념이라고 말한다코로나로 인해 황폐해진 일상을 잠시 회피하는 도구로서의 유토피아관이 아닌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를 묻는 것그 현실이 비록 이전의 대안이 실패한 자리라 하더라도제대로 지금 여기의 삶을 진단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바꾸거나 경로를 이탈하여다시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것이 다른 책과는 다른 이 책의 전제이다.

 

1부 어떤 공동체인가?”에서 손희정박정원김지은김선철 등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뉴노멀 젠더링’,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아메리카 선주민의 관점주의’, 생태 민주적 세계에서 다시 만나는 에코페미니즘’, 기후위기 시대에 대안인 탈성장’ 등의 개념을 제안하며 재난과 위기로 경직되고 굳어진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자극하고우리 시대의 문제를 멀리 또 깊이 바라볼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2부 세계의 대안 공동체에서 양혜우이기범류진희정지석박신의 등은 네팔인도캄보디아미국유럽 등지에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해 가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사례를 소개한다. 1부가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에 대한 이론과 지식 추구를 도왔다면, 2부의 대안 공동체의 생생한 사례는 독자로 하여금 유토피아가 도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선뜻 안겨주어 지금여기의 실재로 다가오도록 한다.

 

이론가이면서 활동가인 도래할 유토피아들의 10명의 필자들은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변화를 짓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삶으로 우리 모두를 초청한다. 좋은 이론과 실천 모두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미 시작된’ 변화의 현장은, ‘도래할 유토피아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어준다.

 

 

책의 내용

뉴노멀 시대의 젠더아메리카 선주민의 관점주의에코페미니즘,

탈성장에 대한 제안과 세계의 다양한 대안 공동체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유토피아적 상상력을 북돋우다!

 

1부 1장 젠더링 뉴노멀-‘닭고기의 평등을 넘어서 퀴어한 평등으로에서 손희정은 뉴노멀 담론에 젠더’ 관점이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젠더란 일반적 의미의 성별이 아닌 사회 내에서 정상의 범주를 논할 때, “인종계급신체적 조건성적 정체성 등 구체적인 신체를 바탕으로 사유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를 위해 닭고기의 평등으로 은유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조직하는 상상력을 발견하고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2장 아메리칸 선주민의 관점주의는 인류세의 해독제가 될 수 있을까?에서 박정원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와 생태계의 위기를 드러내는 인류세가 서구 중심으로 논의되었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환경 파괴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야기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이로 인한 빈곤불평등폭력과 혐오의 문제 등 서구 사회가 이끌어 온 근대의 지식과 가치체계가 더 이상 지금 여기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말한다이에 모든 존재가 영혼을 지닌 것으로 가정하는” 아메리카 선주민의 관점주의와 다자연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3장 다시 에코페미니즘-‘생태계의 천사를 넘어 지구 공동체로의 여정에서는 김지은은 생태적 관점과 인간적 관점을 공유하는 에코페미니즘을 소환한다. 여성을 가정 또는 생태계의 천사로 한계짓지 않고생태적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의 통합을 이루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 그 자체를 옹호한다여성 생태학자이자 철학자인 발 플럼우드(Val Plumwood)의 이론을 소개하며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지구 공동체를 상상하게 한다.

 

4장 탈성장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에서 김선철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기후 위기의 상태를 진단하고대안을 찾아간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선언 등 정부와 지자체국회산업계 등이 최근 입을 모아 녹생 성장 정책을 도모하고 있지만이는 실제적이지 않으며 캠페인과 구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기업과 이윤이 중심이 된 기후 위기 대응의 한계를 본 것이다인간과 자연인간과 인간 모두가 공존 · 공생할 수 있는 탈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탈자본주의”, “탈성장을 시도하고 있는 남미유럽 등지의 사례를 소개한다.

 

2부의 첫 글인 5장에서 양혜우는 이주노동 없는 공동체를 향한 귀환 이주노동자의 꿈에서 한국에서의 노동조합운동을 경험하고 귀국한 이주노동자 샤말 타파가 네팔에서 설립한 에커타’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에커타는 해외 이주를 희망하는 네팔의 노동자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고해외 이주노동을 가서도 그 나라의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을 독려했다에커타는 노동조합 운동신용협동조합다목적 생산협동조합을 통해 계속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궁국적으로 이주노동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근본적 해결로 삼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6장 인류화합을 위한 실헙도시에서 이기범은 인도 남부에 있는 오로빌 공동체를 소개한다. “인종과 종교국적피부색을 초월하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삶을 꿈꾸는 오로빌은 설립자 스리 오로빈도와 동역자 미라 알파사로부터 시작되었다세계 여러 곳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실험정신으로 여러 활동을 시도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배움의 터를 이룬다특히 돈 없는 사회’, ‘위계나 지배체계 없이 자유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오로빌의 실험정신은 다양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7장 사람이 위로가 되는 공동체의 힘에서 류진희는 캄보디아에 있던 장애인기술학교 반티에이 쁘리업에서의 경험을 기록했다. 패션 디자이너인 필자가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봉제 프로덕션에서 일하며효율적인 방식을 내려놓고 함께 일하는 것의 의미를 배웠을 때뜻하지 않은 행복을 느꼈다고 고백한다필자는 그곳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인정이 아닌 신뢰로 세워지는 공동체에 대해 깊이 깨닫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며여러 차원에서 성장했다고 말한다.

 

8장 쉼과 성찰의 퀘이커 공동체 학교에서 정지석은 미국의 펜들힐’ 공동체에서의 경험을 나누어준다펜들힐은 1930년부터 지금까지퀘이커리즘(Quakerism)의 평화 정신을 바탕으로 영성과 교육평화와 쉼공동체적 생활 등을 체험하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두 번의 방문을 통해 펜들힐 공동체를 깊이 체험한 정지석은평화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에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쉴 수 있으며 용서가 계속 일어나는 곳으로서 펜들힐 공동체의 존재의미를 찾는다펜들힐처럼 철원에서 국경선평화학교를 통해 평화운동을 시작한 필자는남북한 평화를 위해 일하는 피스메이커를 양성하고한국 사회의 분단 현실에 맞는 평화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9장 폐산업 시설 위에 세워진 해방된 삶-유럽의 예술/노동공동체에서 박신의는 폐산업 시설을 방치하지 않고시민과 운동가들에 의해 문화 ·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유럽의 사례를 소개한다. 폐산업 시설을 지역성장소성역사성에 대한 예술적 성찰과 실천으로 승화시킨 유럽의 역사는 50여 년이 다 되어간다프랑스 파리의 태양극단과 카르투슈리 극장촌덴마크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노바리스 시민문화센터독일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오스트리아 비엔나의 WUK 등 정부 주도의 대형 공간에 한정된 한국의 사례와 달리 “68혁명의 정신과 공동체 운동으로 축적된” 유럽의 사례를 비교하며한국 사회에도 이와 같은 실험과 시도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 소개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Center for Cross-Cultural Studies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는 1993년 설립 이후국내 학계에 비교문화의 개념 정착과 문화연구의 전문화 및 다양화를 위해 국내 · 외 학술행사를 개최하고 등재지 비교문화연구와 총서를 발행해 왔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대안공동체 인문학공유와 연결지속가능한 유토피아 연구” 아젠다로 선정되어 대안공동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비교문화연구소는 세계문화를 가로지르며대안적 삶의 가치를 발굴하고지속가능한 행복의 공동체를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기획 · 진행한다.

 

 

손희정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김만권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박정원 경희대학교 스페인어학과 교수

김지은 경희대학교 영미어문화학과 박사과정 수료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 겸 독립연구자

양혜우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겸 활동가

이기범 오로빌리언

류진희 패션 디자이너

정지석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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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나온알렙의책 #올해의책 #화제의신간 #페미니즘과식물철학의만남

『식물의 사유』

식물 존재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 지음|이명호·김지은 옮김 360쪽|반양장|18,000원 2020년 8월 25일

페미니즘 철학자와 식물성의 철학자의 만남 32편의 편지에 담아낸 식물 세계를 통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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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의 재발견]

『구성주의와 자율성』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생명의 자율성과 펠릭스 가타리의 기계의 자율성

신승철 지음

거대한 협치의 시대, 네트워크 혁명과 떡갈나무 혁명의 마주침을 위한 철학적 제언

작은 도토리 하나가 울창한 떡갈나무 숲을 만들 듯 무수한 연결망과 창발적인 에너지가 만들어 내는 분자혁명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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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 올해 나온 책] #책 속으로 #사진감상 #김일영 #제주당신을만나다

안녕하세요, 알렙출판사의 알렙 氏입니다. 오늘은 [제주 사진]을 감상하고 가실게요~!

[제주, 당신을 만나다](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에는 제주 테마 여행 에세이와 함께 100여 점의 김일영 사진가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어떤 사진은 텍스트와 어울리기 위해 설명/자료적으로 넣었지만, 하나하나 멋지고 좋은 사진들입니다.

몇 번에 나눠서 선보이겠으니, 즐감상하시고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돌 구들 위에서 나고, 산담 두른 작지왓(작은 돌이 깔려 있는 밭)에 묻힌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 말 속에는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가 나타나 있다. 제주 사람들이 평생 돌과 함께 거칠고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변하였지만, 제주 선조들이 사는 집은 돌로 시작해서 돌로 마무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타리, 올레, 울담, 산담, 밭담, 심지어 바닷가에 고기를 잡기 위해 둘러놓은 원담까지 모두 돌로 이루어졌다. 각종 살림 도구 역시 돌을 이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돌로 마을의 허한 기운을 채워주는 방사탑을 쌓기도 하고, 죽은 자들의 넋을 지켜주는 동자석을 빚기도 했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돌담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제주 섬에 가면 부디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말라. 돌담의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빼내어 허물지 말라.”

제주의 돌은 제주인들의 한숨과 눈물의 상징이며, 세월의 무게를 함께 견디어 온 증거임을 전해 주는 말이다.

- 《제주, 당신을 만나다》(15-17쪽)(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 알렙 펴냄)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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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렙 氏입니다.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의 백지영 작가 인터뷰가 채널예스에 실렸습니다. 알렙 氏가 묻고 작가가 답한 7문 7답(사실은 8문 8답) 형식으로 된 인터뷰는요, 아래에 원문이 링크돼 있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3372


백지영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내 황홀한 옷의 기원』백지영 저자

의, 식, 주니까 옷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옷에 대한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음식은 마침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음식, 옷, 집, 이렇게 순서가 되었네요.(2020.11.18)



백지영 씨가 새 소설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그녀는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을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첫 번째 장편이 음식을 다루었다면, 이제 두 번째 장편은 인간의 기본 욕망 중 하나인 ‘옷’을 다룬다.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근황에 대해서도요. 

어릴 때부터 글을 좀 쓴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작가도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소설을 좋아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요. 그래서 제 오랜 친구들은 어릴 때 꿈을 이룬 사람을 생전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예요. 그러고 보면 행운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소설가로서 갈 길이 먼 사람이네요.
근황을 말하자면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을 인쇄에 넘겼다는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온몸으로 달려들며 한기가 끼치더니, 그 후로 일주일 정도 몸살을 앓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현재 쓰고 있는 장편에 집중하려고 마음만 먹고 있고 첫 작품집 이후 문예지 등에 발표한 단편들이 책 한 권 분량이 돼 내년에는 단편집을 내야겠다고 역시 마음먹고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음식’이라는 소재로 가족사회의 일면을 보여주셨고, 이번 작품에서는 ‘옷’을 소재로 다루셨어요. 인간의 기본 욕망 중에 의식주의 문제를 특별히 다루시는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요? 

이번 책의 '작가의 말'에서도 말했지만 첫 작품집을 낸 후 이제 장편을 써야겠다 생각했을 때 좀 막막하더라고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하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막막할 때는 주로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 같던데 저는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이야기는 나중에 정말 쓸 게 없을 때 쓸 생각이거든요. 처음부터 제 이야기를 풀어버리면 나중엔 정말 쓸 게 없고 더 막막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 식, 주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일단 세 권은 쓸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의, 식, 주니까 옷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옷에 대한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음식은 마침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음식, 옷, 집, 이렇게 순서가 되었네요. 

이번 소설은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한 매체인 영화판을 중심으로 서사가 짜였는데요. 영화배우인 현우와 영화감독인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그 전경에 옷(의상)을 만드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깔려 있죠. 이렇게 구상하게 된 계기를 '작가 후기'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작가님께서 이 소설을 구상한 이유에 대해 직접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중학교 때 우리 학교에는 유명한 에로영화 감독을 아빠로 둔 학생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 감독이 학부형 자격으로 초빙돼 우리 교실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고요. 제게는 아직도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으로 기억되지만, 중학교 교실에서 에로영화 감독이 강단에 선다는 게 어울리는 일은 아니잖아요. 더구나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엄격한 분위기였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 교실의 모습이 마치 그 사회를 상징하는 한 장면 같더라고요. 1980년대가 그렇잖아요. 정치적으로 암울했고 사회는 엄격한 분위기였으나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에로영화가 성행하고.
그래서 그 교실을 아버지의 시대로 설정하고 그런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갖고 있는 소년을 생각하게 되었죠.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가진 소년, 그래서 아버지보다 깨끗하게 살고 아버지를 뛰어넘으려는 욕망을 가진 남자. 하지만 전시대를 뛰어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치 같은 걸 예로 들어도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 시대를 만들겠다 다짐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전시대의 잘못을 답습하고요. 

말하자면, 아버지가 만들려 했던 영화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가 묘하게 일치했다는  모티프에다, “부정하거나 초극하려 했지만 결국 부모 세대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주제의식을 더한 거군요? 그런데, 작품에서는 초반부터 배우 정현우가 엽기적인 흉터를 남긴 사고를 당한 것에서 출발해요. 이유가 궁금하네요.

아버지의 시대는 부정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닌, 마치 흉터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차라리 얼굴의 흉터처럼 내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전시대의 극복이 쉬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옷에 대한 책을 읽다가 흉터가 옷의 기원이라는 인류학자들의 주장을 알게 됐고, 그렇게 옷과 흉터를 매칭할 수 있었어요.

독자의 흥미와 긴장도를 위해서,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에서 쓰는 기법을 적절히 섞으셨는데요. 그러다 보니 작품의 말미에 가면 전체 소설의 얼개가 확 그려집니다. 전에 쓰셨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렇게 장르소설의 요소를 넣은 이유가 있으신지요?

솔직히 추리소설 기법을 쓰겠다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주인공 정현우라는 캐릭터가 우선 영화배우니까 외모적으로도 아름답게 그려야 했고,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여인들도 아름답고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하는 아주 볼품없는 여자가 떠올랐어요. 너무 볼품없어서 사랑을 표현하기는커녕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도 없는 여자. 그런 여자가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할까. 만약 있어도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여자가 하는 사랑은 엽기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지요. 그런데 그런 여자를 만들고 보니 정현우라는 인물과 또 다르게 제게는 매력이 있고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그 인물을 돋보이게 하고 보다 중요한 인물로 만들려다 보니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것 같아요. 

“흉터는 옷의 기원이다.”라는 명제도 그렇고, 또 소설의 장마다 ‘패션, 옷’ 관련한 디자이너들의 코멘트를 발췌하여 넣으셨어요. 소설에는 옷을 만드는 여자들이 나오고, 각각에 스토리가 있습니다. 작가께서 생각하시는, ‘옷’이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각각의 옷 만드는 여자들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했던 ‘옷’에 대한 생각은요?

저는 솔직히 패션이나 옷에 관해서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옷을 신경 써서 입어본 적도 없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요. 오히려 옷에 관해 관심이 많은 여자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별로 안 좋게 보이기도 했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패션에 관한 여러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디자이너들의 자서전이나 그들에 관한 자료를 보면서 옷을 만드는 것도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전에는 그저 옷을 사치품이나 소비재같이 인식했다면 이제는 창작품이나  예술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옷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하게 그렸고, 저 또한 이제 그렇게 옷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혹시 이 작품을 쓸 때에, 염두에 두셨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는가요? 아니면, 작가님의 소설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습니까? 그리고 이 작품에 이어서 앞으로 어떤 주제와 방향으로 작품을 쓰실 것인지요?

원래 패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에서 나오는 옷은 다 한 사람이 만드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련된 책을 읽고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하나의 브랜드에도 여러 디자이너들이 옷을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숨어서 옷을 만드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고 그렇게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새삼 여러 분야 다양한 책을 읽는 게 소설을 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다시 한번 느꼈어요. 이 작품은 정현우가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실제 주인공은 이름 없는 여자거든요. 작품을 읽으신 분들이 이름 없는 여자에게 연민과 애정 등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쓰는 작품은 집이 소재예요. 어려서부터 셋방살이 설움을 너무 많이 겪어서 집에 한이 맺힌 싱글녀 하우스푸어가 주인공인 이야기죠. 그런데 그녀가 집을 끝까지 지키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집을 포기하고 여러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갈림길에 있네요. 그녀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지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백지영의 작품을 읽고, 백지영 소설의 팬이 될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세련된 문체를 갖고 있지도 않고 지식이 차고 넘쳐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작가는 아니에요. 그런 작품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또 내가 그런 스타일의 작품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나는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 내 자신에게 물어보면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답이 들려요. 저는 우선 쉽게 읽히는 소설을 썼으면 좋겠고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많이 노력해야겠지만요. 그리고 또 하나 독자들이 제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에 연민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왠지 마음이 짠해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살다가 문득 한번쯤 떠올리게 되는.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쉽고 재미있고 감동도 있는 작품.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생각이니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지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작품집으로 「피아노가 있는 방」이 있다. 

네이버책에서 보기 : https://bit.ly/2I8I0TH
 

알라딘 : https://bit.ly/2TXn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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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eo600 2021-05-1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례말고 소제목 옷의 인연 번호가 5번인데 책에는 6번이라 되어있네요. 소제목 6번이 책 속에 2번이나 쓰여 있습니다.

alephbook 2021-05-1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책자를 확인해 보니, 편집/교정 중의 실수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더욱 주의하여 책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