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일간의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활강경기를 위해 벌목된 가리왕산 500년 된 나무들. ⓒ 남준기

 

 

■ 간략 소개

2017년 환경 이슈 및 2018년 환경 정책과 운동을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발행한 『그린 챌린지: 한국환경보고서 2018』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 환경운동 단체에서 펴내는 연간 보고서이다. 환경 전문가와 환경 운동가 23인의 집필진에 의해 국내 환경 이슈와 사회적 흐름을 종합 정리하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주요 쟁점과 새로 부각되는 사안들을 조명하고 있다. 개헌과 관련하여 정치권 내에서 권력 구조 개편 방안 등 주요 쟁점과 국민투표 시기를 둘러싸고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헌법에 녹색의 가치를 담기 위한 제안을 담았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헌법이 되기 위한 조항, 자국민을 넘어선 차별 없는 기본권의 확대,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통로와 선거권/피선거권의 확대, 민의를 반영하는 의회를 위한 선거제도에서의 비례성 강화, 생명 가치를 보호하는 경제 질서 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헌법에 녹색의 가치를 담기 위한 제안과
지방분권 시대에 환경을 다시 생각한다

2017년 환경 이슈 및 2018년 환경 정책과 운동을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발행한 그린 챌린지: 한국환경보고서 2018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 환경운동 단체에서 펴내는 연간 보고서이다. 환경 전문가와 환경 운동가 23인의 집필진에 의해 국내 환경 이슈와 사회적 흐름을 종합 정리하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주요 쟁점과 새로 부각되는 사안들을 조명하고 있다. 개헌과 관련하여 정치권 내에서 권력 구조 개편 방안 등 주요 쟁점과 국민투표 시기를 둘러싸고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헌법에 녹색의 가치를 담기 위한 제안을 담았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헌법이 되기 위한 조항, 자국민을 넘어선 차별 없는 기본권의 확대,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통로와 선거권/피선거권의 확대, 민의를 반영하는 의회를 위한 선거제도에서의 비례성 강화, 생명 가치를 보호하는 경제 질서 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과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정부투자기관의 89%, 예금의 70%가 몰려 있고, 의료 기관을 비롯하여 인구와 일자리, 고부가가치 산업이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분권과 분산정책이 필수적이지만,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으로 위임된 규제 완화 권한이 지방의 토호 세력과 밀착하여 난개발을 초래할 우려도 존재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의 70%가 개발 공약이었음을 볼 때, 6·13 지방선거가 환경 정책을 돌보며 지역 선순환 모델을 발굴하는 장이 될 때 지방분권의 의미가 살아남음을 강조한다.
 
지하공간 복합 개발에 따른 도시 생태계 영향을 다루고 있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영동대로 하부 지하도시 개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세종대로 지하공간 개발 등 대규모 상업업무시설과 교통시설을 연계한 지하공간 개발의 추진이 물순환을 단절시키고 도시 토양의 건조화, 토양 생태계 파괴, 지하수위 하강과 도시하천 건천화는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시 동반될 도시 홍수로 인한 도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짐을 살펴보았다.
 
북한은 지난 26일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170번째 당사국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한반도 자연환경공동체 실현을 위해 북한의 이동물새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국제 협력 과정과 의미를 살핀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이 추진되면서 한반도가 대립과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리라는 기대 속에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남북환경협력 역시 새로운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를 낳게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패럴림픽과 함께 막을 내렸다. 지속가능한 저탄소 그린올림픽을 제시했지만, 알파인 활강경기장을 위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을 해제하면서 500년 된 숲 가리왕산의 나무들을 잘라버렸다.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생태복원사업에 필요한 예산도 소요예산의 1/40밖에 확보하지 않고 있으며 복원에 필요한 흙과 옮겨 심은 나무 관리 역시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급경사 훼손지의 수방 대책이나 집중호우 시 산사태 위험, 대형 산불 위험 역시 커진 상태이다.
 
물의 날에 맞춰서 발행된 한국환경보고서 20184대강 보 개방과 물관리 일원화 문제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은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16개의 콘크리트 보와 강바닥 모래 4.5준설, 22조 원 투입에 매년 추가되는 수천억 원의 유지관리비 등은 대표적 예산 낭비와 하천 파괴 사업으로 불린다. 4대강 추진과 공사 강행, 부작용 발생 등 10여 년의 역사를 짚어보고, 4대강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물관리 업무 일원화를 위한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부처 이기주의, 정부의 미약한 추진 의지 역시 문제이다. 분산된 물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통합적 물 관리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그린 챌린지: 한국환경보고서 2018⌟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특집 <2018년 녹색 포커스>, 4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개헌 논의가 한창인 지금, 녹색 가치를 담기 위해 어떻게 헌법이 바뀌어야 하는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의 환경 규제 완화 권한 남발에 대한 우려를 씻고 지방분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공약의 필요성, 남북이 대립 관계와 경색 국면을 벗어나 한반도 자연환경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북한의 이동물새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의 경과 및 전망,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겪는 피해가 빈곤층에게 가중되는 환경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2부는 기획 <환경 이슈의 진단과 전망>으로 구성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개발의 시선이 지하공간으로 집중되고 확대됨에 따라 도시 생태계가 단절되는 문제, 지속가능한 저탄소 그린 올림픽이란 비전에도 불구하고 스키 활강경기를 위해 500년 된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500년 숲을 베어내고 개최한 평창동계올림픽, 유전자를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오만하고 위험한 상상을 펼치는 유전자 가위 기술, 도시공원 일몰제로 2020년이면 공원에서 해제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 문제를 진단한다.
 
3부는 좌담 <개발주의 시대는 끝났는가?>를 주제로 환경 전문가, 환경 운동가, 환경전문 기자가 모여 나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환경 적폐와 현안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와 과제를 우리 사회의 지배적 담론이었던 개발주의와 극복 관점에서 풀어내며, 환경운동의 역할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4부는 이슈 <201710대 환경 뉴스>들을 모았다. <2017 환경 뉴스>는 이슈의 상징성과 언론의 주목도, 사회적 파장과 국내외 환경 정책에 미친 영향과 주요성을 고려하여 선정된 뉴스들로 2017년 한 해를 달군 총 10개의 이슈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탈원전 논쟁, 살충제 달걀에서 발암물질 생리대까지 케모포비아 현상에서 배워야 할 것들,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대한 우려, 4대강 보 개방과 물 관리 일원화, 넘치는 일회용과 플라스틱, 국립공원 50주년, 조각나고 위태로운 국립공원, 특헤로 방치된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사드부지 환경영향평가 편법 처리와 미군기지 오염 정보 폭로와 공개, 트럼프 이후 국제 기후체제의 전망, 반려동물사고, 반려인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한국환경보고서는 1993년부터 2010년까지 한해 환경 운동의 이슈와 성과를 정리하고 지속가능한 녹색 사회를 위한 환경 정책의 방향과 환경 운동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매년 발행되어 왔으며, 2017년부터 그린 챌린지: 한국환경보고서란 새로운 이름과 디자인으로 재발행되고 있다.
     


■ 저자 소개

환경 정책 싱크탱크 녹색사회연구소

녹색사회연구소는 1991년에 설립된 민간연구소이다. 획일적인 경제성장 논리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발전, 생태순환 사회로 변화를 주도해 가는 사회적 싱크탱크(Social think-tank)로서, 조사연구 활동을 넘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운동의 근거와 대안, 환경 문제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비전을 담기 위한 노력으로, 포럼·아카데미·이론 연구·출판 등의 활동을 한다.
환경과 환경 운동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하고 그에 대해 정부나 기업이 아닌 시민의 입장과 관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환경보고서1993년부터 매년 환경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본질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발간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에서 펴내는 연간 한국환경보고서이다.
2017년부터 그린챌린지: 한국환경보고서란 이름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한 해 국내 환경 이슈와 사회적 흐름을 종합·정리하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과 구체적인 대안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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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 소개

정미형 작가의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에는 반복되고 빛나고 스러지는 바닷가 파도의 포말과 같은 인생들의, 그림자와 닮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소설이 <한국소설>을 통해 발표된 이후, 작가는 다수의 단편을 꾸준히 써왔고, 8편의 작품을 모아 첫 소설집을 내었다. 이 소설 가운데 대부분은 떠나는 자들이거나 혹은 어딘가를 거쳐 온 이들의 이야기였다. 마치 거품을 남기고 물러나는 파도였을까, 작가는 그 파도가 휩쓸고 간 헛헛하게 남은 자국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듯 문장을 고르고 인물들을 매만져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이어 갈 수 있을까, 반문한다.


 

■ 출판사 서평


정미형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거미줄에 매달리듯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 파도치는 바닷가의 흩어지는 포말처럼 한 순간 부서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폐 속의 공기만큼이나 소중한 밀도로 그 사람들을 숨쉬게 한다. “인생의 짧은 순간을 이어서 연대기를 쓰듯 관통하다 보면, 마지막에 무엇이 남을까 생각하다 보니, ‘이야기’가 있었다” 한다. 앞서 간 사람들은 다음에 올 무수한 사람들에게 삶의 마지막에 위트와 윙크를 보내주는 것, 그것이 작가가 이 소설들에 담은 정서(무드)이자 태도이다. 
정미형 작가는 특이하거나 극한의 상황에 처한 보잘것없는 존재가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처절한 모습을 그리는 작품들을 쓴다. 예를 들어「초록 아보카도가 있던 방」에서 ‘나’는 눈에 파묻힌 공간 속 재앙의 한가운데에서 떠나려고 하는 자이다.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어린 시절 집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이르고자 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회색 벽」에서는 이혼한 여자가 남에게 뒤처지고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동산의 가치를 좇아 어느 낯선 시골의 땅을 보러 왔다가 창고 속에 갇히게 되는 불운을 이야기한다. 「자장가를 불러주세요」에는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삶의 방향성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는 여자의 고단함도 들어 있다. 작가는 그들 모두 어쩌면 모두 낡은 벽 속에서 소리 낮춰서 중얼거리고 신음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한다. 깊은 밤 잠 못 드는 인물들 같아, 스스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억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들 속의 인물들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 작가는 「당신의 일곱 개 가방」 속 어머니의 입을 빌려, “누구나 태어날 때 가방을 하나 가지고 오지. 자기가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아는 사람이 세상 떠날 때도 마음이 편한 거다.”라고 한다. 인생은 조금씩 시작이 다르고 그 궤적도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다고 운명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생의 문제가 다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작가는 말하고자 한다. 그렇게 헤쳐 나가고 몸부림치는 순간이 그래도 깨어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생은 결국 실패할 뿐이라 말할 수도 있고, 싸워 이겨나가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궁극적으로 삶은 매일매일 쌓아올리고 그리고 무너지는 것임이 자명하다고 본다. 그 인물들의 삶에서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시간을 놓친 이야기는 작가의 몫이다. 덧붙이면, 작가가 그린 인물들은 어쩌면 물처럼 형태만 바뀌지 본질은 바뀌지 않는 환원적 인물들임을 말하고자 한다. 


  작품 소개

『당신의 일곱 개 가방』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작가가 말하듯, 대체로 인물들은 모호한 공간 속에서 떠나와 어딘가 모를 곳으로 걸어 나가는 이들이 많다. 이곳을 떠나는 이들과 지나간 과거에서 돌아오는 이들이 모여 작가의 소설 속 공간과 시간을 짜놓았다. 작가는 폐 속의 공기만큼이나 소중한 밀도로 그 사람들을 숨쉬게 한다. 이 소설집은 오직 그들이 왔다 간 것을 기록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은 병환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호하며, 그 어머니의 젊은 시절 꽃피던 이야기를 소환한다. 어머니의 삶의 조각들은 평소에 쓰던 일곱 개의 가방에 담겨 있다. 악어가죽 가방, 구슬 가방, 은색 가방 등등이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각각의 사연을 담았던 이 가방들은 어머니의 삶의 편린이 되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항상 신기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칠순의 어머니에게는 일곱 개의 가방이, 일흔 개 혹은 칠백칠십칠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병환으로 쓰러진 이후 어머니는 오줌 가방(주머니)을 차게 되고, 경사침대에 묶여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머니가 누워 있는 모습은, 우주비행사의 가방과 거기에 매달린 은색 끈을 가지고 몸을 단단히 매고 있는 우주정거장 같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내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의 등에는 무엇인가 들어 있는 가방이 있고 우주인은 그 가방에서 긴 끈을 늘어뜨리고 우주 밖으로 뻗어나간다. 그러고는 영원히 손닿지 않을 곳으로 떠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나는 소리 내어 울고 어머니는 놀래켜 준 것이 미안한 듯 그랬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어디 멀리 가냐?”라고. 앞서 간 사람들이 다음에 올 무수한 사람들에게 삶의 마지막에 위트와 윙크를 보내주는 것과 같은 정서가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초록 아보카도가 있던 방」에서 ‘나’는 눈에 파묻힌 공간 속 재앙의 한가운데에서 떠나려고 하는 자이다.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어린 시절 집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이르고자 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폭설이 재앙처럼 한 달 가까이 내려, 사방천지가 죽음 같은 눈에 파묻혀 있다. 아버지의 사설 도서관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도서관장인 ‘나’는 이곳을 탈출하려 하고, 식당일을 하는 ‘마재순’은 결코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겨우 구호물품에 의지해 연명해 가지만, 폭설과 겨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호물품인 초록 아보카도처럼 이곳은 ‘나’의 지향해야 할 삶의 공간과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직원인 ‘마재순’에게 이곳은 첫 직장이자 떠날 수 없는 삶의 공간이 되었다. 결국 ‘나’는 옛 연인의 도움으로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초록 아보카도가 자줏빛으로 익어 가는 이곳을 떠올리며 아쉬움과 회한에 젖는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들을 한 권씩 한 권씩 읽는 재미에 빠져 있던 마재순의 독백을 통해, ‘나’의 탈출은 결국 착각이라는 게 드러난다. 탈출을 위한 설상차도 없었고, 옛 연인은 그녀의 탈출을 돕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눈 터널 사이로 난 산책길을 다녀왔을 뿐이었다. 마재순의 생각에, 그 모든 것이 다 밤에 읽는 이 책들 덕분이라는 것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관장에게 말하리라 다짐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의 도입부와 결말부의 서사와 관점이 다르면서, 누가 환상에 빠져 있는지 누가 실상을 살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말이다. 
「불의 하루」는 자신의 집요한 생의 의미, 즉 불의 연구를 하기 위해 사는 가난한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이다. 조금은 부조리한 상황에서 오직 하나의 가치관에 매여 서로가 자신의 앞만 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파이프」는 오랜 시간 알아도 그 사람의 진실된 내면의 소리를 알아차릴 수 없는 삶의 모순을, 죽은 친구가 다시 돌아와 내게 말을 거는 식으로 썼다. 친구인 ‘나’와 ‘너’는 같이 자라고 같이 공부했던 사이지만, 커서는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았다. ‘너’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 때문에 생활이 아주 곤란했고, 급기야 병에 걸렸다. 급성 뇌혈관 부종.
나는 너의 머릿속을 가로질러 가는 무수한 파이프를 떠올렸다. 파이프 속으로 말들이 떠다니고 기억들이 내밀한 공간을 건너가며 번갯불처럼 번쩍이다가 조각조각 사라져 버린 것을. 어쩌면 네가 말한 그 파이프의 물소리를 듣는 낯선 여자는 바로 너의 모습 아니었을까? 
‘너’의 머릿속의 파이프 속으로는 더 이상 말들이 떠다니지 않는다. 기억들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너’는 죽고 난 후에, ‘나’에게 찾아온다. ‘너’는 죽기 전에 부동산 중개인을 했던 까닭인지, ‘나’에게 살 집을 구해 달라고 하였다. 무미무취이면 좋겠다 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집들은 다 똑같다. ‘너’가 구하는 무미무취의 아파트는 아마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너’는 이미 네가 한 번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너는 부동산 사무소가 늘어서 있는 상가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지만, ‘너’가 찾는 무미무취의 집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다시 나를 찾아왔고, 나는 집 하나를 골라 두었다. 이곳 아파트 파이프 속에 너의 작은 방을 마련해 둔 것이다. 
급성 뇌혈관 부종, 즉 뇌의 혈관을 다니는 통로가 막혀 버린 병으로 죽게 된 친구는, 신산스러운 삶에 부대끼다 세상을 떠났지만 다시 세상에 나오고 싶은 친구는, 결국 ‘나’의 아파트 파이프 속에 안식처를 갖게 될 것이다. 아파트 파이프는 막혀 버린 뇌 혈관과는 다르게 네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을 거고, 어쩌면 너는 나보다 더 오래 이곳을 드나들며 살게 될 거다.
「회색 벽」는 이혼한 여자가 남에게 뒤처지고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동산의 가치를 좇아 어느 낯선 시골의 땅을 보러 왔다가 창고 속에 갇히게 되는 불운을 이야기한다. 
「자장가를 불러주세요」는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삶의 방향성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는 여자의 고단함이 들어 있다. 어쩐지 그들 모두 낡은 벽 속에서 소리 낮춰서 중얼거리고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 저자 소개

   
정미형
 
1963년 진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
부산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2009한국소설당신의 일곱 개 가방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계간 작가와사회, 좋은소설등에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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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 씨의 편집 후기]
2018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알렙은 2017년의 마지막 책으로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김성우 지음)를 선보였습니다. 이 책을 내게 된 사연이 구구절절합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첫째, 이 책은 원래 알렙에서 출판하기로 한 게 아니고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하고 기획과 집필이 시작되었었습니다. 둘째, 원래 푸코 강의가 기본 콘셉트였는데, 장자 철학과의 연결이 시도되었죠. 셋째, 그러다 보니 콘셉트가 어렵고 복잡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거의 재집필하다시피 하였습니다.
김성우 선생님(올인고전학당 연구소장, e시대와 철학 편집위원장)과의 인연은 알렙 출판사 1년차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7년째입니다. 김성우 선생님과는 그동안 <청춘의 고전> <철학자의 서재> <열여덟을 위한 철학 캠프> 등을 같이 기획하였죠. 그리고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김성우, 송진완 공저)를 출간하였고요. 이번에 출판된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는 본격 철학서로 그동안의 작업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셈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 선생님은 푸코를 비롯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철학이 본격 도입된 1990년대부터 푸코에 관한 글을 써 오셨으니, 거의 20년이 넘게 연구, 집필, 강연을 해온 셈입니다.
사연을 구구절절 늘여놓는다고 책의 이모저모를 밝힐 수는 없겠지요. 대신 김성우 선생님과 진행된 편집자 알렙씨의 미니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이 한 말씀은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었더니” 결국 어떤 점이 보이던가요?
 
장자 철학과 마찬가지로 푸코의 사상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정치가 한데 엉켜 진행됩니다. 이런 면모는 그의 계보학적 사유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니체적인 계보학과 연관된 장자는 사유 방식은 ‘제물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치 장자는 푸코 식으로 사물과 그 이름에 관한 역사비판적인 계보학을 통해 기존 문명 사회를 해체하는 새로운 존재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계보학으로서의 제물론을 위해 장자가 사용하는 언어적 방법은 우언(우화), 중언(패러디로서의 풍자), 치언(소크라테스적인 아이러니)입니다.
장자의 언어 사용 방식은 니체적인 계보학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인물의 말을 패러디하고, 상식적인 인간과 학식있는 학자들의 상식과 편견을 부숩니다. 이는 인위적인 노모스로 서열이 나눠진 사회 질서와 언어 체계를 질타하는 것입니다. 침묵이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회 질서를 만든 언어를 거부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 니체의 도덕 계보학과 장자의 제물론이 동일한 정신의 작업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언어와 지식 비판은 단순히 진리의 분석론이 아니라 결국 가치 비판이며 현실 비판인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장자의 제물론은 푸코의 계보학입니다.
푸코의 역사비판 존재론은 장자와 마찬가지로 진리를 문제화합니다. 왜냐하면 진리가 지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연관된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진리의 정치학이 문제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진리가 자본의 증식수단이나 정당화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진리의 정치경제학’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진리는 권력과 부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순수한 진리라는 말 자체가 유니콘이라는 단어처럼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진리의 문제화는 권력의 문제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어떠신가요? 현대 철학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미셸 푸코를 반드시 거쳐가야 하죠. 그렇지만 난해하기만 한 그의 철학적 언어는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2300년의 시간과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장자의 언어가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알렙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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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 소개
  
제주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라고, 제주에서 배우고, 제주에게 배운 것이 삶의 전부인 사람, 그것을 오롯이 제주에 돌려주는 게 평생의 업인 사람, 제주신화연구소 문무병 소장이다. 그는 제주의 속살을 알려면 제주의 신화를 알아야 하는데, 제주 신화의 심오한 세계에 들어가는 올레의 첫 길이 제주 무속에 대한 이해라고 한다.
신화는 과거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만들어지고 있고, 미래에도 만들어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신화의 향기에 제대로 취하기 위해서는 무속 신앙(큰굿, 본풀이)과의 연계점을 찾으면 더욱 수월하다. 이 책은 제주 신화 이야기가 깃든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제주 신화 이야기의 원형과 구연 양상을 샅샅이 탐색해 온 책이다. 무속의 현장에서 방금 잡은 물고기처럼 팔팔하게 살아 숨 쉬는 제주 신화와 그 신화를 둘러싼 담론을 담은 책이다.


■ 출판사 서평


제주의 뿌리,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으로 풀고 담론으로 읽다!    

제주 민속과 신화의 산증인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문무병 소장은 지난 40여 년간 제주의 민속과 신화를 연구해 온 학자이다. 특히 제주의 큰굿 자료를 중심으로 제주 지역 곳곳의 신당과 본풀이, 그리고 무속 신앙 의례를 빠짐없이 정리하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배경은 제주 신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다. 제주의 신화는 제주의 무속신앙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구송으로 전해지던 신화는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진다. 기껏해야 지명이나 명소의 이름의 뒷이야기 정도로나 남을 뿐이다. 하지만 구연이 아니라 채록이 되면 위대한 기록 문화로 재탄생하게 된다. 제주 신화는 변방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탓에 오랫동안 채록마저 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문무병 소장을 비롯한 소수의 지역 학자들에 의해 기록·정리하는 작업이 우선이었다면, 이제 해석·의미화를 거쳐 담론화로 나아갈 차례가 되었다.
문무병 소장이 새로 쓰는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은, 제주의 뿌리이자 정신인 신화를 신본풀이를 중심으로 풀고 담론으로 읽어내는 기획이다. 제주 신화는 심방(무속인)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내용이자, 당굿이나 조상굿을 할 때에 구연된다. 이 신화는 그저 텍스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복·축원·주술·치료의 의미가 함께하는, 다시 말해 제주인의 삶과 밀접하게 함께해온 종교이자 문화이자 풍속이었다.
 
 
 

무속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
 
문무병 소장이 전하는 제주 신화 이야기는, 무속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다. 그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이고, 미래에 더 풍성해질 이야기다. 따라서 문무병 소장은 지금이야말로 제주 신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신화라는 서사가 가진 다양하고 거대한 힘과, 제주 사람들이 상상하고 꿈꾸던 세계, 그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발루는(닦는) 길이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제주 신화를 제주의 무속·본풀이와의 연계점에서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몇 가지 특장점을 가진다. 우선, 신화의 세계는 신의 길을 닦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과 신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신이 사는 하늘로 올라가는 신줄을 타고, 신화 본풀이(내력)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그리하여 결국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심방의 굿(주로 큰굿)의 순서에서 제의절차로 재현된다. 따라서 그 제의 절차(형식)의 특성을 알지 못하고서는, 신의 내력(신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두 권의 책은 이처럼 제주 신화가 이야기되는 환경과 조건에서 제주 신화의 특성을 찾아나서고 있다.
둘째, 심방들의 구연에서 그 현재성을 찾을 수 있다. 큰심방들은 세습무와 같이 대대로 학습 및 유전되어 오는데, 그들의 굿에서의 역할은 그저 전통을 이어가는 데만 있지 않다. 심방들에 의해 구연되는 신화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인이 될 수도 있고(갑자기 미스 춘향이 등장한다), 미래의 제주인으로 상상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제주 신화들을 다룬 텍스트가 소설이나 동화처럼 스토리라인 중심으로 정리돼 왔다면, 문무병의 제주 신화 이야기는 본풀이 중심으로 정리해 온 점에서 이와 같은 현대적 맥락을 갖는다. 본풀이 하는 심방(과거)이 굿에 참관하는 사람(현재)과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제주인이 상상하는 신화의 세계(미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 미래란 이상세계일 수도, 현실의 구복이나 축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셋째, 신화의 내용은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가지를 뻗고 꽃을 가꾸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심방들이 구연하는 굿의 사설은 텍스트화되어 있지 않았기에, 심방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욱 풍성해진 내용들이 담겨지게 되었다. 임진왜란의 내용이 불쑥 들어가는가 하면, 중국 사서나 한국의 옛 기록들에 등장하는 고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내용들은 심방들이 덧붙인 것들이다. 이러한 특징은 구전의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만일 이러한 방식적인 특성을 빼고 제주 신화를 이야기한다면, 다소 앙상해질 것이다.
 
 

무속 본풀이에 제주인의 상상이 더해진 신화 담론집
 
이번에 함께 출간되는 문무병 소장의 설문대할망 손가락두 하늘 이야기는 제주인의 정신적 뿌리인 신화 이야기에, 제주인의 등줄기라는 무속의 본풀이, 여기에 제주인의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신화 담론집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번 두 책에서 신화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더해지고 재구성되고 있다는 관점에 따라, 스토리텔링 방식을 새롭게 신화를 제시해 보려 하였다.
20세기 이후 신화 연구의 큰 특징은 민족학의 비중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신화 연구는 고전 학자의 손에서 원전 텍스트 해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학자로부터 실증적으로 조사되고 자료로 정리되어 그로부터 도출된 결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화는 모든 문화의 요소이며, 끊임없이 신생한다.”(말리노브스키)는 말처럼, 신화는 텍스트가 아니라 삶의 곳곳에 있다. 문무병 소장이 민속학에서 출발하여 신화에 이른 방식이 의미 있게 작용할 터이다.



제주 신화 연구가이자 민속학자 문무병이
새로 쓰는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 


2권 <두 하늘 이야기>


<두 하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았던 두 종류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생을 신을 위해 살았던 심방이 죽어서 가는 저승과 사람으로 태어나 살다가 죽으면 저승차사가 데려가는 저승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저승. 심방의 저승 ‘삼시왕’ 삼천천제석궁과 인간의 저승 ‘열시왕’ 이야기이다.


신화의 세계를 신길을 닦는 과정으로 본다면, 태초에 세상이 창조되던 왁왁한 어둠을 헤치는 창세의 다리인 천지왕다리를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지왕이 길을 트면, 삼시왕 무조 젯부기 삼형제가 삼천천제석궁 깊은 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고, 어주에삼녹거리에 신전집을 지어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모셔와 악기의 신 너사무너 도령이 어머니를 모시고 연물을 치며 굿법을 열었던 ‘초공 신길’인 초공다리를 놓고, 서천꽃밭의 생명꽃, 번성꽃, 환생꽃을 따다가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이공 꽃길’인 이공다리를 놓고, 삼공 가믄장아기가 아버지 강이영성과 어머니 홍은소천을 찾으려고 100일 봉사 잔치를 하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던 ‘삼공 전상길’인 전상다리를 놓고, 차례로 신의 세계를 열어가 불도땅에서 아기들을 키워주는 삼싱할망다리, 칠원성군다리, 구할망다리, 심방집 당주다리, 사가집 시왕다리, 요왕다리, 곱은멩두다리 등 모든 신길을 다 닦고 다리를 놓는다. 이것이 신화 본풀이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신나락 만나락 하는(신명나는) 일’, 신화의 세계,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 저자 소개


문무병
1993년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어 교사와 제주교육박물관 연구사 등으로 재직했다. 부산대학교 예술대학에서 15년간 민속학 강의를 했다. 제주 4·3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신화연구소 소장,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민족미학연구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속신화(1999), 제주도 큰굿 자료집(2001), 제주의 민속극(2003),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2004), 제주도 본향당 신앙 과 본풀이(2008),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공저,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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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신당은 마을 수호신인 토주관(土主官)을 모시고 있으며 설촌(設村)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본향당을 중심으로, 아이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도록 돌봐주는 일뤠당,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여드렛당, 사냥하던 사람들이 다니던 신산당, 해녀와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바다밭을 지켜주는 돈짓당(갯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미 넘치는 각양각색의 신들은 우리가 몰랐던 제주 사람들의 예민한 종교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는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척박한 환경에 맞서오면서 필사적으로 기댈 곳을 찾았던, 그래서 "나무 하나 돌 하나에서도 신성(神聖)을 느끼고 숭배하며 힘과 위안을 얻고자 했던" 제주민들의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 연합뉴스 기사 중에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17/0200000000AKR20171017001600005.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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