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렙 씨의 편집 후기]
2018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알렙은 2017년의 마지막 책으로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김성우 지음)를 선보였습니다. 이 책을 내게 된 사연이 구구절절합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첫째, 이 책은 원래 알렙에서 출판하기로 한 게 아니고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하고 기획과 집필이 시작되었었습니다. 둘째, 원래 푸코 강의가 기본 콘셉트였는데, 장자 철학과의 연결이 시도되었죠. 셋째, 그러다 보니 콘셉트가 어렵고 복잡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거의 재집필하다시피 하였습니다.
김성우 선생님(올인고전학당 연구소장, e시대와 철학 편집위원장)과의 인연은 알렙 출판사 1년차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7년째입니다. 김성우 선생님과는 그동안 <청춘의 고전> <철학자의 서재> <열여덟을 위한 철학 캠프> 등을 같이 기획하였죠. 그리고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김성우, 송진완 공저)를 출간하였고요. 이번에 출판된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는 본격 철학서로 그동안의 작업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셈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 선생님은 푸코를 비롯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철학이 본격 도입된 1990년대부터 푸코에 관한 글을 써 오셨으니, 거의 20년이 넘게 연구, 집필, 강연을 해온 셈입니다.
사연을 구구절절 늘여놓는다고 책의 이모저모를 밝힐 수는 없겠지요. 대신 김성우 선생님과 진행된 편집자 알렙씨의 미니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이 한 말씀은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었더니” 결국 어떤 점이 보이던가요?
 
장자 철학과 마찬가지로 푸코의 사상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정치가 한데 엉켜 진행됩니다. 이런 면모는 그의 계보학적 사유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니체적인 계보학과 연관된 장자는 사유 방식은 ‘제물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치 장자는 푸코 식으로 사물과 그 이름에 관한 역사비판적인 계보학을 통해 기존 문명 사회를 해체하는 새로운 존재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계보학으로서의 제물론을 위해 장자가 사용하는 언어적 방법은 우언(우화), 중언(패러디로서의 풍자), 치언(소크라테스적인 아이러니)입니다.
장자의 언어 사용 방식은 니체적인 계보학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인물의 말을 패러디하고, 상식적인 인간과 학식있는 학자들의 상식과 편견을 부숩니다. 이는 인위적인 노모스로 서열이 나눠진 사회 질서와 언어 체계를 질타하는 것입니다. 침묵이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회 질서를 만든 언어를 거부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 니체의 도덕 계보학과 장자의 제물론이 동일한 정신의 작업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언어와 지식 비판은 단순히 진리의 분석론이 아니라 결국 가치 비판이며 현실 비판인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장자의 제물론은 푸코의 계보학입니다.
푸코의 역사비판 존재론은 장자와 마찬가지로 진리를 문제화합니다. 왜냐하면 진리가 지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연관된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진리의 정치학이 문제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진리가 자본의 증식수단이나 정당화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진리의 정치경제학’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진리는 권력과 부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순수한 진리라는 말 자체가 유니콘이라는 단어처럼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진리의 문제화는 권력의 문제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어떠신가요? 현대 철학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미셸 푸코를 반드시 거쳐가야 하죠. 그렇지만 난해하기만 한 그의 철학적 언어는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2300년의 시간과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장자의 언어가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알렙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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