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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1 - 만리장성 ㅣ 범우 한국 문예 신서 69
정비석 지음 / 범우사 / 2003년 1월
평점 :
개인적으로는 삼국지보다 초한지-물론 어린이 초한지이긴 하지만-를 먼저 접했다. 때문에 유비, 조조, 제갈량, 사마의, 주유 뭐 이런 인물들보다는 유방, 항우, 장량, 범증, 소하, 영포, 한신 뭐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 더 정이 간다.
삼국지에 비해 초한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아마 대립구도가 간결, 명확하다는 점일게다. 말이 삼국이지 알고보면 이 나라, 저 나라가 각축하는 삼국지에 비해 두 인물간의 대결이 축을 이루는 초한지는 그 두 인물간의 성향이 매우 대조적이기에 간명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정비석씨의 초한지는 '사람 장사'로 진왕 정의 실부가 되어 엉겁결에 황제의 아버지가 되는 여불위의 이야기나, 한의 통일 이후 여태후의 척씨에 대한 복수 이야기까지 곁들여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다.
여담이지만,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 과연 항우가 유방보다 '흉폭했을까.' 일단 항우가 유방보다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하나의 '정설'이 된듯 싶다. 때문에 어떤 초한지를 보건 이야기 구도는 '능력은 없지만, 인덕있는 유방' 대 '빼어난 능력은 있지만, 잔인하고 흉폭한 항우'의 대결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설 도중 유방과 항우의 품성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최후를 봐도 항우는 정말 멋졌지만, 유방은 그를 도왔던 공신을 감옥에 보내거나 죽이는 둥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죽는다. 사실, 항우가 한 멍청한 짓이라고 해봐야 '금의환향'에 집착했다는 점 정도이고, 유방의 자잘한 악행은 소설을 보다보면 황당할 정도로 갑작스레 종종 나타나는데, 내 생각엔 유방이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_-;;;
하여간, 혹여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강추다. 솔직히 나에겐 아직도 초한지가 삼국지 정도는 가볍게 제끼고 가장 재미있었던 역사소설로 남아있다. 물론, 그것은 정비석씨 특유의 '이야기꾼'능력 덕택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