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볼은 트로츠키, 나폴레온은 스탈린. 이 책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레닌 사후 소련의 상황을 우화로 비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어느 국가의 한 시기를 단순히 비꼬기만 한 것이라면 시간의 풍화작용에 의해 우리에게까지 전달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책이 쓰여지고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우리 시대에 이 책이 '고전'으로 읽히는 것은 단순히 한 사회의 모순을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본연적 문제를 잘 집어내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시대의 변혁에 의해 새로운 체제가 생긴 뒤, 이책에서 보여진 갖가지 인간(아니, 동물?^^)군상은, 역사적으로 단순히 레닌 사후 소련에서만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민(民)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국가를 접수한 신흥 세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머리만 바뀐 것처럼'보이는 것은 인류사에서 '예외없이'보여졌던 일화들이다. 진정한 '새로운 사회'는 그러한 인류사의 고질적인 인과마저도 뛰어넘을만큼 강력하고 철저한 변혁의지와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그래서 변혁이란 참으로 힘들고 힘든 작업,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작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던져 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