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와 이기적인 유전자 이제이북스 아이콘북스 6
에드 섹스턴 지음, 이용철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만큼 쉽게 읽히면서도 그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책도 없을 듯 싶다.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 도킨스의 간명하고도 유려한 문체가 빛나는 책이기는 하지만, 그의 설명자체가 우리의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측면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킨스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부분을 신조어를 만들어 풀어내기보단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 설명하곤 하는데, 이것이 기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언어의 의미나 뉘앙스와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독자의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곤한다.

본서는 그처럼 숱한 오해를 받아온 '이기적 유전자'를 독자로 하여금 좀더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게다가 본서는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가해지는 비판인 윤리적, 수사학적 측면에서의 해명에만 주력하고 있지는 않다. 유전자 환원론이라던지 자연선택에 관한 학계의 비판에 대해 도킨스 입장에서의 방어까지 이루어지고 있는데-그럼에도 물론 상당부분 윤리적 측면이나 사실과 당위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에 할애되고 있기는 하지만-이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렵잖게 설명되고 있다.

허나 아쉬운 점은 짧은 책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 자체를 요약하느라 이기적 유전자의 올바른 독법이라던지, 그 이후의 논의같은 것이 충실히 설명되지는 못해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본서에서 구구절절 설명한 사실과 당위가 다른 문제라는 것, 혹은 도킨스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수사학적 측면을 해명하는 것은, '이기적 유전자'자체만 읽더라도, 그리하여 도킨스가 짧게나마 경고한 것에 대해 유의하며 읽는다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비판이나 해명을 더이상 이어나가지 못한 것은 책 분량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기존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요약하는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대다수 본서의 독자들이 이미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독자일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때문에 본서는 이기적 유전자의 '요약서' 그 이상 많이 나간 것 같지 않으며, 이러한 점은 '이기적 유전자'를 이미 읽은 독자가 그 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다시금 고려하기 위해 본서를 접한다면 필히 실망할만한 요소로 보인다. 따라서 외려 본서는-저자의 집필의도와는 걸맞지 않게-'이기적 유전자'를 아직 접해보지 못한 독자가 그 책을 읽기 전 에피타이저(?)로서 읽는다면 쏠쏠한 재미를 느낄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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