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그래 쥐다.





왼쪽에 있는 놈이 랫 (Rat, 일명 집쥐)이고 오른쪽에 있는 녀석은 마우스 (mouse, 일명 생쥐)이다. 사진에서는 별 차이 안 나게 보이지만 사실은 왼쪽에 있는 녀석이 훨씬 덩치가 크다. 사람들의 실험 목적에 따라 두 쥐의 쓰임이 다른데 내가 있는 연구실에서는 주로 왼쪽에 있는 랫을 많이 쓴다.

전공이 생물학이고 그 중에서도 뇌를 연구하다 보니 직접 사람 뇌를 쓸 수는 없고 --; 그래서 쥐의 뇌를 가지고 연구를 한다. 매주 금요일이면 뇌에서 학습과 기억에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해마(Hippocampus) 부위에서 신경세포 즉 뉴런을 뽑아내 키우는 일을 한다.  다시 말해 매주 금요일마다 쥐를 잡는다는 뜻이다. 그것도 어른 쥐는 안 되고 태어나기 이틀 정도 전의 배아 (embryo)에서 실험을 해야 한다. 자세히 얘기하려면 미스테리스릴러호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한다. 그래도 실험할 때 항상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쥐를 잡으려고 한다. 마음 속으로 기도도 하고 성호도 긋고 불경도 왼다. 성부 성자 성신의 이름으로 나무아미타불 아멘... 좋은 데 가서 극락왕생하시게!

아무튼 이렇게 쥐의 희생을 통해 신경세포를 키우는데, 약 3주 정도 건강하게 자라면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이 사진은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단백질들에 대한 항체를 붙이고 색깔을 입혀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기억을 되살려 보면 가운데 있는 둥그런 부분이 세포체이고 나무 가지처럼 길쭉길쭉 뻗어 나온 것들은 수상돌기가 되겠다. 이 사진에서는 가늘고 길게 뻗어 나온 축색돌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나무 가지에 조금씩 튀어나온 부분들이 보인다. 약간 노란색으로 보이는... 이 부분에 주로 시냅스가 만들어 지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한다. 크기가 작다고 무시하지 마시라. 이 조그만 부분을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단백질들이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하게 된다. (그래도 너무 작은 부위만을 쳐다 봐서 그런지 나도 조금씩 좀스러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오늘은 금요일, 한 마리의 어미쥐를 저 세상으로 보냈고 그 새끼들의(-_-; 절대 나쁜 의미가 아님) 뇌에서 신경세포들을 꺼내 키우기 시작했다. 이럴 때면 항상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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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할 일이 좀 있었다. 그렇지만 공연 보러 가고 싶은 생각이 막 들면서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일단 째고 -_-; 보러 갔다. 결론은? 잘했다 ㅎㅎ 어차피 뉴런 transfection은 내일 해도 되는 것이고 내일 랩미팅 시간에 발표해야 할 논문은 아직 반 정도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리 까다로운 것이 아니므로 관록과 노련미로 후다닥 읽을 생각이다. (이러다 날림으로 발표하면 안되는데...)

전부터 클래식에 막연한 관심이 있어서 학부때도 챔버 (그 땐 그렇게 불렀다) 공연은 몇 번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 악기 다룰 줄 아는 사람들 너무 부럽다.  시대적, 지역적 요인으로 생각 되지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피아노 말고 악기 다룰 줄 아는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클래식에 관심 가질 수 있는 계기도 없었고. 흠... EQ를 높일 기회가 없었던 게 항상 아쉬웠지만 앞으로 조금씩 들어보려고 한다. 아직도 가끔 바흐와 헨델 중 누가 음악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였더라 하며 헷갈리기도 하고 --;  슈트라우스,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멘델스존, 리스트, 말러, 슈베르트, 쇼팽, 모짜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등 작곡가는 또 왜 이렇게 많은 것이며 어느 시대 사람이고 유명한 곡들은 어떤 것이 있고 또 유명한 연주자는 누가 있는지를 생각하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엄두가 안 나기도 한다. 공부해야지. '공부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거 어디서 들었던 말이더라?

P.S. - 신경세포인 뉴런의 전시냅스(pre-synapse)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단백질로 피콜로, 바순, 오보에가 있다. 누가 처음에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하고 나서 이름을 그렇게 붙이기 시작하니까 이후에 발견되는 것들도 그렇게 따라간다. 다음엔 어떤 것들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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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털이 2004-05-2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글 쓴 시간이 00:00 이다 ㅎㅎ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고 결혼식도 많아서 돈이 많이 나가는 달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방금 말한 것 중에서 선배 결혼식 말고는 정말로 돈을 하나도 안 썼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부모님 선물도 안 드렸다는게 드러나는군 -_-;)  그런데도 이번 달은 이상하게 돈이 안 모이고 계속 나가기만 한다. 방금 인터넷으로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잡다하게 이것저것 많이도 샀다. 그렇지만 뭐 그렇게 낭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내게 필요한 것들이었고 자신을 위한 투자 비용인 부분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제의 충치 치료비가 결정타였고 여기에 오늘 차 부품 교체라는 후폭풍이 몰아쳤으니 (대략 30만원) 아~~ 앞으로 긴축 재정을 펼쳐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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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하고 물을 마셨는데 오른쪽 위 어금니가 시리다. 이런~~ 충치인가 보군.

아라 Q&A 에서 치과로 검색을 해 보고 평이 괜찮으면서 가까운 곳을 찾아보니 까르푸 4층에 있는 곳이 괜찮겠다 싶어서 오후에 가 보았다. 항상 그렇지만 치과는 가기가 무섭다. 윙~ 하면서 돌아가는 그 송곳 같은 기계와 그것이 내 이를 갈면서 나는 느낌이나 소리를 생각하면 참말로 오 마이 갓 이다.

예전에 아말감으로 때운 곳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으니 모두 '금'으로 다시 하는 게 좋겠는데 (모두 8개라는군 --;) 그러면 대략 150만원(!) 이라고 한다. 다른 곳은 천천히 하고 일단 충치가 있는 쪽과 그 주위 2개를 먼저 하기로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50만원이란다. 윽~~ 돈 많이 들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일 줄이야... 그래도 씌우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흑흑..

마취 주사를 맞고 해서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만 제일 안쪽에 있는 어금니 충치가 심하다고 해서 계속 입 크게 벌리는 것도 고역이었고, 3개를 치료하느라 1시간 반 동안 긴장해서 누워있었더니 등과 바지가 다 축축해졌다. 그리고 중간에 입안을 물로 헹굴 때 혀로 슬쩍 건드려 봤는데 구멍이 뻥뻥 뚫려 있던 그 허전한 느낌은 오늘의 압권이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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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86년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을 보고 나서였다. 지금은 머리가 좀 벗겨졌지만 그 때만 해도 미소년 이미지를 갖고 있던 유남규 선수가 중국선수에게 17:10으로 지고 있다가 역전시킨 장면이랑 안재형 선수 (자오즈민과 결혼한)가 마지막 승리의 순간에 무릎꿇고 뒤로 넘어지는 모습이 꽤나 감동적이었다. 그 날로 탁구 라켓을 샀고 방바닥에서 연습하다가 중학교 때 처음으로 탁구장에 가서 치기 시작했다.

작년에 탁구 동아리 Edge에서 처음으로 대회를 열었다. 그 때는 마지막 6명 안에 들었는데 첫 대회라 고수들이 그리 많이 출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올 해엔 연습 부족이라서 한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신청을 했고 오늘 시합을 했다. 총 48명이 출전해서 예선 리그를 거쳐 16강부터 토너먼트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16강까지는 무난히 올라갔지만 아깝게도!!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 아쉽다. 충분히 해 볼 만한 상대였는데 세트스코어 2:2 마지막 세트에서 긴장을 한 탓인지 실수가 많았다. 목표였던 8강 진출이 바로 눈 앞이었는데...

나는 너무 새가슴이다. 좀 더 배포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연습을 좀 더 해야 되겠다. 조금만 더 익히면 계단식 상승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드라이브도 더 확실히 익히고 무엇보다 취약한 백핸드를 연습해야한다. 뭐 기회는 다음에도 있으니까.

(그래도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선배랑 밖에 나가서 맥주 한 잔 하고 지금은 취중 글쓰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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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털이 2004-05-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김영하님이 당장 술을 끊으랬는데...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