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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1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열 네살>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만화책'이다. 사실 이 책을 알게 되고 구입하게 된 계기도 <열 네살>을 살 때 화면 오른쪽에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은 다음 책들도 구입하셨습니다' 코너를 통해서였다.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무엇보다 주인공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겪는 일을 그리고 있는 '기행 만화'라는 설명이 눈에 띄었다.
사람은 누구나 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살다 보면 다들 자기 일에 바빠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행을 하자면 돈이 들기 마련이며 돈이 있다 해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실행에 옮기리라 하는 생각에 이렇게 전국의 여행지가 등장하는 책들을 보게 되면 기록해 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출간된 <게으른 산행>이 있고 이지누 선생의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이 있으며 kimji님이 추천하신 <절집 나무>가 있다. <제주역사기행>이라는 책도 볼 참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우리나라 여행에 관한 책들로 마이리스트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 어디인들 문화재 아닌 곳이 있으랴. 지금은 비록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꼭 기회를 만들어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 보고 싶다.
책 얘기로 돌아가자. 충북 영동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상복이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를 기다린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각각 1번씩 서울행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데 여기까지는 일종의 '성장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든다. 엄마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소년의 아련함이 시골 마을의 풍경과 함께 인상적으로 남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떤 사정이 생겨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때 주인공이 거치는 곳들이 이 만화의 배경이 된다. 각 관광지에 대한 묘사도 좋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대사 가운데 꽤 여운이 남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는 '상복이를 따라서...' 라는 제목으로 된 부록이 있다. 1권에서 상복이가 들른 옥천, 영동, 추풍령, 김천, 함양, 운봉, 남원, 순창, 영암, 목포에 대한 여러 볼거리들을 칼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상당히 자세하게 되어 있으며 정말 매력적인 사진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한다.
차분하게 읽어갈 만한 좋은 작품이다. 한 가지 의아하게 생각되는 건, 작가분에게는 대단한 실례가 되겠지만 이야기 전개나 인물의 분위기가 왠지 허영만 만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