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2 -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샘터만화세상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연구실 후배에게 이 책을 빌려주며 농담으로 '읽고나서 독후감 써와' 했는데 정말로 써 왔다. 그것도 노트에 연필로 직접 한페이지를 빼곡하게 적어서... 맨 윗줄에는 '열네살 작품평'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그대로 옮겨 본다. (내가 후배들에게 너무 무섭게 보이나? 그럴리가 없는데... -_-a)

<아래의 서평과 별점은 제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신문에서 볼 수 있는 말투 ㅎㅎ)

누구나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잊고 싶은, 기억하기 싫은 추억도 있고 혼자만 간직한 추억도 있다. 지금 옛날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텐데 라는 생각, 소중한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면 안 해 본 적 없을 것이다. 그런 소망이 강하면 현실 세계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는 동양철학을 토대로 하면서 꿈을 통해 자아를 깨닫고 자신이 만든 의식을 벗어버리는 반전으로 이어지는 구성과 한편으로는 수수해 보이지만 배경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스케치하고 수채화 톤으로 가볍게 색을 입힌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독자로 하여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우리 모두는 사회 구성원으로 때로는 이끌리는대로 따라갈 때도 있고, 방향을 제시하며 이끌어 갈 때도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인생도 그럴 수 있다는 예를 하나 들었다.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가지고 가정을 꾸미고 하는 것들을 그저 당연한 수순으로 느끼며 따라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남들이 하니까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한다라는 것. 모두들 후자라고 생각하고 느끼지만 지나고 나면 전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을 꿈꾸게 된다.

주인공은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로 자신의 의식을 깨뜨리고 있고 작가도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추억을 잊어버림으로써 자신의 의식을 버릴 수 있다는 것까지 철저하게 철학 개념으로 구성해 반론의 여지마저 없애려는 작가의 세심함이 이야기 전개가 갑작스럽게 반전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캐릭터에 강한 곡선으로 개성을 살린 점도 작가의 세심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는 구성을 하면서도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소재로 그냥 한 번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은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훌륭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나치게 철학적인 관점에 치중한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을 마지막 엔딩 장면을 통해 벗어내려 하고 있다. 이야기 전개를 약간 절제하여 독자들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다만 작가의 의도가 너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점은 유일한 아쉬움으로 보인다. 이야기 전개 자체를 커다란 피크를 주지 않고 완만히 진행시켜 누구나 거부감 갖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스토리 9/10   그림 10/10   작품성 9/10    완성도 7/10   전체평 8.5/10

                                                                              머털이형, 좋은 책 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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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7-2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털이님 후배분이 좋은 서평을 써주셨네요. 머털이님이 좋은책을 여러분에게 소개해주고 계시네요. (저를 포함해서) 독후감 써오란다고 진짜로 써오는 착한 후배를 두셨네요. ㅎㅎ..부럽습니다.

머털이 2004-07-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가 일본어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고 일본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도 고등학교 때 일본어 과목 첫학기엔 '수'를 받았는데 그 이후에 3군동사 얘기가 나오면서 너무 어려워 포기하는 바람에 다음 학기 때는 '양'을 받은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

2004-09-0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래식 오딧세이
진회숙 지음 / 청아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클래식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게 사실이다. 바로크, 고전, 낭만파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들로는 누가 있으며 그들의 어떤 곡이 유명한지, 또 그 곡들을 어떤 지휘자와 어느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이 유명한지 등등 클래식 음악에 조금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처음엔 나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 즉 흔히 말하는 클래식 입문서를 원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것들은 중고등학교 음악 참고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며 요즘같은 시대에는 조금만 품을 들여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된다. (이럴 땐 지식 검색 네이 ㅂ가 참 유용하다) 또 그러한 내용이 활자로 된 책으로 되어 있다면 읽다가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부제가 얘기하는 그대로 '한폭의 그림 보듯 클래식을 그려 놓은 음악 에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곡의 형식이 어떻고 악장의 구조가 어떻고 하는 식의 곡목해설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약 스무편의 대표적인 클래식 곡을 선정하고 각각의 곡에 대해서 한 편씩의 에세이를 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각 에세이마다 강한 인상을 주는 작곡가의 초상화로 시작을 하고 곡에 대한 부제도 달아놓았다. 주목할 것은 음악평론가답게 각각의 곡과 작곡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 그 음악이 주는 느낌이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는 다른 여러 문화 장르를 예로 들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에도 문외한이었던 내가 캐테 콜비츠를 알게 되었으며, 뭉크의 그림을 보게 되었고, 로댕의 작품에는 생각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술뿐만이 아니다. 절묘한 부분에서 톨스토이와 괴테가 등장하고 동양시인 이태백도 만날 수 있다. 정치적 인물 히틀러도 나온다. 또한 유럽을 대표하는 각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에 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다음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러한 점들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이런 글쓰기가 가능한 것은 작가 자신이 유럽에서 직접 겪은 체험들을 자산으로 삼아 서로 다른 것들로부터 공통점을 찾아내고 엮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다른 클래식 입문서들보다 이 책을 먼저 읽게 됨으로써 클래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을 좀 둔 다음 한 번 더 읽어볼 참이다. jinodyssey.co.kr에서 음악도 같이 들어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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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1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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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열 네살>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만화책'이다. 사실 이 책을 알게 되고 구입하게 된 계기도 <열 네살>을 살 때 화면 오른쪽에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은 다음 책들도 구입하셨습니다' 코너를 통해서였다.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무엇보다 주인공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겪는 일을 그리고 있는 '기행 만화'라는 설명이 눈에 띄었다.

사람은 누구나 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살다 보면 다들 자기 일에 바빠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행을 하자면 돈이 들기 마련이며 돈이 있다 해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실행에 옮기리라 하는 생각에 이렇게 전국의 여행지가 등장하는 책들을 보게 되면 기록해 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출간된 <게으른 산행>이 있고 이지누 선생의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이 있으며 kimji님이 추천하신 <절집 나무>가 있다. <제주역사기행>이라는 책도 볼 참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우리나라 여행에 관한 책들로 마이리스트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 어디인들 문화재 아닌 곳이 있으랴. 지금은 비록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꼭 기회를 만들어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 보고 싶다.

책 얘기로 돌아가자. 충북 영동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상복이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를 기다린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각각 1번씩 서울행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데 여기까지는 일종의 '성장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든다. 엄마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소년의 아련함이 시골 마을의 풍경과 함께 인상적으로 남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떤 사정이 생겨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때 주인공이 거치는 곳들이 이 만화의 배경이 된다. 각 관광지에 대한 묘사도 좋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대사 가운데 꽤 여운이 남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는 '상복이를 따라서...' 라는 제목으로 된 부록이 있다. 1권에서 상복이가 들른 옥천, 영동, 추풍령, 김천, 함양, 운봉, 남원, 순창, 영암, 목포에 대한 여러 볼거리들을 칼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상당히 자세하게 되어 있으며 정말 매력적인 사진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한다. 

차분하게 읽어갈 만한 좋은 작품이다. 한 가지 의아하게 생각되는 건, 작가분에게는 대단한 실례가 되겠지만 이야기 전개나 인물의 분위기가 왠지 허영만 만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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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6-20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신 이리뷰가 이책의 알라딘 첫번째 리뷰이네요..
보관함에 넣어두어도 좋을 책일까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보고 싶은데..

머털이 2004-06-2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3권으로 된 책인데 2,3권은 아직 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1권은 볼만하니 한 번 읽어보시고 판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스니다.

2004-06-20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네 살 1 -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샘터만화세상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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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마이페이퍼에도 썼지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잠들었다가 눈을 떴는데 중학생 시절의 나로 되돌아 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지금의 기억과 정신연령을 그대로 가지고 말이다. 두 권으로 되어 있고 만화(!)로 그려진 이 책은 바쁜 삶에 쫓겨 살아가던 중년의 남자가 어머니 산소 앞에서 잠깐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 보니 열네살로 돌아가게 된 상황에서 시작한다. 물론 돌아가셨던 어머니도 예전에 살던 집에 그대로 살아 계시고...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한 번쯤은 해 봤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면 그 때 못 했던 일들을 꼭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류시화 시인이 말했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상황이 아닌가.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으니 예언자가 된 느낌일 테고 다시 살게 된 인생이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그 때 해보지 못했던 일들도 해 보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을 자신의 의지로 바꾸어 보려는 노력도 해 본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따라가며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나는 중고등학교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20대 후반인 지금도 내일이 당장 시험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해서 놀라는 꿈을 꾸곤 한다. 이런 내가 대학 1학년 때부터 고민해 오던 질문이 있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내가 능동적으로 주도한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어떻게 살더라도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늘 남는 법이다. 문제는 지금 하는 후회를 나중에 또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므로 '지금' 내 의지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지금' 내 주변에 살아 있어 주어서 감사한 가족과 친구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과 눈 맞추며 얘기해야 한다.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그래도 공감이 가는 이 책의 주제다.

* 아쉬운 점 몇가지 : 1)세밀한 그림에 익숙해져서인지 묘사가 조금 단순해 보인다. 2) 작품에 관한 소개글 두 개는 마지막에 읽어야 한다. 결과를 이미 얘기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이 글들을 책 끝 부분에 놓으면 좋았을 걸. 3) 1권은 재밌게 읽히지만 2권 중간 부분은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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