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유색인 전용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



아집과 증오, 공포는 점점 더 깊이 뿌리박혔고 남부 전역의 입법 기관은 교회와 광장, 야구장과 해변 같은 모든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흑인으로 분장하고 무대에 오른 광대의 캐리커처에서 이름을 따온 짐크로법은 인종 분리를 성문화했다. 이는 잔인하고 부자연스러운 왜곡이었지만 성서의 가르침이라도 되는 양 받아들여졌다.

당장의 목표는 흑인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들이 전후에 정치와 경제에서 이룬 소득을 도로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장기적 관점으로는 전쟁에서 패한 남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미국 생활의 변두리로 내몰아 그 굴욕을 대갚음할 때 평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실한 가능성이 그려졌다.

(중략)

우체국과 은행에서 창구가 분리되었다. 놀이터에서는 음수대와 그네가 나뉘었다. 법원에서는 성경을 따로 뒀다. 구역을 구분해 동네 전체에 흑인 출입을 금지하는 법이 여러 도시에서 통과되었다. 작은 가게에는 유색인 손님을 거부할 권리가 생겼다. 앨라배마에서는 흑인 어린이가 백인 어린이와 공원에서 체커 게임을 하는 것이 범죄가 되었다.”


<사물의 표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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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 독서 모임 '한 달 한 권 할 만한데?'에서

<사물의 표면 아래>를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가볍게 서문을 읽었어요.


회원님들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하고,

독서 후 소감을 들려주신 것들 중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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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 데이비스는 2014년 고틀리프 두트바일러 연구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16위를 차지한 인물로, 그 동안 23권의 저서를 썼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올해 출간되어 이제 막 번역된 사물의 표면 아래외에, 침묵 속으로Into the Silence(2012년 논픽션 부문 총독상 최종 후보, 2012년 찰스 테일러 상 문학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 2012년 새뮤얼 존슨 상 수상)하나의 강One River(1997년 논픽션 부문 총독상 최종 후보, 1999년 클링거 상 수상), 웨이파인더The Wayfinders(2010올해의 최우수 논픽션 도서선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웨이드 데이비스의 대표작은 웨이파인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지 못했어요. 웨이파인더2014년에 출간되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이 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책 역시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절판된 상태라 아쉽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도 인류학자들이 쓴 좋은 책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인류학이 어떤 학문이며, 왜 중요한가를 아는 독자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그리고 아직도 인류학자라고 하면 밀림에나 틀어박혀 있는 별종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웨이드 데이비스가 책을 출간하기 시작한 시기가 1980년대인데,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인류학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던 것 같아요. 인류학에 대한 무지와 편견 때문에 웨이드 데이비스의 책은 대표작이 아니라, 이국적이고 토속적인 색채가 강하며 독특한 소재의 책 위주로 소개된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출판사들 또한 저자를 소개할 때 일부러 인류학자 교수라는 정보는 빼고 탐험가라는 것만 강조하는 등, ‘문명 세계에서 최대한 멀리멀리 떨어뜨려놓고 싶어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학자로서, TED 등의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사로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웨이드 데이비스가 지닌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그의 인지도가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낮은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사물의 표면 아래의 옮긴이인 박희원 번역가님도 옮긴이 후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인류학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는 역시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자신을 던져 현지 조사를 수행하는 탐험가 같은 연구자의 이미지였다. 이 책의 저자 웨이드 데이비스도 그런 인류학자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저서는 세계 각지의 문화를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도록 독자의 눈을 틔워주는 내용이었다.

이번 책의 방향은 좀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또 각종 환상이 벗겨지면서, 캐나다인으로 태어났지만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저자의 인류학의 렌즈는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를 직접 향했다. 앞서 번역·출간된 전작들이 지금 지구에 함께 존재하는 다채로운 문화들을 펼쳐 보였다면 이번에는 오늘날 미국, 나아가 서구권 사회의 덮개를 들춰 역사를 되짚거나 비주류 견해를 검토하는 내용이 더해졌다."

 

사물의 표면 아래는 인류학의 자장 안에서 50년간 살아온 노학자가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세계로 시선을 돌려, 우리 삶과 사회를 인류학의 렌즈로 들여다본 책입니다.

미국도서관협회 선임 편집자인 도나 시먼은 웨이드 데이비스는 영민한 관찰자인 동시에 용감무쌍하며 독창적인 사상가다. 그는 사물의 표면 아래에서 모든 문화를 인간의 상상과 마음의 고유한 발로로 귀히 여기는 인류학의 가치관을 예찬한다고 말했는데요. 웨이드 데이비스는 이 책 곳곳에서 인류학이 이해와 관용과 공감의 백신이라고, 인류학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줍니다.

인류학이 어떤 학문이며 왜 존재하는지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이 책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공감과 포용의 비전을 나누고 싶습니다.

 

* 인류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동영상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Rkp6bVZsGDE?si=F_OV1kW6DfpPW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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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은 판단을 지우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모두 인간인 이상 윤리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판단에 충분한 정보가 바탕이 되게끔 판단을 잠시 미루라고 할 뿐이다. 인류학의 렌즈가 최선의 효과를 낼 때 우리는 중도의 지혜를 보고 또 어쩌면 그것을 추구하게 된다. 그 지혜란 이 책의 모든 글에서 전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 가능성과 희망의 관점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 서문에서

 

이번에 ㅎㅎㅎㅎ(한 달 한 권 할 만한데?)에서 함께 읽을 책은 웨이드 데이비스의 인류학 에세이 <사물의 표면 아래>입니다.

극단과 맹목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너머를 보는시야를 갖게 해주는 책입니다.





현재 ㅎㅎㅎㅎ에서는 정희원 작가님과 전현우 작가님의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김영사)를 읽고 있으며, <사물의 표면 아래>를 다 읽은 후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창비) 둘 중 한 권을 읽을 예정입니다.

<사물의 표면 아래>를 함께 읽는 기간은 624일부터 715일까지이며,

신규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622일까지

010-2756-1559로 문자를 보내시거나

https://forms.gle/29X1Nrwig5LzWjHF9 에서 신청서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신규 참여 혜택은 최대 두 분께만 드림을 양해해주시기 바라며,

참여자로 선정되신 분께는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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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 출간되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신간 소식을 전하려니 죄송하고 쑥스러운 마음이 앞서네요.

하지만 지금 세상에 나온 이 책이 독자분들의 가슴과 머릿속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설레는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저희가 이번에 낸 책은

새뮤얼 존슨 상과 캐나다 훈장, 하버드 대학교 100주년 메달을 수상했으며

"강력하고 예리하고 엄청나게 박식한 작가"(가디언), "21세기를 대표하는 탐험가"(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로 불리는

웨이드 데이비스가 쓴 인류학 에세이예요.


이 에세이를 박희원 번역가님이 유려하면서도 적확한 우리말로 옮겨주시고,

형태와내용사이의 홍지연 디자이너님이 예쁘게 디자인 해주셔서

아래와 같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인류학의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다

 

인류학은 사물의 표면 아래에 있는 것을 드러낸다.” 문화다양성과 생명권 수호의 최전선을 지키는 행동하는 인류학자웨이드 데이비스의 사물의 표면 아래는 인류학의 렌즈로 우리 삶과 세계를 들여다본다. 세계대전과 현대성의 탄생, 코로나19로 치부를 드러낸 미국의 실체, 탐험과 신성의 의미, 코카의 악마화와 마약 전쟁 등 다양한 소재의 에세이 13편을 담은 이 책은 편견과 인식의 한계로 인해 우리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이면의 진실을 보여준다. 웨이드 데이비스는 역사, 문화, 환경, 종교 부문의 여러 편린들을 자신의 경험과 통찰, 연구와 결합해 현대 사회의 지도라는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직조해냈다.

 

강력하고, 예리하고, 엄청나게 박식한(가디언) 사상가,

웨이드 데이비스의 현대 문명 진단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인류학 교수인 웨이드 데이비스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류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민속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50년 가까이 동아프리카, 보르네오, 페루, 폴리네시아, 티베트, 토고, 콜롬비아, 바누아투, 북극과 그린란드 등 지구 곳곳의 오지를 연구 현장 삼아왔다. 그러면서도 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더불어 그 지적 기반을 다지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출해내는 것이 인류학자의 책무임을 잊지 않아, 말과 글로 자신의 사상을 전하는 데에도 열성적이었다. TED의 인기 강연자로 활약하는가 하면, 200여 개 대학과 여러 기업체의 강단, 22개 언어로 번역된 23권의 책과 무수한 매체의 지면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렇게 쉼 없이 세계를 누비던 그가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이게 된다. 연구실 안, 빽빽한 텍스트 숲으로 빠져든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쓰도록고무됐다. 동시에 팬데믹 상황에서 현대 문명의 무능을 목도하고, 이 위기가 의학과 공중보건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임을 깨달았다. 그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권 대신 서구 사회의 민낯으로 시선을 돌렸고, 집필 후 6주 만에 500만 독자에게 읽히고 소셜미디어에서 36,200만 회 노출된 허물어지는 미국을 필두로 현 시기 인류 최대인 문제인 기후 불안과 공포를 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을 색다른 시각으로 살핀 약속의 땅, 전망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보내는 딸에게 전하는 말등의 글들이 탄생했다. 여기에 우리의 문명 체계를 만든 역사적 사건들과 그 속에서도 늘 생명력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다룬 글들이 함께 엮여 이 책이 완성되었다.

탄소 순배출을 0이 되게 하겠다는 등 실현 불가능한 약속만을 내지르며 기후 불안을 조장하는 현재의 접근법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거나, 마약 암거래와 그로 인한 해악을 없애는 방법은 합법화라는 주장, 북극과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탐험가들을 영웅이 아니라 국가 이데올로기나 헛된 명예욕에 희생된 인물들로 바라보는 관점 등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주류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어떤 주장을 관철하는 데 있지 않다. 대신 무언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가 바탕이 되게끔 판단을 미루라고 말하며, 우리의 지식과 관념 그리고 모든 사건과 현상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도,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갖고 있지도 않음을 강조한다.

 

뿌리 뽑혔으나 생동하는 이들의 인류학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얼굴을 감춘 여인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꽃으로 가려놓은 사물의 표면 아래여인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현상 아래에 보다 깊고 본질적인, 겉보기와는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이 그림의 제목은 대전(La Grande Guerre)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마그리트는 이 작품에 대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더라도 그 속에는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그리트와 마찬가지로 전쟁에 희생되었으나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무고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이 책에 실린 전쟁과 추모에서도 다뤄지고 있으며, 웨이드 데이비스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문화, 자신의 시대를 성실히, 묵묵하게 살아나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를 통해 우리의 세상에는 다른 존재 양식과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삶의 비전이 존재하며, “모든 사람은 언제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붙들고 춤추고 있음을 알려준다.

뒤틀린 세상의 구조를 이야기하면서도 시종일관 열린 자세와 긍정적 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이 책은 인류학의 렌즈가 최선의 효과를 낼 때 우리는 중도의 지혜를 보고” “가능성과 희망의 관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의 표면 아래를 보는 눈과 포용력 있는 자세를 갖게 하는 이 우아하고 지적인 에세이는 맹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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