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셨거나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보셨던 분이라면 누구나 인노첸티를 기억하실 겁니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이 건물은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구현한 최초의 건물이에요. 완벽한 대칭을 자랑하는 질서정연한 기둥과 둥근 아치, 그 위에 장식된 강보에 싸인 아기들의 모습은 피렌체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손꼽히지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건축물 안에는 빈곤과 강간, 노예제의 결과로 잉태되고 유기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는 유럽 최초의 보육원이었던 인노첸티의 역사를 통해 ‘아동’과 ‘돌봄’의 탄생을 추적한 논픽션입니다. 저자인 조지프 루치는 이탈리아 문화와 르네상스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자 단테를 전공한 문학 교수예요. 학자로서의 그는 흑사병으로 인해 수많은 고아가 발생했던 14세기부터 난민 어린이들이 고통받는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역사와 문학,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풀어냈습니다. 한편 아버지로서의 그는 이 책에서 가족과 양육, 아이 키우기의 기쁨과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그의 아내는 임신 8.5개월 차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그는 제왕절개로 겨우 태어난 딸을 홀로 돌봐야 했거든요. 그는 이때의 경험을 토로하며 아이를 돌볼 책임을 오롯이 가족이 져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매혹적인 예술과 다채로운 사회상을 보여주는 한편,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만큼 타인을 돌보려는 본성도 갖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어린이가 언제부터 보호의 대상이 되었으며, 인간과 사회는 어떤 조건에서 약한 존재를 돌볼 수 있는지 돌아보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아동 복지, 공교육, 돌봄 노동, 그리고 국가와 시민 사회의 책임을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인노첸티 이야기는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어요.
https://www.facebook.com/share/v/18uX3KDzvC/ 에서 해당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